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까지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유령을 기다리며'는 연출가 김재엽이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복수를 결행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원작의 햄릿과 전혀 다른 햄릿을 창조해 냈다. 마법학교 열등생, 왕따, 동네북, 문제아로 표상된다. 햄릿은 극중에서 복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복종을 하지도 못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래서 아무 일도 안하면서 매일 기다리기만 하고, 누군가 와서 자신의 인생을 바꿔주길 기다리고,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는 모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또한 궁전광대였다가 햄릿이 잘못 건 마법으로 ‘똘똘한 강아지’로 변신한 호레이쇼, 교내 폭력 서클을 이끄는 사고뭉치 오필리어, 그녀의 이란성 쌍둥이이자 모범생인 레어티즈, 조기 유학을 가서 도박에 빠진 로켄크란츠와 길든스턴 등 동시대의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앉는 또래 젊은이들의 초상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클로디어스로부터 살해를 당한 게 아니기에 복수를 명령하지 않는 선왕, 왕위보다는 첫사랑 거트루드와의 결합에 만족하는 클로디어스 등은 원작에 대한 과감한 해석과 결과로, 이들의 형편없이 망가진 모습은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조재희/news@photoro.com) 이전글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