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곡사 가는 진입로의 울창한 소나무숲길.
제주 올레길로 시작된 둘레길 걷기 열풍에 따라 전국에 다양한 걷기 코스들이 개발돼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제 기능을 잃어 안내판에만 소개돼 있는 둘레길들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예산을 투입해 야심차게 시작한 둘레길중 일부는 관리부실로 이정표가 제대로 되지않은데다 주민들의 비협조까지 더해져 둘레길을 찾았던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충남 아산에는 봉수산(536m)과 산기슭 봉곡사를 중심으로 한 '천년의 숲길'로 이름붙여진 둘레길이 조성돼 있다.
'천년의 숲길'은 봉곡사 주차장에서 시작해 오형제고개~누에마을~배골마을~궁평저수지~봉곡사까지 13km(봉수산 정상에 다녀올 경우 왕복 3km 추가)를 비롯해 봉곡사 솔바람길(3.5km), 긴골재길(5.6km), 천년물결길(3.5km) 등 총 4개 코스가 있다.
봉곡사 주차장에서 봉곡사 초입까지 약 700m 거리에는 소나무숲이 우거져 걷기 좋은 길이다. 이 구간을 천년의 숲이라 부른다.
이 길은 아산 시티투어 코스여서 방문객들이 많다. 문제는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코스다.
'천년의 숲길' 일부 코스를 따라가봤다.
봉곡사 초입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오형제 고개까지는 다소 가파른 오르막길이 있는 아산기맥의 등산길이다. 봉곡사에서 봉수산 정상과 베틀바위, 오형제고개 등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계로 이정표가 그런대로 잘 되어있다.
봉곡사에서 베틀바위와 봉수산 정상을 찍은뒤 다시 베틀바위로 내려와 오형제 고개를 거쳐 하산해 오돌개마을에서 봉곡사 솔바람길을 걸어 봉곡사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잡았다.
봉곡사 주차장에 크게 걸려있는 천년의 숲길 안내도를 참조한 것이다.
오형제 고개를 넘어 도로쪽으로 내려와 '대숲'과 국도인 '오형제고개'로 나눠지는 갈림길까진 불편없이 걸었다.
문제는 이때부터. 오형제고개로 내려오니 도로와 오른쪽 임도의 갈림길에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겨우 축대 한켠에 숨어있는 14번 이정표를 발견하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봉수산 등산로를 내려와 도로와 만나는 지점의 이정표. 이곳까지는 초행자도 찾을 수 있으나 이곳부터가 난해하다. 이정표에서 가장 기본인 중간 또는 종착지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
이곳에 숨어있는 이정표를 찾는데 한참을 허비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돌개 마을 쪽으로 가면 나오는 다음 이정표에서는 가는 방향의 표시가 없다.
이어 나온 15번 이정표는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마을이름 두 개만 달랑 나와있을뿐 어디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없었다.
카메라로 찍어둔 봉곡사 주차장의 안내판을 보고 솔바람길이 시작되는 오돌개마을로 갔다. 그런데 마을 입구에 있는 이정표에는 지나왔던 '오형제 고개'로 가라는 표시만 있을뿐 반대편 즉 솔바람길에 대한 안내가 없다. 물어볼 사람도 없어 한참을 기다리다 겨우 나타난 한 주민의 설명을 듣고 마을끝 야트마한 고개로 가는 길로 들어섰다.
그런데 갑자기 저만치서 10여마리의 개들이 짖어대며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 목줄이 풀려있어 더욱 위협적이었다. 뒤에 주인이 있었기에 잠시 뒤로 물러나 조치해주기를 기다렸다.
잠시후 주인이 개들을 데리고 마당으로 들어갔는지 잠잠해 지자 다시 조심스레 걸어갔다. 순간 또다시 개들이 달려나와 사납게 짖어대며 위협을 가했다.
이미 개들이 있는 집 앞을 지나는 순간이라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고 조심스럽게 한발한발 걸어가야만 했다,
바로 뒤에는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어 물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같은 요란스런 광경에도 개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겨우 개떼들의 공포에서 벗어나자 동행한 일행은 개주인에 대해 극한 단어를 사용하며 성토했다. 둘레길을 찾는 외부인의 출입을 반기지 않은 것으로 비춰졌다.
이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주민이 알려준데로 고개를 넘었지만 또다시 길이 사라진것. 그나마 물어볼 사람도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아예 차도로 나갔다. 도로변 가정집을 노크해 길을 묻고 안내해준 데로 가고, 그러면 또 길이 없어 방황하다 또다시 다른 주민에게 묻기를 두세번 반복한 끝에 결국 목표로 잡았던 솔바람길을 포기했다.
오른쪽 산자락 어딘가에 솔바람길이 있을 것 같은데 입구를 찾지못해 포기하고 차도를 따라 봉곡사로 향했다.
구불구불 이어진 차도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 봉곡사 주차장에 도착했고 예정했던 시간보다 2시간 이상을 이정표 없는 삼거리 들에서 허비했다.
'천년의 숲길'을 다녀간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이 이정표가 제대로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구간의 경우 주민들의 비협조까지 감지되어 아산시에서는 천년의 숲길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아산 '천년의 숲길'은 당분간 봉곡사에서 봉수산을 오르는 등산로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특히 목줄없이 풀어놓은 10여마리의 개가 방문객들을 위협하는 오돌개 마을 구간은 특히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근 전문기자/chimak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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