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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극장] `연기를 놀이하듯 즐기는 배우, 전도연`

기사입력 [2018-02-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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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 Too) 캠페인으로 칸의 여왕전도연을 낳았던 영화 밀양’(2007, 이창동 감독)이 새삼스럽게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미투캠페인은 SNS에 자신의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백함으로 그것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죠.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베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실을 밝힌 여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201710월에 처음 제안하면서 시작된 캠페인입니다. 캠페인 시작한 지 하루만에 무려 8만여명이 ‘#미투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성폭행 사례를 폭로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는 각계로 미투캠페인이 확산되었고, 급기야는 미국국가대표 체조 팀 닥터 래리 나사르 박사의 성추행 파문이 알려지면서 최근 미국연방법원에서는 그에게 40~175년의 형을 선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우리나라에서도 버젓이 일어났던 겁니다. 현직 여검사가 8년 전에 선배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고백(미투)하면서 밝혀진 건데요,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전 법무무 검찰국장이 어느 대형교회에서 믿음없이 살아온 죄많은 인생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셔서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린다며 간증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오르면서 영화 밀양의 복사판이라는 누리꾼들의 비아냥이 일고 있는 겁니다.

미투당사자인 현직 여검사는 가해자가 최근 종교에 귀의해 회개하고 구원받았다며 간증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회개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해야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며 입장을 밝혔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영화 밀양은 전도연에게 칸영화제(2007)의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남편을 잃고 아들과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와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며 정착해가던 여주인공이 전도연의 역할이었습니다. 동네 주민들과도 잘 지내던 어느날 아들이 유괴되어 주검으로 발견되자 그녀는 넋이 나간 모습으로 울부짖습니다. 다행히 동네 사람들의 권면으로 그녀는 신앙심에 의지해 삶을 추슬러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들을 죽인 유괴살인범을 신앙심으로 용서하기 위해서 교도소로 찾아가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 유괴살인범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그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교도소에 들어와 하나님을 영접하게 되었고, 제가 지은 죄를 엎드려 회개하니까 그분께서 용서해주셨습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그녀는 당혹감과 분노를 억누르고 다시 묻습니다. “하나님이 용서해 주셨다구요?” 유괴살인범의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 눈물로 회개하고 용서받았습니다. 그리고나서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그녀는 교도소 면회실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내가 그 죄를 용서하기 전에 누가 그 죄를 용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그만 혼절하고 맙니다.

 

바로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초월적 가르침이 신앙적으로 승화되지 못하는, 용서가 갖고 있는 인간적 고통의 참혹함을 처절하게 연기해냈습니다. 이창동 감독이 진폭이 큰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배우라고 평했던 것처럼, 그렇게 그녀는 '밀양'에서의 열연으로  칸의 여왕'에 등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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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영화 '접속'에서 열연하는 전도연

 

전도연은 칸 영화제 시상식 무대에 올라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아들고는 환하게 웃음지었습니다. 이른바 월드스타의 대관식 무대인데, 감격에 겨워 눈물 한 방울 정도는 흘려줄 줄 알았는데, 더군다나 심사위원장인 알랑 들롱이 누구입니까?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남배우로 전세계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던 레전드와 같은 그에게 트로피를 건네받으면서 감격의 눈물이 아닌 여유넘친 웃음으로 무대를 휘어잡다니요.  

 

이게 바로 전도연의 힘입니다. 그런가하면 그해 말 세계적인 영화잡지인 버라이어티에서 선정한 ‘2007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아티스트 50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만 그녀는 이 사실을 별로 내세운 적이 없습니다. 그저 외신으로 보도되면서 알려졌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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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전도연 인터뷰(스포츠코리아 사진DB) 

 

배우 전도연의 가장 큰 무기는 무정형 내면의 폭발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껏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스테레오 타입의 연기를 펼쳐보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처음 연기에 입문하던 시절에야 본인이 배역을 결정하던 때가 아니었으므로 감독이나 PD의 연출지시에 따라야 했습니다만 이후 스스로 출연작을 선정하면서부터는 연기에 남다른 승부욕을 불태웠습니다. MBC TV드라마 우리들의 천국’(1992)종합병원(1994) 등에 이어 신인 티를 막 벗어날 무렵인 1995KBS TV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 여주인공 하희라 동생 역으로 발탁되었을 때, 연출자인 전산PD를 찾아와 캐릭터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5시간 동안이나 피력했던 것은 방송가에서 잘 알려진 일화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오늘을 있게 한 영화 접속’(1997, 장윤현 감독)과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당시 제작사(명필름)에서는 PC통신을 통해 소통하는 신세대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신선한 이미지의 여주인공을 찾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여배우들을 오디션하고 있던 중에 전도연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오디션 하겠다며 찾아온 그녀를 본 제작사의 심재명 대표와 장윤현 감독은 그 자리에서 그녀를 낙점했습니다. 청반바지를 입고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민낯으로 나타난 그녀를 보고, 청초하고 수수한 매력의 여주인공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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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청바지를 입고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민낯의 전도연.

