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미남배우로 장동건을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그의 이목구비는 그야말로 뚜렷합니다. 마치 조각으로 빚어놓은 듯 황금율의 균형미까지 더해 그의 얼굴에서는 광채가 나는 듯 합니다. 미남의 대명사로 불릴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실물은 카메라를 통해 보는 모습보다 훨씬 더 강렬한 아우라를 발산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 화면에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미남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데, 그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실물보다 못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사진보도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진기자들조차 ”실물처럼 사진이 찍히지 않는다“며 화(?)를 낸다는 우스개소리까지 있습니다.
오래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년, 강제규 감독)의 시사회장에서 함께 출연한 배우 원빈과 나란히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는데, 이때 사진기자들 사이에서는 “원빈은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당시 원빈은 영화촬영 직후였기 때문에 머리를 짧게 깎은 상태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원빈에겐 굴욕과도 같은 해프닝이었습니다.
‘성형도 미용’이라는 시절입니다만 장동건은 순수 자연 미남입니다. 그의 몸에 난 칼 자국이라고는 대학입시 3수 시절, 폐기흉으로 왼쪽 가슴과 겨드랑이쪽에 수술한 자국밖에 없습니다.
1990년대 데뷔 초기의 장동건 인터뷰(스포츠코리아 사진 DB)
그런데 장동건은 이처럼 엄청난 하드웨어 때문에 오히려 연기력 논란에 자주 휩싸이곤 했습니다. 발연기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워낙 출중한 외모에 견주다보니 종종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습니다. 데뷔 시절부터 주연급 역할만 주어졌지만, 연기 경력이 일천한 그의 입장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던 거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MBC TV 청춘드라마 ‘우리들의 천국’(1992년)과 ‘마지막 승부’(1994년)를 통해 신세대 인기스타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대학농구 열풍을 일으키며 평균 시청율 48%를 넘나들던 ‘마지막 승부’에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TV부문의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영화계의 ‘콜’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첫 영화는 ‘패자부활전’(1997년, 이광훈 감독)이었습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복수를 꿈꾸는 두 남녀의 좌충우돌 소동극을 로맨틱코미디로 담아낸 영화였는데, 장동건은 김희선과 호흡을 맞춰 코믹터치의 연기를 펼쳐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자신에게 따라붙는 연기력 논란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보란 듯이 그해의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으니까요. 비록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으나 영화계로서는 장동건이라는 새로운 배우를 발굴해낸 소득이 있었습니다.
200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인기상을 받은 장동건.
사실 장동건은 연기력을 갈고 닦기 위해 나름대로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설립되던 1994년에 연극원 입학을 결행했던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였지요. 제대로 연기공부를 해보겠다는 각오였던 겁니다. 이선균 오만석 문정희 등이 당시 한예종 연극원 1기 동기들입니다. 다만 당시 한예종 연극원 규정이 재학중 상업적 연기활동을 금지하고 있었던 터라 수많은 영화와 방송의 출연요청을 계속 거절할 수만은 없어서 2년만에 자퇴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주연급 역할뿐 아니라 개성 넘친 캐릭터에 도전하는 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았고, 심지어는 개런티의 많고 적음도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그의 배우인생에서 ‘연기의 개안’을 가져다준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 이명세 감독)에의 출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안성기와 박중훈이었습니다. 장동건의 역할은 박중훈의 후배 형사였습니다. 그의 필모그라피 중 최초의 조연이었는데, 그는 훗날 “이명세 감독과 안성기 박중훈 두 선배들과 함께 했던 그 영화작업을 통해 연기가 뭔지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청룡영화상의 남우조연상은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그 후 그는 인터뷰할 때마다 자신의 배우인생에서 ‘연기의 지평을 넓혀준 가장 소중한 영화’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꼽곤 합니다.
장동건은 몇 년 후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의 열연으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는데요, 청룡영화상의 역대 수상자들 중 신인배우상, 조연상, 그리고 남우주연상 등을 모두 수상한 배우로도 그의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이정재와 함께 말입니다.
2004년 제 25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장동건과 영화 '아는 여자'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나영.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영화사상 두 번째 천만관객 동원 영화입니다만 잘생긴 배우 장동건과 원빈, 두 사람이 영화 속에서 감동적인 형제애를 펼쳐보여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렸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부터 그의 연기력 논란은 완전히 사그러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MBC TV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2000년)과 영화 ‘친구’(2001년, 곽경택 감독)는 완전히 달라진 배우 장동건을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들입니다. 그저 잘생긴 배우만이 아닌 개성넘친 연기를 펼쳐보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거지요.
