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도 미용‘이라며 성형수술이 트렌드처럼 여겨지는 요즘에는 시쳇말로 얼굴에 ’칼‘ 안댄 연예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중을 상대하는 연예인들의 입장에서는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게 ’대중에 대한 예의‘라고 강변하기도 합니다. 사실 성형수술은 비단 연예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는, 보편화된 ’미용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특히 영화나 TV드라마를 통해 ‘천의 얼굴’을 표현해야 하는 배우들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선지 요즘의 영화나 TV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남자든 여자든 앞다퉈 전혀 늙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듯 합니다. 이마와 눈가 등의 주름살을 잡아당겨 팽팽하게 보이려는 시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간혹 너무 심하게 잡아당겨서 자연스런 표정을 짓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또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얼굴이나 몸매에 주름도 잡히고 뱃살도 나오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제 나이에 어울리는 얼굴과 몸매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1970년생인 김혜수는 올해로 마흔여덟 살입니다. 열 다섯 살의 나이로 TV광고 모델과 영화 ‘깜보’(1985년, 이황림 감독)에 출연하면서 연기활동을 시작했으니, 그 경력만도 33년째 접어듭니다. 의학적으로는 장담할 수 없겠으나 그녀는 33년째 자신의 얼굴과 몸매를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드러내온 배우 중의 한 명입니다. 언제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누비고 다니며 대중과 호흡을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영화 '오세암'(1990년, 박철수 감독)에서 안젤라 수녀 역을 맡았던 김혜수.
지난 2017년 11월 개봉된 영화 ‘미옥’(이안규 감독)에서 그녀는 또한번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섰습니다. ‘여성 느와르‘라는 홍보 문구에서처럼 범죄조직을 재계의 유력기업으로 키워내고 은퇴를 눈 앞에 둔 조직의 2인자이자 언더보스의 캐릭터를 선보였습니다. 범죄조직 언더보스로서의 카리스마는 물론 몸을 던져 펼친 역동적인 액션 연기까지 과시하며 팬들의 시선을 모았습니다. 특히 은발 반삭의 헤어스타일과 독창적인 의상의 비주얼 변신을 앞세워 “매수 아니고 협상도 아닙니다. 협박입니다”라며 차갑게 대사를 날리는 장면에서는 김혜수의 또다른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미옥’이 영화적인 완성도면에서는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여주인공 김혜수의 색깔만큼은 단연 압권이었다는 게 비평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미옥’에 함께 출연했던 이선균, 이희준 등의 후배 배우들 역시 “역시 김혜수 선배”라며 엄지를 치켜들었지요.
김혜수는 ‘미옥’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느와르풍의 영화 ‘차이나타운’(2015년, 한준희 감독)에서 음습한 차이나타운의 뒷골목을 지배하는 보스이자 ‘엄마’라는 캐릭터를 그려낸 적이 있었습니다. 흉악한 범죄도 일상이 되는 거칠고 살벌한 차이나타운에서 독하게 군림하는 ‘냉혈 캐릭터’였지요. 그런데, 이때 김혜수는 다분히 정적인 캐릭터의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고 화장기라고는 하나 없이 주근깨 가득한 얼굴을 만들어냈습니다. 미국의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성난 황소’(1980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서 복싱 세계 챔피언을 은퇴하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제이크 라모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27kg이나 체중을 늘렸던 것처럼 김혜수도 여배우로서 예쁘게 스크린에 비쳐지고 싶은 유혹을 과감히 떨쳐냈던 겁니다. 이처럼 그녀가 자발적으로 외모를 망가뜨리자 ‘차이나타운’에 함께 출연하는 후배 김고은 역시 태어나자마자 지하철 보관함에 버려진 인물(일영)을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동안 그녀에게는 ‘뛰어난 연기력을 지닌 배우’라는 평가가 별로 없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의 모습에서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모습에서도 언제나 그녀만의 고유한 색깔만큼은 드러낼 줄 알았습니다. 자신의 매력과 에너지로 언제나 중심을 잡고 우뚝 서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타고난 광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KBS TV드라마 '세노야'(1989년)에 출연하던 당시의 김혜수.
