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오는 22일-27일, 내년 1월 6일-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에서 연극 '둥둥 낙랑 둥'을 최인훈 작가의 희곡을 바탕으로 최치림 예술감독이 연출을 맡아 ‘자명고’ 설화에 담겨진 은유와 상징의 세계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는 일련의 작업을 한다.
“누이여! 갈라져버린 세상. 같은 하늘을 갖지 못한 모든 생명들을 대신해서 지금 이 자리에 먼 옛날 고구려국의 호동 왕자와 낙랑국의 낙랑 공주, 영혼을 불러 한판 해원의 굿을 열고자 하니 문을 열어주십시오! 죽은 영혼이 돌아오는 문을 열어주십시오!”
지난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산아래 연습실에서는 국립극단의 연극 ‘둥둥 낙랑 둥’ 연습이 한창이다. 산아래 있다고 해서 산아래 연습실인 이곳에서 배우들의 힘찬 대사 소리가 들린다.
이날 연습실에서는 총 17장면 중 1막, 6장면이 공개됐다. 호동 왕자는 북을 찢은 낙랑의 도움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고구려로 돌아온다. 그는 죽은 공주에 대한 죄책감과 깊어가는 그리움을 떨치지 못한다. 의붓어머니이자 낙랑공주의 쌍둥이 언니인 왕비를 마주한 호동은 낙랑공주를 다시 보는 듯한 착각에 마음의 갈등마저 겪는다.
'자명고' 설화는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갈등했던 호동과 낙랑공주의 비극적 결말이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최인훈은 호동의 의붓어머니와 낙랑공주가 쌍둥이라는 설정을 통해 사랑을 향한 욕망의 끝이 파멸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려낸다.
올해 연극계에서는 ‘한스와 그레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 등 최인훈 작가의 희곡이 연이어 무대에 올랐다. ‘둥둥 낙랑 둥’은 최 작가의 희곡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자명고 설화를 바탕으로 풍부한 은유와 상징의 세계가 펼쳐진다.
최 감독은 ‘둥둥 낙랑 둥’은 '누리여, 너는 왜 밤과 낮밖에는 가지지 못했느냐'는 호동의 대사에서도 나타나듯 이분법적으로 분리된 세상을 통탄하는 작가의 고민이 담겨 있다. 설화를 소재로 했지만 이분법의 와해라는 작가 본인의 주제를 강한 상징성과 은유성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국립극단 측은 "철학적 화두를 뜨겁게 던지는 세련되고 강렬한 연극으로 부활해 문화적 자산으로서 가치를 더욱 높이게 될 것"이라며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극의 감정을 단순하지만 힘 있게 풀어내고, 무대가 객석과 연결되어 배우와 관객과의 경계를 무너뜨린 무대 연출도 기대해달라"고 자신했다.
특히 호동과 낙랑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영혼결혼식이라는 굿의 형태로 극대화하고 원작에는 없는 전투 장면을 삽입했다. 또 희곡에는 대사조차 없는 숙부와 숙부부장이라는 인물을 부각시켜 호동왕자가 처한 정치적 상황을 구체화시킨다.
최 감독은 “실제 무대에서는 극의 마지막 부분인 영혼결혼식이 끝난 뒤에 비를 떨어뜨리는 무대 연출을 보여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둥둥 낙랑 둥'은 세계적인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와 극작가 평론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2010 서울 씨어터 올림픽스'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참가한다.
‘호동’역은 연극 ‘산불’ 등에 출연한 이상직(43)과 뮤지컬 ‘죽은 시인의 사회’의 이지수가 더블캐스팅 됐다. 왕비·‘낙랑’역은 연극 ‘산불’의 계미경과 역시 연극 ‘산불’에 출연한 곽명화(35)가 번갈아 연기한다. (조재희/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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