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한경제발전협회와 중국경제신문사가 2007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를 앞두고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중국 네티즌들을 상대로 ‘한류의 모든 것’이라는 조사를 해 본 결과, 1500여명의 중국인(홍콩 및 대만인 포함)들은 ‘엽기적인 그녀, 연속극, 애국, 한글, 불고기, 성형수술, 그룹가수, 서울, 한국요리, 김치’를 한국의 10대 키워드로 꼽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문화콘텐츠로는 유일하게 단일항목으로 선정됐다는 점.
2001년 개봉 당시 모든 기록을 갱신하며 전국 420만 관객을 동원한 ‘엽기적인 그녀’는 한류붐을 아시아로 수출돼 홍콩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고 중국에 정식 DVD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따오반(불법 해적판)’으로 1억장 이상 넘게 팔려 나가는 등 중국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바 있다.
특히, 중국 내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은 단순한 영화 한 편의 흥행에 머물지 않고 중국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발전하며 재생산됐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영화 속 장면인 여자 친구의 하이힐과 남자 친구의 운동화를 바꿔 신는 연인의 모습이 목격되기도.
‘엽기적인 그녀’를 제작한 신씨네 측은 “현재까지도 중국 내 여성들 사이에서 ‘엽기적인 그녀’ 따라하기가 이어지며 중국 내 문화 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면서 “이는 기존 중국에서 보지 못했던 ‘주도형’ 여성 캐릭터와 ‘순종형’ 남성 캐릭터의 등장에 14억 중국인들이 열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중국내 활약상은 잘 개발된 하나의 문화 컨텐츠가 폭발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이렇다할 후속 콘텐츠 개발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 ‘매트릭스’를 비롯 ‘해리포터’ 등 성공한 헐리우드 원작들은 발 빠른 후속작 개발과 프랜차이즈화를 통해 전략적으로 세계 문화 시장을 잠식해 가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박성모/news@photoro.com) 이전글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