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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장면>-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기사입력 [2006-11-02 14:58]

<추억의 명장면>-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배창호 감독의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가 만들어진 1984년은 한국영화의 침체기였다.

5공정권의 무지막지한 검열과 정치적 개입으로 영화인들은 제 목소리를 잃었다.

소재와 표현에 제한을 받은 영화 제작자들이 손을 뻗은 곳이 에로티시즘 멜로영화.

80년대 중후반 국내 영화관엔 제목만 봐도 낯뜨거운 에로물이 활개를 쳤다.

84년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릎과 무릎사이> <밤마다 천국> <훔친 사과가 맛있어> <산딸기 2> <애마부인 2> 등이 이 해에 만들어졌다.

이런 에로물 홍수속에서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참으로 신선한 영화였다.

박완서의 한국일보 연재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전쟁으로 이산가족이 된 자매 이야기다.

언니인 수지(유지인)는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여자이고, 동생인 오목(이미숙)은 짓밞히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순수한 여자다.

영화는 두 자매의 심적갈등과 삶의 질곡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배창호 감독은 멜로드라마의 속성으로 인식됐던 표피적인 인물성향과 사건위주의 드라마 전개방식에서 탈피, 삶의 내면을 구체적으로 그리려고 애썼다.

특히 지고지순한 여인에서 독기 가득한 여인까지 폭넒은 연기폭을 자랑하던 이미숙의 눈물나는 연기가 돋보인다.

이미숙은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석권했다.

불황기에 그것도 시대조류에서 벗어난 작품으로 그해 서울관객 13만명을 동원해 흥행면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김대호/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