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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 년 만에 사람 곁에 돌아온 애완동물, ‘페릿’

기사입력 [2006-08-30 11:23]

반만 년 만에 사람 곁에 돌아온 애완동물, ‘페릿’

밍크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외모와 탐스런 털, 개.고양이와 맞먹는 명석한 두뇌와 그에 못잖은 애교 등으로 이미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많은 마니아 층을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애완동물이 페릿(Ferret)이다.

외국어 한글 맞춤법에 따라 ‘페럿’이라고도 부르는 이 동물이 사람과 함께 산 역사는 의외로 길다. 기원전 4000년 무렵 쥐, 뱀 등 해로운 동물을 퇴치하고, 토끼를 사냥하며, 모피를 얻기 위해 긴 털 족제비를 길들여 기르기 시작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개, 고양이처럼 가까워지지 못했던 것은 항문의 취선(臭腺)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탓. 지난 1970년대 미국에서 이를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면 페릿은 아직껏 사냥이나 모피용으로나 쓰이고 있을 것이다.

페릿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급속도로 보급됐다. 이들 페릿은 거의 ‘수퍼페릿(Super Ferret)’이다. 이 페릿은 취선 제거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마친 것을 뜻한다. 이런 수술을 받지 않은 ‘노멀 페릿’과 달리 가정에서 키우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미국의 전문업체들이 새끼 페릿을 대상으로 수술을 마친 뒤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페릿은 몸길이 50㎝, 몸무게 1~2㎏, 암컷은 몸길이 30~38㎝, 몸무게 0.5~1㎏으로 작고 아담하다. 평균 수명은 7~9년. 생후 5주 가량된 새끼를 입양해 기르면 쉽게 주인과 친화된다. 중성화 수술을 한 채 입양돼 번식은 불가능하다. 번식을 원한다면 ‘노멀페릿’을 키워야 하나 발정기에 수컷은 사나워지고, 암컷은 교미를 시켜주지 않으면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또 냄새도 견디기 어렵다. 따라서, 가정에선 번식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
페릿을 키울 때는 애견이나 애묘 용품을 전용해도 되나 밥그릇, 놀이터, 해먹, 의류 등 각양각색의 미국산 전문 용품들이 수입되고 있으므로 이를 쓰는 것이 좋다. 특히 페럿은 육식동물이므로 개처럼 생각해 사람이 먹는 음식이나 간식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반드시 전용사료나 간식을 먹여야 한다. 과일도 많이 먹이면 장이 상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만일 경우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 따라서 매일 함께 놀아주며 운동을 시키는 것이 건강이나 주인과의 친화를 위해 좋다.
예방접종은 개와 비슷하다. 어렸을 때 디스템퍼(홍역) 등을 3회 이상 맞추며, 매년 1회씩 추가 접종한다. 광견병도 매년 1회 접종하면 된다.
모색에 따라 팬더, 실버 미트, 시나몬, 세이블 등 10여 종이 있다. 가격은 20만~50만원 대. 국내에서 가장 많이 길러지는 것은 ‘세이블(20만원)’이다. 모색은 진한 갈색 또는 중간 갈색이며, 얼굴에 마스크가 뚜렷해 귀엽다. 가장 비싼 페럿은 몸 전체가 하얗고 눈은 검은 ‘화이트 블랙 아이(50만원)’. 수가 많지 않아 인기가 높지만 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모색은 전체적으로 하얗지만 등에 갈색 또는 검정색 줄무늬가 있는 브라치나(28만원)나 화이트 블랙아이 마크드(38만원)로 아쉬움을 달래는 애호가도 많다. 하얀 모색에 눈이 빨간 알비노(28만원)은 애완용 고슴도치와 마찬가지로 외국과 달리 국내에선 인기가 높지 않다.

페릿 수입업체 인터쥬(www.interzoo.co.kr) 김덕현 대표는 “페릿은 재롱이 많고 사람을 잘 따르면서도 귀찮게 하지 않는다”며 “가정 번식이 되지 않아 전량 새로 분양 받아야 하는데도 2000마리 넘게 보급됐다는 것은 페럿이 공간이 협소한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된 현대인들에게 최적의 애완.반려동물이란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자랑했다.

사진은 페릿 마니아 문혜원양(18.서울 홍제동)이 시나몬 종 페릿 '핑이'와 다정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김현/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