김혜수의 연기 인생은 데뷔시절부터 2000년까지, 그리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로 크게 둘로 나뉘어집니다. 열다섯 살 데뷔 무렵부터 조숙했던 그녀는 스무살 되기 이전에도 성인 연기를 밥 먹듯 했습니다. 작품 속의 인물이 대부분 성인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KBS TV드라마 ‘순심이’에서는 당대 최고의 훈남탤런트였던 고(故) 김주승, 정보석 등과 호흡을 맞춰 시골에서 상경해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성숙한 모습을 연기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몇 년 전에 인기리에 방영됐던 TV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순심이’를 보는 성동일 가족의 모습을 통해 당시 ‘순심이’의 인기를 가늠케 했지요.
90년대 그녀는 영화와 방송을 오가며 분주하게 연기 활동을 펼쳤습니다. 꽤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이는 연기에 임하는 그녀의 성실한 태도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그녀는 많은 작품의 관계자들로부터 출연요청을 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영화로는 ‘첫사랑’(1993년, 이명세 감독)과 ‘닥터봉’(1995년, 이광훈 감독) 등이 제법 히트했고, TV드라마로는 ‘파일럿’(1993년, MBC)과 ‘사랑과 결혼’(1995년, NBC), ‘국희’(1999년, MBC) 등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김혜수의 연기 인생이 본격적으로 개화를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연기활동 외에 청룡영화상 시상식의 MC를 오래도록 맡아오고 있었으며, 또 운전면허 불법취득 사건으로 도중하차한 이승연의 뒤를 이어 ‘김혜수의 플러스 유’(1998년~2000년, SBS)라는 토크쇼를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지요. 그렇지만 배우 김혜수로서의 존재감은 영화 ‘신라의 달밤’(2001년, 김상진 감독)과 ‘타짜’(2006년, 최동훈 감독) 등을 통해서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스포츠코리아 인터뷰
특히 ‘타짜’에서의 김혜수는 매력적인 도박판의 꽃이자 위험한 여자 ‘정마담’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나, 이대나온 여자야”라는 유행어는 물론 전라 노출연기도 불사하면서 팔색조 매력을 한껏 발산했지요. 당시 내로라하는 모든 여배우들이 부러워했다는 후문이 있었을 정도로 정마담 역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로 포지셔닝됐습니다. 이 작품으로 그녀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바로 1993년 ‘첫 사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지 무려 13년만에 다시 수상의 영광을 누린 겁니다.
또 ‘도둑들’(2012년, 최동훈 감독)은 어떻습니까. ‘태양의 눈물’이라는 300억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10명의 도둑들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김혜수는 금고털이 펩시 역을 맡아서 눈부신 연기를 펼쳐보였습니다. 어찌나 그리 매력적인 도둑인지요. 배신이 난무하는 도둑들 사이에서 의리를 지닌 캐릭터라는 점 때문이긴 하지만 이미 ‘타짜’에서도 그랬지만 고급스러운 도둑의 이미지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인 김윤석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과 어우러진 ‘케미’는 결국 1천3백만 명의 관객동원 기록을 세우는 데 일조한 셈입니다.
확실히 2000년대 이후에는 영화를 통해서 그녀의 아우라가 빛났습니다. ‘관상’(2013년, 한재림 감독)에서는 관상보는 기생 연홍 역을 감칠맛 나게 그려냈고, 또 ‘굿바이 싱글’(2015년, 김태곤 감독)에서는 화려한 싱글 여배우 주연 역을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연기했지요. 오랜만의 코믹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90년대의 ‘닥터봉’을 연상케 했지요.
2004년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 25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공동 사회를 맡은 김혜수가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에서의 성취는 자연스럽게 방송으로도 확장됐습니다. KBS 2TV드라마 ‘직장의 신’(2013년)과 tvN드라마 ‘시그널’을 통해서 김혜수는 당당한 비정규직 미스김으로, 장기미제 전담팀 형사로 대세배우임을 입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대세배우로 더 멋진 작품들을 통해서 팬들과 만날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2005년 5월 20일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에서 열린 제 4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가슴선이 훤히 드러나는 의상으로 참석한 김혜수.
