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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극과 비극의 오묘한 만남 '유령을 기다리며'

기사입력 [2007-10-14 00:42]

부조리극과 비극의 오묘한 만남 '유령을 기다리며'

28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유령을 기다리며'는 연출가 김재엽이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복수를 결행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원작의 햄릿과 전혀 다른 햄릿을 창조해 냈다. 마법학교 열등생, 왕따, 동네북, 문제아로 표상된다. 햄릿은 극중에서 복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복종을 하지도 못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래서 아무 일도 안하면서 매일 기다리기만 하고, 누군가 와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주길 기다리고,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는 모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또한 궁전광대였다가 햄릿이 잘못 건 마법으로 ‘똘똘한 강아지’로 변신한 호레이쇼, 교내 폭력 서클을 이끄는 사고뭉치 오필리어, 그녀의 이란성 쌍둥이이자 모범생인 레어티즈, 조기 유학을 가서 도박에 빠진 로켄크란츠와 길든스턴 등 동시대의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앉는 또래 젊은이들의 초상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클로디어스로부터 살해를 당한 게 아니기에 복수를 명령하지 않는 선왕, 왕위보다는 첫사랑 거트루드와의 결합에 만족하는 클로디어스 등은 원작에 대한 과감한 해석과 결과로, 이들의 형편없이 망가진 모습은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조재희/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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