특히 ‘친구’에서는 친구를 배신하는 조폭 캐릭터를 맡아 깜짝 변신과 발군의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친구인 유오성과 담판짓는 대화를 나누던 중 “니가 가라 하와이”라고 하던 허스키 음색의 대사는 한동안 장안의 유행어가 되다시피했습니다. 청소년불가 등급의 영화였음에도 무려 8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 속의 ‘복고풍’의 유행을 이끌었습니다.
2005년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에서 '태극기 휘날리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장동건.
한국을 대표하는 미남배우에서 연기력까지 갖춘 배우, 명실상부한 톱스타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이제까지 별다른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말많은 연예가에서 장동건처럼 스캔들이나 루머 하나 없이 연기생활을 해왔다는 건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했다는 반증에 다름아닙니다.
때문에 지난 2010년 미녀배우 고소영과의 결혼식은 ‘세기의 결혼식’으로 일컬어지며 연예가 안팎의 풍성한 화제를 뿌렸습니다. 워낙 동료 배우들과의 유대관계가 끈끈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진 장동건의 결혼식은 영화축제장과도 같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동건과 고소영이 ‘연풍연가’(1999년, 박대영 감독)에 함께 출연하면서 인연을 쌓은 지 무려 11년만에 맺는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동료들과 팬들의 축하가 쏟아졌지요. 그리고나서 지금껏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은 톱스타로서뿐만 아니라 훌륭한 인품을 지닌 가장으로서도 대중의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장동건도 이병헌 배용준 등과 함께 2000년대부터 불어닥친 한류의 대표 배우 중의 한 명입니다. ‘패왕별희’(1993년)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중국의 세계적인 감독 첸 카이거의 요청을 받아 ‘무극’(2005년)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중국여배우 장백지와 서로 엇갈린 사랑을 그려냈습니다. 이후에도 장백지, 그리고 장쯔이 등 중국의 여배우들과 ‘위험한 관계’(2012년, 허진호 감독)를 찍었습니다. 다분히 중국시장을 겨냥한 작품이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함께 작업했던 강제규 감독의 요청으로 한-중-일 시장을 겨냥한 영화 ‘마이 웨이’(2011년)에도 출연했지요. 중국의 판빙빙, 일본의 오다기리 조 등 각 국을 대표한 배우들과 열연을 펼쳤습니다만 했습니다만 결과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영화 `무극'(2005년, 첸가이거 감독)에 출연한 장동건의 스틸 컷.
‘마이 웨이’의 출연 이후 장동건은 한동안 휴지기를 갖는 듯 보였는데요,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활발하게 연기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는 남자’(2014년, 이정범 감독)와 ‘VIP’(2017년, 박훈정 감독) 등 나름 실력파 감독들의 영화를 선택했습니다만 ‘아저씨’(이정범 감독)나 ‘신세계’(박훈정 감독)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장동건은 새로운 연기 세계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전 개봉된 영화 ‘7년의 밤’(추창민 감독)에서는 딸을 잃고 복수를 계획하는 남자(오영제)로 나와 또다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악마의 캐릭터를 그려낸 그의 연기에는 이미 비평가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연기력을 겸비한 한국의 대표 미남 배우, 한류스타, 훌륭한 인품과 행복한 가정,,,, 그에게 없는 건 뭘까요? (이창세 영화기획 프로듀서/news@isportskorea.com)
영화 `태풍'(2005년, 곽경택 감독)에 출연한 장동건의 스틸 컷.
2006년 스크린 쿼터 사수 궐기대회에서 세 번째 영화인 릴레이 시위자로 나선 장동건.
2006년 영화인 야구동호회 ‘플레이보이스’ 청백전에 투수로 출전한 장동건.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년, 장진 감독)에 출연한 장동건.
2009년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장동건.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장동건이 멋진 폼으로 시구하고 있다.
2010년 장동건 고소영 결혼식.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마이 웨이` 오픈토크에 참석하는는 장동건.
영화` 마이웨이`(2011년, 강제규 감독)의 주인공 `김준식` 역을 위해 8kg을 감량해 화제가 된 장동건 스틸 컷.
영화 ‘위험한 관계’(2012년, 허진호 감독)의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윙크를 하는 장동건.
영화 `우는 남자`(2014년, 이정범 감독)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장동건.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는 장동건.
영화 ‘7년의 밤’(2017년, 추창민 감독)의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장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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