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은 3월말까지 눈이 내려 설산산행객들로 붐빈다.
눈이 내린듯 하얀 세상으로 변한 광양 매화마을. 매년 3월 중순을 전후해 만개한다.
2월 4일은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다. 만물이 소생해야할 봄의 시작일 에 강추위가 오는 소위 ‘입춘한파’가 올해도 어김없이 왔다.
한동안 영상권을 웃돌던 기온이 입춘인 2월 4일에 영하권으로 곤두박질 쳤다. 거의 매년 찾아오다시피 하는 입춘한파는 봄을 시샘하는 자연의 심술일까.
입춘은 음력을 사용하는 중국과 우리나라 등 동양권에서 음력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대 중국에서 고안됐다.
즉 달의 위상변화를 기준으로 한 음력은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해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는 시기를 정확히 맞추기 어려웠다. 식물의 성장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사를 짓는데 유용하게 활용하기위해 양력인 24절기를 도입했다. 태양의 움직임은 곧 계절의 변화와도 직결되니 24절기로 계절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입춘부터 대한까지 24절기가 탄생해 음력과 함께 사용돼 왔다.
설과 추석, 단오, 한식과 삼복은 음력을 기준으로 해 매년 날짜가 다르지만 양력의 절기를 거의 같은 날로 고정돼 있다.
남부지방에서는 1월말에도 피는 큰개불알꽃.
그런데 1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이 1월 20일인데 불과 2주일 만에 입춘이 오니 한겨울과 봄의 간격이 너무 짧다. 그래서 입춘을 전후해 강추위가 오는 경우가 많아 절기상 봄이 지났건만 봄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나왔다. 입춘한파가 반복되다 보니 이 같은 말이 생겼을 것이다.
입춘은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기준일이어서 역학에서는 입춘일 에 해가 바뀌는 것으로 본다.
그럼 태양의 움직임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잘 읽어낸다는 24절기에서 왜 입춘이 매번 ‘춘래불사춘’이 되는 것일까.
이는 24절기가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낮은 온난한 중국 지역을 기준으로 개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위도상 제주도와 비슷하다 보니 특히 우리나라의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해서는 날짜의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입춘일이 다소 빠르다는 지적이 있다. 중부지방은 아직 봄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남부지방에는 파릇파릇 싹이 돋은 곳이 많고 일부 봄꽃도 피고 있으니 봄이 시작됐다고 분수 있다.
그런데 중부지방의 봄은 사실상 춘분(3월 21일)이 돼서야 실감된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일이 오히려 입춘의 의미에 더 맞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만큼 지금의 입춘일이 한국의 기후에 딱 들어맞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개한 동백.
그렇다고 입춘일을 바꿀 수는 없다. 계절의 변화라는 것이 정확한 날짜를 기준으로 하기보다 기운의 변화를 뜻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고 안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겨울 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도 땅속에서는 새로운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했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봄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아무튼 이 같은 입춘 논란은 매년 입춘한파가 올 때마다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순근 전문기자/chimak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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