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피는 꽃중에 용담(龍膽)이라는 꽃이 있다.
이름이 독특한데, 웅담이 곰 쓸개를 말하듯이 용담은 용의 쓸개를 뜻한다. 용이 상상속 동물이니 용의 쓸개가 있을리 없다. 그런데도 용담이라니.
실은 이 식물의 뿌리가 한약재로 쓰이는데, 그 쓴맛이 웅담에 버금간다고 하여 용담이 됐다고 하는데, 아무튼 이름에서 주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다.
산지의 풀밭에서 자라는 용담은 8~11월에 푸른색 꽃을 피우는데, 초록의 풀들속에서도 짙은 푸른색꽃이 쉽게 눈에 띈다.
아이들에게 가을하늘을 색칠하라고 하면 짙은 청색으로 칠한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다른계절의 하늘보다 더 푸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보통 높은 산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더욱 짙은 푸른빛이어서 용담꽃의 푸른색이 가을하늘을 닮았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맑은 가을하늘 아래 피어있는 용담꽃을 보면 청명한 하늘이 내려앉은 느낌이다. 꽃말도 가을의 서정과 관련이 있는 애수(哀愁)다.
용담꽃에는 많은 벌과 곤충들이 날아든다. 그런데 호박벌의 일종인 좀뒤영벌과는 하룻밤을 같이하는 특별한 관계다.
달맞이꽃이 저녁때 기온이 내려가면 피고 아침에 꽃잎을 접는 것과 달리 용담꽃은 낮에 피었다고 밤이 되면 꽃잎을 접는다. 그런데 용담꽃이 꽃잎을 닫을 때 좀뒤영벌이 재빠르게 들어가 꽃속에서 따뜻하게 밤을 보내는 모습이 목격되어 화제가 된적이 있다.
노란색 털이 부슬부슬 난 좀뒤영벌은 꽃속에서 하룻밤을 묵는동안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게 되는데, 아침에 꽃잎이 펴질 때 나와서 다른 꽃에 돌아다니며 수정을 시키는데, 이를두고 좀뒤영벌이 하룻밤 숙박비를 치르는 것이라는데, 이게바로 악어와 악어새 같은 서로에 이득이 되는 공생관계라고 할수 있다. (김병현 기자/chimak6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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