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완동물은 가고, 반려동물이 왔다.
기사입력 [2006-09-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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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반려동물이라 불러주세요.”
그간 취재 과정에서 만난 국내외 동물 애호가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요청해오고 있다.
‘반려동물(伴侶動物)’. 최근 매스컴 등을 통해 조금씩 들려오고 있지만 아직 낯선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기존 ‘애완동물(愛玩動物)’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반려동물은 영어로 ‘컴패니언 애니멀(Companion Animal)’을 우리 말로 풀어놓은 것이다. 말 그대로 ‘인생의 동반자적 역할을 하는 동물’을 말한다.
애완동물(Pet)’이 ‘사람이 일방적으로 사랑을 베푸는 장난감 같은 존재’란 의미를 내포했다면 반려동물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며 사랑을 주고 받는 동등한 존재’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세계적 동물 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 박사의 80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the human-pet relationship)’를 주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주창된 이래,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서히 일반화되고 있는 용어다.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개, 고양이, 새 등 그 동안 ‘펫(Pet)’이라고 일컬어져 온 동물들에 대해 그들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컴패니언 애니멀’이라 부를 것을 제안했다. 여기엔 승마용 말도 포함됐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동물을 인간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생명체로 대우하는 것에서 출발하게 된다. 따라서 인간이 사랑을 베푼다는 우월감으로 그들을 일방적으로 구속하고 강제해선 안되며, 우리도 그들에게서 무언의 도움을 받고 있음을 깨닫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바로 여기서 요즘 사회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동물보호’나 ‘동물권’이란 새로운 관점이 탄생하게 됐다.
그럼, 반려동물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상기 심포지엄에서 반려동물을 거론할 때엔 개 등으로 그 범위를 한정했다. 이는 반려동물이 일정한 지능을 갖추고, 사람과 동물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동물로 국한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요즘 동물 애호가들은 “반려동물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동물”이라며 그 범위를 넓힐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즉 어류, 갑각류, 거미류, 곤충류, 파충류, 양서류 등 사람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키우고 있는 모든 동물이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 애어 동호회 담뽀뽀(www.dampopo.com) 회원들은 “어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며 “어류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이들을 통해 우리가 개, 고양이 못잖은 ‘뭔가’를 얻을 수 있는 만큼 반려동물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역설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어류 등은 인간이 일방적으로 사육할 뿐 주인을 인식한다든가, 서로간의 뚜렷한 상호작용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적 의견도 만만찮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것은 아직도 반려동물에 대한 이론 정립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다만, 햄스터, 기니아픽, 토끼, 페럿, 고슴도치 등의 포유류의 경우 대체로 반려동물로 인정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반려동물의 외연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www.kaap.or.kr) 이원복 대표는 “어떤 동물을 반려동물로 정하느냐를 떠나 모든 동물은 숭고한 생명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그들에게 최소한의 자유와 권리를 줘야 한다”면서 “동물을 기른다는 것은 그들의 자유를 빼앗는 대신 인간이 만족감을 얻게 되는 만큼 그들의 동물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인간이 해줘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못박았다.
사진은 '크리너 새우(Cleaner Shrimp)'가 스스럼 없이 주인의 손을 청소해주는 모습. 우리는 이 사진을 보며 사람과 새우간의 반려자로서의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디즈니 만화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에 붙은 각종 병균들을 깨끗이 청소해주던 바로 그 새우다. (김현/news@photoro.com. 사진_담뽀뽀 '민이아빠') 이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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