 

그런데 여기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사실 전도연은 우연히 접속10장짜리 시놉시스를 보고나서 자신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오디션에 나서기 전에 더욱 깊이 캐릭터를 연구했고, 결국 나름대로의 여주인공 이미지를 만들어 오디션에 나섰던 겁니다. 그걸 장 감독이나 제작사에서는 바로 이 사람이라며 그녀를 캐스팅했던 거죠.  

 

그리고 전도연은 장 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습니다. 상대역인 한석규 또한 연기에 관한 재능을 타고난 데다 열정까지 갖춘 여배우라며 탄복을 금치 못했지요. ‘접속의 결과 또한 흥행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며 그해 한국영화의 최고로 평가됐습니다. 전도연 역시 영화계에서 배우로서 새롭게 포지셔닝됐음은 물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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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내 마음의 풍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   

 

접속에 이어 출연한 약속’(1998, 김유진 감독)에서는 조직폭력배 보스와 사랑에 빠지는 겁 없는 여의사로 나와 관객들의 눈물을 쏙 뺐습니다. 이렇게 '접속'과 '약속에 연이어 출연했을 때만 해도 그녀에게는 멜로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이 자연스럽게 붙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가 내 마음의 풍금’(1999, 이영재 감독)해피엔드’(1999, 정지우 감독)였습니다. 이전 작품인 접속이나 약속과는 완전히 다른 컬러의 영화였지요. ‘내 마음의 풍금에서는 시골초등학교에 부임한 총각선생님을 사랑하는 열일곱살 늦깎이 초등학생으로, ‘해피엔드에서는 남편을 두고 정부와 불륜에 빠진 애엄마 역할을 깜짝 놀랄 만한 연기로 그려냈습니다. 특히 해피엔드에서는 웬만한 여배우라면 상상조차 못할 노출연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내 관객은 물론 영화관계자들까지도 전도연의 내공에 혀를 내둘렀습니다. 당연히 두 영화 모두 전도연이 있었기에 성공한 영화라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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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SBS 기획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현직대통령의 딸인 외교관 재희역의 전도연.

 

전도연은 늘 그랬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도 그녀가 보여준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 이재용 감독)나 '너는 내 운명'(2005년, 박진표 감독)처럼 대중의 커다란 환호를 받는 영화도 있었고,때로는 소수의 매니아들로부터만 박수를 받는 영화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녀는 스스로 출연을 결정한 작품에 대해서는 책임을 졌습니다. 내용과 장르에 관계없이 자신이 선택한 이상 그만한 성과를 내야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내지는 강박을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전혀 그러한 부담을 갖지 않았습니다. 이윤기 감독과 멋진 하루’(2008)남과 여’(2016)를 작업한 것이나 박흥식 감독과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0)인어공주‘(2004), 또는 협녀, 칼의 기억‘(2015)을 함께 작업한 것에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비록 흥행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녀는 물론 그녀와 함께 작업한 감독들에게는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던 겁니다 

 

그렇게 그녀는 늘 자유로웠습니다. 연기를 놀이하듯 즐겼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연기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상 광대인 거지요.

 

밀양으로 칸의 여왕이라며 칭송을 들을 때, 그녀가 감격의 눈물 대신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요.  “내 스스로 여전히 보여줄 게 많은 배우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을 뿐이라는 그녀의 소회가 바로 배우 전도연의 내공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인 표현에 다름아닙니다.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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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에서 다방레지 은하역의 전도연이 심수봉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을 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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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영화 '너는 내 운명', 김석중(황정민 분)과 전은하(전도연 분)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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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8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광장에서 진행된 '스크린 쿼터 사수 궐기대회'에 참가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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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3회 대종상 영화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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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전도연이 아들과 함께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신애 역을 맡아 열연한 '밀양' 제작발표회(위)와 시사회(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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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영화 '밀양'으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과 수상 토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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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칸의 여왕 전도연이 특별상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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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9일 서울 문화관광부 장관실에서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아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부터 훈장을 수여받고 있는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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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 2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화려한 핑크빛 패션으로 레드카펫을 밟으며 시상식장으로 들어서는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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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27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영화 `밀양`으로 여우연기상을 수상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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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제2회 아시안필름 어워즈(Asian Film Awards)’에 참석하고 있는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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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한국영화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열린 영화인 핸드프린팅 행사에 참석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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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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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영화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 제작 스폰지이엔티, 영화사 봄)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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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매거진 ‘하퍼스 바자’의 한국판 화보를 촬영하는 전도연(사진제공_하퍼스 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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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식에 참석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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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프랑스의 밤` 행사에서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훈장인 기사장(슈발리에)을 받은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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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영화 ‘하녀’(감독 임상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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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영화 ‘하녀’(감독 임상수) 시사회에 참석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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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는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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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2회 대한민국 서울문화예술대상’에 참석해 대상을 수상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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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 제작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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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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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7회 올해의 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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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화 `남과여` 시사회에 참석한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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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52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레드카펫을 발고 있는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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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필름페스티벌’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하고 있는 전도연과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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