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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무비 스토리] `너에게로 또다시`

기사입력 [2018-10-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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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짙은 어둠에서 서성거렸나

내 마음을 닫아둔 채로

헤매이다 흘러간 시간

잊고 싶던 모든 일들은

때론 잊은 듯이 생각됐지만

고개 저어도 떠오르는 건

나를 보던 젖은 그 얼굴

아무말 없이 떠나버려도

때로는 모진 말로 멍들이며 울려도

내 깊은 방황을 변함없이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던 너

너에게로 또다시 돌아오기까지가

왜 이리 힘들었을까

이제 나는 알았어

내가 죽는 날까지 널 떠날 수 없다는 걸

 

1990년대 초반 젊은이들은 변진섭의 노래 너에게로 또다시에 푹 빠졌습니다

사랑의 열병을 앓든, 앓지 않든 너에게로 또다시는 청춘남녀의 주제가처럼 유행했습니다. 작곡가 하광훈의 곡도, 작사가 박주연의 노랫말도 어쩌면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잘 그려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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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또다시'에는 변진섭 외에도 김민종(왼쪽)이 가수 데뷔하기 직전 출연했다.

  

이 노래를 부른 변진섭은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였습니다. 1987MBC 신인가요제로 데뷔하여 1988년에 출반한 첫 앨범 홀로 된다는 것부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젊은이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에는 앨범 판매량으로 가수의 인기도를 측정하곤 했는데, 무려 180만장이라는 앨범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한국가요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 장의 앨범에서 홀로 된다는 것을 비롯해 너무 늦었잖아요’ ‘새들처럼’ ‘내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 뿐등 여러 곡들이 동시에 빅히트를 기록한 것이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놓았지요


그리고 이 여세가 미처 진정되기도 전에 변진섭은 2집 앨범을 거듭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 역시 한두 곡이 아닌 여러 수록곡들이 모든 가요차트의 상위에 랭크되었습니다. ‘변진섭 현상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거리에서나 카페에서나 변진섭의 노래들이 쉼없이 흘러나왔습니다.

너에게로 또다시가 바로 2집 앨범의 수곡이었습니다. ‘희망사항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숙녀에게’ ‘로라등도 함께 담겨 있었지요. 변진섭의 팬들은 물론 일반 대중조차 변진섭의 히트곡 한두 개를 모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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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감정을 막 쌓아가기 시작한 최수종(오른쪽)과 하희라(왼쪽)는 '너에게로 또다시'에서  실감나는 멜로연기를 펼쳐냈다.

  

영화계에서도 이런 변진섭을 그냥 둘 리가 없었습니다. 여러 영화기획자들이 변진섭을 영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진 애를 썼습니다. 과거에도 이른바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들을 출연시켜 영화를 제작해 재미를 본 적이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남진, 나훈아의 라이벌 구도로 뜨겁던 70년대에는 두 가수를 주인공으로 출연시켜 제작된 영화가 70~80편에 이를 정도였지요


그중에서도 특히 기러기 남매’(1971, 최인현 감독)에는 남진과 나훈아 두 가수가 나란히 주연을 맡아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워낙 라이벌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이라 여주인공 문희와의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두 사람은 출연 비중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두 사람의 출연 분량을 맞추느라고 시나리오작가가 몇 차례나 바뀌기도 했지요. 결국 베테랑인 신봉승 작가가 둘 다 똑같은 출연 분량으로 맞춰 시나리오를 써낸 뒤에야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은 영화 포스터에도 똑같은 크기로 얼굴이 나오도록 했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제가도 똑같이 두 곡씩 부르는 것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변진섭의 인기도 70년대의 남진 나훈아 못지 않았으니까 영화계의 스카웃 경쟁은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계의 집요하고도 끈질긴 구애에 변진섭은 의외로 냉담한 반응이었습니다. 영화배우로 나서는 것 자체를 별로 내켜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점잖게 고사했습니다. “연기에는 자신이 없다면서요. 


결국 영화관계자들은 변진섭을 남진이나 나훈아처럼 주연배우로 스카웃하는 걸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변진섭을 영화로 끌어들이는 기획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어느 영화기획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변진섭으로 하여금 영화출연 제안을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바로 영화 속에서 가수 변진섭으로만 출연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가수 박남정을 영심이’(1990, 이미례 감독)에 출연시킬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만 변진섭의 출연조건은 별다른 대사 없이 무대 위에서 가수로써 노래하는 장면으로 국한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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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구었던 변진섭은 영화계의 숱한 출연요청을 모두 고사하고, 자신의 히트곡 '너에게로 또다시'에서만 가수 변진섭 역으로 출연했다.

  

영화 너에게로 또다시’(1991, 심재석 감독)는 이런 배경 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변진섭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려던 계획이었으나 결국 이 역할은 최수종에게 맡겨졌습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의대생 역할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하희라로 결정됐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여주인공 캐스팅 과정에서 최수종이 심재석 감독에게 하희라를 적극 추천했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최수종과 하희라는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1990, 조금환 감독)를 막 끝낸 후였는데, 이 영화에서 교생선생님과 여고생으로 출연한 두 사람의 연애감정이 막 생겨나려던 시점이었다는 거지요.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 최수종과 하희라의 멜로 장면은 거의 NG 없이, 매우 사실적으로 찍혔습니다. 서로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늘 사랑이 뚝뚝 묻어났으니까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할 때나 잠시 촬영을 쉬고 있을 때도 두 사람의 모습은 늘 연인 모드였습니다. 당시 촬영현장을 함께 했던 스태프들 대부분이 두 사람의 연애를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으니까요.

훗날 최수종도 여러 방송의 예능프로그램이나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너에게로 또다시를 함께 촬영하면서 공식커플이 되었음을 밝히곤 했지요. 실제로 영화 속에서도 두 사람은 변진섭의 노랫말처럼 사랑했으나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가 마침내 다시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 러브스토리를 펼쳐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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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또다시'에 출연한 변진섭의 촬영장면.

 

너에게로 또다시에는 변진섭 외에도 김민종이 하희라의 남동생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때까지는 김민종이 가수활동을 시작하기 전이었지요. 그저 야인으로 노래 잘하는 배우정도였는데, 1년쯤 지나 정식으로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지요. 김민종은 그 후 배우와 가수를 겸업하면서 만능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오고 있습니다


한편 의대생인 주인공 최수종이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현장을 기웃거릴 때, 이 영화현장을 지휘하는 영화감독 역할은 문여송 감독이 맡았습니다. 70~80년대 진짜진짜 잊지마류의 이른바 하이틴무비 시대를 이끌던 문 감독이 기꺼이 후배 감독과 배우들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선 것이었지요. 


또 이 영화에는 1세대 개그맨 전유성도 잠깐 등장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캐릭터와 어울릴 법한 도사역할이었는데, 영화 속에서 하희라의 엄마(김형자)에게 궁합사주를 봐주는 연기를 그럴싸하게 해냈습니다


이처럼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지닌 영화였습니다만 아쉽게도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변진섭을 앞세우고, 최수종 하희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른바 신정특선프로로 극장에 간판을 내걸었습니다만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실패했지요.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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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섭은 영화 속에서 별다른 대사 없이 가수 변진섭으로만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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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또다시'를 연출한  심재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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