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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비 스토리] `나의사랑 나의신부`

기사입력 [2018-01-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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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이명세 감독)는 보통의 남자와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게 되는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동화처럼 담아낸 영화입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박중훈과 고() 최진실이 남녀 주인공을 맡아서 너무나 잘 어울리는 커플 연기를, “로맨틱 코미디란 이런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의 개봉 시기가 12월말이었습니다. 이름하여 신정 특선프로였는데, 당시 극장가에는 할리우드 영화 다이하드2’사랑과 영혼이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그야말로 대박을 치고 있었습니다. 너도나도 이 두 편의 영화를 보겠다며 연말연시 극장가로 쏟아져 나오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속된 표현으로 맞짱을 뜨듯이 연말 극장가에 간판을 내건 겁니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흥행 대결을 펼치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지요. 그저 그 두 편의 영화를 봤다면, 그 다음으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한번 봐달라는 정도의 추파(?)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 추파전략은 제법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다이하드2’사랑과 영혼에는 못미치지만 그 틈새에서 무려 20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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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여주인공 미영(최진실)이 급성 맹장염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장면을 찍고 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이명세 감독의 두 번째 영화였습니다. 이 감독은 배창호 감독의 조감독으로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황진이등의 영화작업에 참여해오는 동안 선배 배 감독으로부터 될 성 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80년대 한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던 배 감독의 이같은 평가에 영화계의 관심도 덩달아 이 감독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지요. 때문에 이 감독의 데뷔작으로 개그맨이 결정되고 촬영을 시작한 뒤에는 궁금증을 참지 못한 영화관계자들과 취재 기자들이 촬영현장을 자주 찾았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 개그맨은 일반적인 예측을 크게 벗어났습니다. ‘개그맨에는 이전의 한국 영화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험적인 형식들이 가득했습니다. 이야기도 독특했습니다.

찰리 채플린을 연상케하는 삼류 캬바레 개그맨(안성기)과 변두리 이발소 주인(배창호), 그리고 묘령의 여인(황신혜) 등 세 명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총을 들고 은행, 슈퍼마켓, 전당포, 옷가게 등 가리지 않고 마구 텁니다. 조지 거쉰의 섬머타임이 흐르는 가운데 변두리 이발소 내부풍경을 롱테이크로 담아내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냈습니다. 여러 장르의 영화 형식들이 혼재된 듯한 장면들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다가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갱스터 무비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꿈이었음이 밝혀집니다긴장하며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이 마지막 장면에서 그만 허무해지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이 감독은 전통적인 영화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독특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내 개그맨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대부분의 관객은 ‘B급 코미디라거나 어설픈 영화라는 식으로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영화 흥행 역시 크게 실패했지요.

 

그러나 훗날 개그맨은 장르영화의 문법을 탈피한 자유로운 형식의 새로운 영화로 주목받았습니다. 심지어는 개그맨 매니아집단이 생겨났으며, 이들에 의해 개그맨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칭송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개그맨의 상업적 실패가 자칫 이 감독의 영화인생을 어렵게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감독으로서는 자신이 상업적으로도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해보일 필요가 있었지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영화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감독 자신의 필요라기보다는 이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하는 제작사(삼호필름)의 요구였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래선지는 몰라도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쉽게 접근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심지어는 영화를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 설명하는 친절까지도 보여주었지요. 예를 들어 첫 번째 에피소드 사랑이란? 한 송이 장미처럼 아름다운 것에서는 남자 주인공 영민(박중훈)이 연인인 미영(최진실)에게 처음 프로포즈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아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는 것은에서는 부산 해운대로 신혼여행을 떠난 영민과 미영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들이 펼쳐졌습니다. 이후에도 ‘I love you' 라든지 ’Sad Movie' '남자란 무엇일까등의 제목을 붙여 에피소드들을 펼쳐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일상적인 사건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잡아내면서 주인공들의 독백을 만화처럼 말풍선에 자막으로 처리한다든지 영상에 그림을 집어넣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영화적 재미를 주려고 했습니다.

특히 장면 하나 하나를 얼마나 공을 들여 찍었는지, 영화 좀 볼 줄 안다는 관객들은 저마다 이 감독의 연출 디테일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영민과 미영이 신혼생활을 꾸려가는 파스텔톤의 신혼방, 또 노란 낙엽이 세상을 온통 뒤덮은 공원의 빨간 벤치, 영민의 일터로 꾸며진 아기자기한 출판사 공간 등 이 감독은 세트에서의 촬영으로 관객을 따뜻한 꿈의 세계로 인도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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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오른쪽 안경쓴)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촬영을 상당 부분 세트에서 진행했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작가지망생 영민(박중훈)은 대학동창인 미영(최진실)과 결혼합니다. 신혼 초에는 미영이 영민의 도시락밥 위에 콩자반으로 I LOVE YOU를 새겨넣는 등 달콤한 신혼을 즐기기도 하는데요, 어느날 미영이 옛 직장상사(송영창)와 만나는 것을 보고 영민은 그녀의 옛 애인인 줄로 오해하게 됩니다.

질투를 느낀 영민은 선배인 최작가(김보연)를 유혹하는 등 걸핏하면 미영과 다투는 일이 잦아집니다. 그러자 미영도 지난 날의 추억에 사로잡혀 낯선 도시로 탈출을 감행합니다. 두 사람의 신혼생활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게 되고, 마침내 영민의 신춘문예 소설 당선 축하파티가 열리던 출판사에서 두 사람은 크게 싸우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미영이 급성 맹장염으로 입원하자 혼자 집을 지키던 영민은 미영의 빈 자리를 새삼스럽게 발견하고 문득 병원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세월이 한참 흘러 영민과 미영은 두 아이를 둔 30대의 부부가 됩니다. 곤히 잠든 미영과 아이들 옆에서 영민은 낡은 앨범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지난 날의 사랑을 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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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개그맨'의 상업적 실패를 두번째 연출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만회한 이명세 감독.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도 영화와 꿈이, 또는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듯한 장면이 여러번 나옵니다만 관객들은 개그맨의 경우와는 달리 아주 따뜻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극장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영화를 보고 나오는 젊은 남녀 관객들은 행복한 미소를 가득 머금고 극장을 나섰습니다. 연말연시, 한 겨울이었지만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렇게 따뜻했습니다. 온기가 넘치는 영화로 자리매김했던 겁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지난 2014년 조정석과 신민아를 주연으로 리메이크되어 또한번 관객을 만났습니다. 리메이크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역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215만명의 관객동원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대학로에서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공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편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나왔습니다만 영민과 미영 역에는 박중훈과 최진실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최진실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쁜 메이크업 대신 소박하고 수수한 메이크업을 자청, 영화 속의 미영 캐릭터를 빛나게 했습니다. 참 훌륭한 배우였습니다.

 

다시한번 그녀가 하늘나라에서 편안한 안식에 들었기를 빌어봅니다. (이창세/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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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주역들. 박중훈(왼쪽), 최진실(오른쪽), 이명세 감독(앞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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