2005년 제 4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얼굴없는 미녀`(김인식 감독)에서 경계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해내 자신의 연기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받은 김혜수가 최우수 여자 연기상을 받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2005년 용산 CGV에서 열린 제 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개막식에서 명예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김혜수가 당당한 모습으로 무대로 걸어나가고 있다.
2005년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김혜수와 함께하는 영화 '분홍신'(김용균 감독) 이벤트에 김혜수가 극중에서 신었던 분홍신을 들어 보이면서 미소짓고 있다.
2006년 2월 17일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에서 열린 영화인과 농민들이 함께하는 FTA 반대 및 스크린 쿼터사수를 위한 연대 집회 `쌀과 영화`에서 영화배우 배두나, 김혜수, 전도연이 `아침이슬`을 열창하고 있다.
2006년 5월 25일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화 ‘타짜’(최동훈 감독)의 기자간담회에서 '도박판의 꽃'으로 불리는 설계자 정마담 역을 맡은 김혜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있다.
2006년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역의 김혜수가 이중적인 팜므파탈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나랑 일하면 BMW탄다~!’라는 애교 섞인 상징적인 대사도 유명하다.
영화 ‘타짜’에서 정마담 김혜수가 순진한 내숭녀 역할을 연기하는 장면.
영화 `타짜'에서다양한 모습의 케릭터를 보여주면서 혼신의 연기를 펼친 김혜수.
영화 '바람 피기 좋은날'(2006년, 장문일 감독)에서 윤진서 역을 맡은 김혜수의 스틸컷과 포스터.
2006년 7월 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한미FTA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궐기대회에서 영화인들이 대학로에서 광화문 열린시민광장까지 거리행진을 펼치는 가운데 김혜수가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2006년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27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타짜'에서의 열연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혜수가 트로피를 받아들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07년 이천 설봉공원 도자기 엑스포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제15회 춘사대상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한 김혜수가 세련된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열한번째 엄마'(2007년, 김진성 감독)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혜수.
2007년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진행된 '제 28회 청룡영화상' 핸드프린팅에서 김혜수(27회,여우주연상)가 핸드프린팅을 하며 미소짓고 있다.
2007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김혜수가 육감적인 가슴라인을 뽐내며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08년 8월 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올스타전` 경기에 앞서 영화배우 김혜수가 멋진폼으로 시구를 펼치고 있다.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모던보이’(2008년, 정지우 감독) 제작보고회에서 김혜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9년 7월 2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SBS 특별기획 드라마 ‘스타일’(인은아 극본, 오종록 연출)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수가 매력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2010년 스포츠코리아 인터뷰.
배우 김혜수가 2011년 10월 1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8회 대종상 영화제`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12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지현-최진혁` 결혼식에 참석한 김혜수가 파격적인 신발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 파격적인 헤어패션을 보여주는 김혜수.
2012년 7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셈광장에서 열린 영화 `도둑들` 개봉 전야 레드카펫에 참석해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김혜수.
2012년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도둑들 천만관객 카운트다운 행사`에 참석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영화 '도둑들'(2012년, 최동훈 감독)에서 금고털이 펩시 역을 맡은 김혜수.
2012년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12 유니세프 후원의 밤-장광효 자선 패션쇼`에 참석해 유니세프 친선대사 안성기(왼쪽)를 바라보는 김혜수.
2013년 김혜수 헤어패션.
2013년 스포츠코리아 인터뷰.
2013년 스페인 세고비아의 유서 깊은 마을 페드로사에서 진행된 화보촬영에서 김혜수는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돋보이는 누드톤 착시 의상을 입고 스페인 햇살을 받으며 당당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사진/코스모폴리탄 제공)
배우 김혜수가 2013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4회 청룡영화상`에 MC로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2014년 용산구 한강대교 밑 노들섬에서 SBS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 김장특집` 현장공개 행사에김혜수가 김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년 강남구 청담동 무이 플래그십 스토어 포토콜 행사에 컬러풀한 패션으로 참석한 김혜수.
영화 '굿바이 싱글'(2016년, 김태곤 감독)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김혜수.
2017년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모처럼 차분한 패션을 보여준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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