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세상>의 김상경, 한국의 <레옹>을 표방하고 나섰다. 차가운 킬러와 나이어린 소녀의 교감을 그린 내용으로 1998년 전세계를 강타한 뤽베송의 <레옹>. 지극 정성으로 마틸다를 보살폈던 둥근 안경의 고독한 킬러 레옹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조용한 세상>의 김상경이 또 한번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레옹과 정호는 극 중 캐릭터가 매우 닮아있다. 19살 때 연인을 살해당한 레옹의 쓰라린 과거는17살 때 첫 사랑을 잃어버린 정호의 상처와 통하는 부분이다. 또한,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 레옹이 살려달라고 말하는 간절한 눈빛의 마틸다에게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주게 되는 것처럼 정호 역시 숙부의 간곡한 부탁으로 어린 소녀의 위탁보호를 억지로 맡게 된다. 두 사람은 모두 생면부지의 어린 소녀와 한 집에서 살아가면서,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조금씩 교감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닫아버린 정호는 수연의 맑은 눈동자에 옛 사랑을 떠올리며 자신의 세계를 깨고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레옹>에서 묘한 로리타 콤플렉스를 떠오르게 했던 마틸다(나탈리포드만)가 있다면, <조용한 세상>에는 박수연(한보배)이 정호의 마음을 파고든다.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11살 소녀 곁에는 의식불명이 된 어머니 뿐, 돌봐줄 가까운 친척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수연이는 전혀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정호와의 생활을 시작한다.어린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은 수연이가 가진 상처에서 비롯된다. 똑 같은 상처를 가진 정호와의 만남. 수연과 정호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며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수연에게 그림자 같은 존재였던 정호는 소녀를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되지만, 그 순간 두 사람은 모두 위험에 빠지게 된다. 레옹이 마틸다를 위협하는 마약 밀매업자들에게 맞서서 희생을 무릅쓰는 것처럼, 정호는 연쇄실종사건의 다음 표적이 된 수연이 사라지자 힘겹게 찾아 나선다. 그 소녀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임을 아는 정호는 스스로 택했던 ‘조용한 세상’을 깨고 나오게 된다. <조용한 세상>은 숨바꼭질 같은 미스터리영화의 치밀한 구성과 뜨거운 감동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12월, 관객들의 가슴을 달굴 예정이다. (김기현/news@photoro.com. 사진_프라임) 이전글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