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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풍 도시 멜번, 문화 산책

기사입력 [2017-08-24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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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 다운타운의 호시어 레인. 거리 낙서 예술로 유명한 곳이다. 

 

호주 남반구 빅토리아의 주도인 멜번(Melbourne, 영국식 발음은 멜버언). 20세기초에는 호주의 연방

수도였으며 1956년에 하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다.

영국 식민지 개척시대의 행정적, 문화적 전통이 현대에도 연연이 이어지고 있는 도시이다.

우리에게는 2004년 KBS2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많이 알려진 곳이다.

호주로 입양된 반항아 무혁(소지섭)이 은채(임수정)를 죽음도 불사하게 사랑했던 곳이 멜번이다. 

이 드라마의 장면이 짙게 배인 Hosier Lane에는 거리 낙서 예술(그래피티)이 골목길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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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개한 중국 인권운동가 류사오보를 추모하는 거리 낙서 예술작품 

 

거리 낙서 예술은 세상에 보내는 풍자와 비판의 메시지이다.

호시어 레인 골목 한켠에 올해 7월 13일 안타깝게 숨을 거둔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기리는

그림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FREELUXIA".

옥중에서 자유 인권 투장을 벌이다 유명을 달리한 류샤오보의 자유 정신을 기리는 제목이 가슴에 와 닿았다.

자유 인권운동을 탄압해 온 중국 정부도 류사오보의 자유 정신을 사후에는 탄압하지는 못할 것이란 메시지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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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주 내셔널 갤러리의 내부 모습 

 

플린더스 역 인근 야라 강을 건너 사우스 뱅크 블루바드에는 빅토리아주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of Victoria, NGV)가 있었다.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예술의 공간이다.

무료라고 해서 별거 있나하고 들어갔는데 소장 전시된 작품들이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1층 기획전시중인 일본 HOKUSAI 작품전은 일본 국보급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는 조선의 단원 김홍도에 비견되는 사회 풍자 화가로, 파격적인 기법으로 일생동안 3만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일부 일본인들은 호쿠사이 그림이 유럽에 소개되면서 인상파인 모네, 마네 등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들만의 어거지랄까. 

2층 부터는 'The Language of Ornament', 아시아 작품, 유럽 작품 들이 상당한 규모로 전시중이었는데 다 보러 다니기에 종아리가 뻐근할 정도였다.

네덜란드 근대화가들의 작품이 있는 공간에서 렘브란트(1606~1669)의 두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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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자화상

 

1660년대 렘브란트가 그린 자화상이었다.

'빛의 화가'란 칭호답게 그의 자화상 이마에는 빛이 보였다.

그는 전성기 때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부를 축적했으나 이후 재산관리에 실패하면서 몰락의 길로 내려가 말년에는 파산하고 말았다.

이 그림은 아마도 그의 파산기에 그린 그림으로 보였다.

초라한 노인으로 변신한 자신을 렘브란트는 어떤 맘으로 그렸을까.

암스텔담에서 초라한 말년을 보냈던 그의 그림이 이제는 멀리 바다 건너 남반구 멜번의 조그만 공간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 갤러리에는 인상파 화가로 유명했던 모네, 마네, 피사로 등의 그림도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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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패트릭 대성당 내부 전경

 

 멜번 중심가에 있는 성 패트릭 대성당을 찾았다.

1846~1848년에 세워진 이 대성당은 멜번에 있는 천주교도들에게는 마음의 안석처이다.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실내 입장과 촬영이 허용되는 곳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6년 이 대성당을 방문하여 설교를 하기도 했다.

난 천주교도가 아니지만 성당 의자 안에 앉으니 왠지 마음이 평안해졌다.

서울에서 이 먼곳까지 12시간 이상을 항공편으로 와서 성당 안에서 잠시 눈을 감으니 감사한 마음이 절로 일었다.

종교에는 국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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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패트릭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래스  

 

이 대성당의 스테인드 글래스는 1992~1997년에 전문가들이 중세시대와 같은 기법으로 복원을 하였다.

이같은 공로가 인정되어 호주 왕립 건축연구소로부터 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성모상과 예수상에는 기도를 드리는 촛대가 있었다.

조용히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이들의 모습이 숙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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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저녁때가 되니 맛있는 음식이 당겼다.

플린더스 스트리트 인근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많았다.

와인도 한잔에 8달러씩에 팔았다.

퇴근한 호주인들이나 관광객들이나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 절로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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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파피로 모습

카페 인근에 있는 샵에 들어섰다.

사진첩과 캘린더, 노트, 카드, 편지지 등 종이 제품을 파는 곳인데 제품들이 대체로 고풍스러웠다.

샵 여주인에게 물어보니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수입한 제품들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이 여주인은 이탈리아에 본점을 둔 회사 '일 파피로'의 멜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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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애한테 선물할 사진첩을 구입했다.

포장지에 밀납 도장을 찍어줄수 있냐고 물었더니

여주인이 내 딸애의 영문 이니셜을 물어봤다.

이니셜을 알려주었더니 잠시 골방으로 들어가더니 조그만 도장을 갖고 나왔다.

이어 붉은 색 밀납을 성냥불로 녹이더니

예쁜 밀납 도장을 찍어주었다.

디지털 시대에 보기 힘든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왠지 따사로움이 느껴졌다.

(호주=멜번/ 이종훈 기자, 101305jhlee10130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