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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어인들,"실지렁이 어디 없소?"

기사입력 [2006-09-26 17:44]

애어인들,

‘실지렁이 어디서 구하죠?’

요즘 각 애어(愛漁) 동호회 게시판엔 실지렁이를 애타게 찾는 동호인들의 글이 자주 눈에 띈다.

최근 국내 최대 물고기 유통상가인 청계7가 물고기 상점에서 실지렁이 구입하기가 갑자기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빚어진 기현상이다.

실지렁이는 물고기를 키우는 애어인들에겐 필수품이다.
초소형어인 네온 테트라부터 대형어인 프론토사에 이르기까지 어종에 상관없이 즐겨먹는 먹이다. 가루형 물고기 사료가 인스턴트 식품이라면 생먹이인 실지렁이는 웰빙 식품인 셈이다.
특히, 남미산 메기의 일종인 코리도라스를 키우는 동호인들 사이에선 실지렁이가 ‘산란의 묘약’으로 알려져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실지렁이는 대체로 생활 하수가 흐르는 진흙탕에서 산다.
따라서 실지렁이를 구입하면 우선흐르는 물로 계속해서 씻어내 더러운 물을 다 빼낸다. 그 다음 깨끗한 물을 넣은 통에 담아 산소를 공급해주면서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먹이로 공급하게 된다.

실지렁이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실지렁이가 있다고 알려진 몇몇 수족관엔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일부 애어인들은 가게 문 열기 전인 아침 일찍부터 가게 앞에 대기하는 등 실지렁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하다. 가격도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것이 상인들의 귀띔이다. 실제로 최근 실지렁이를 구입해 본 애어인들은 예전에 2000~3000원에 밥 공기 하나였던 것이 5000원이나 줘야 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더욱이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실지렁이 구하기가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 일부 애어인들은 이를 비축하기 위해 사재기도 불사할 태세다.
그래서 애어인들은 실지렁이를 구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구한 뒤 아이스박스 등에서 우유나 설탕 등을 급여해가며 정성들여 사육(?)하는 실정이다.

실지렁이가 품귀현상을 빚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물이 깨끗해진 탓이 가장 크다. 즉, 실지렁이의 서식처인 더러운 물이 환경정화와 개발 등으로 서울 인근에선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애어전문가인 양기남 구피뱅크(www.guppybank.co.kr) 대표는 “실지렁이의 보고(寶庫)였던 중랑천이 하천 정화 사업으로 깨끗해지면서 잉어나 붕어는 뛰놀지만 실지렁이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면서 “현재 김포, 고양 등지의 미개발지에서 제한적으로 나오는 실지렁이도 이들 지역이 개발되면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애어동호회 담뽀뽀(www.dampopo.com) 회원 임석종씨(닉네임 비올라)는 “실지렁이는 먹이반응이 좋고 가격도 싸서 아주 좋은 생먹이였는데 이젠 ‘금먹이’가 돼버렸다”며 “실지렁이를 대신할 새로운 생먹이를 찾아야 할 듯한데 마땅한 것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사진은 어항에 설치된 급여통에 몰려와 열심히 실지렁이를 빼먹고 있는 구피와 코리 등 열대어들. (김현/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