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바라기’는 국립극장에서 마련한 ‘studio 배우熱전’ 그 첫 번째 공연으로, 국립극단의 소속배우들이 능동적으로 작품을 직접 고르고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작품에 연출자로 나선 이상직은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연산 역과
<귀족놀이>에서 주르댕 역을 <산불>에서 규복역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국립극단 14년 배테랑 연극배우이다. 배우로 선택받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작품으로 공연을 하게 되어 배우들에게는 아주 뜻깊은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사회적으로 늘 소외당하고 상처받은 여섯 명의 인물들이 서로에게 위로받는 과정을 상징적 의미 해바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인물들의 골자를 이렇다. 어느 한적한 시골 바닷가에 ‘갈매기’라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히토시는 어릴 적부터 말더듬이로 늘 놀림받던 동성애자로 단역배우 미즈키와 동거하는 사이이다. 미즈키는 경제적 이유로 히토시의 민박집에 얹혀 살지만 호스트바를 드나들면서 얼굴로 뜯어먹고 사는 인물이다. 호스트바에서 알게된 미즈키를 애인이라며 찾아온 기리코의 등장은 민박집을 한 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히토시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한 까칠한 트렌스젠더 쓰유코는 사사건건 미즈키의 행동인 못마땅하며 히토시의 일에 참견한다. 히토시의 엄마 아야메는 사별한 남편의 사랑이 그리워질 때면 가짜 해바라기를 심는 순정파이나 포르노 소설가 구니야스와는 불륜관계이다. 사랑을 꿈꾸는 포르노 소설작가이지만 아내에게는 병원비 내는 것만이 유일한 남편의 역할인 구니야스는 마음 둘 곳이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한 마디로 정상적인 구석이라고 하나 볼 것없는 인물들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겨울에 언 땅에도 해바라기는 필 수도 있는 거다. “겨울에 해바라기가 피면 안 되는 거니? 예쁘잖아. 늠름하고…용기를 주잖아.”(히토시에게 아야메가 하는 말)
말더듬이 동성애자로 분한 한윤춘의 완벽한 연기는 그가 정말 말더듬이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들고 까칠한 트랜스 젠더의 쓰유코 역을 맡은 서상원은 연극 <햄릿>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던 사실을 잊게 해줄 만큼 여성적인 매력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오는 1월 6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에서 공연된다. (조재희/news@photoro.com) 이전글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