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보고 느낄 수 있는지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조금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다.
공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늘 빛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맑은 날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마주 볼 수 있으며, 일출일몰의 장엄한 풍광과 짙은 구름을 뚫고 쏟아지듯 내리는 빛줄기에 경이로운 감동을 느낀다.
천차만별의 다양한 모습과 특성을 지닌 빛은 보는 사람에 따라 수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빛은 사진을 만들어주는 근원이자, 사진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살려주며, 사진으로 찍고 싶은 아주 매혹적인 피사체다.
이러한 빛의 다양한 성질과 특성을 이해하고, 사진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방법을 알아가는 것도 사진여행의 또 따른 매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진을 만드는 것도 빛이고, 사진을 살려주는 것도 빛이고,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도 빛이다. 평범한 빛은 평범한 사진만 만들지만, 역광이나 다루기 힘든 빛은 시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사진을 만들어준다.
사진의 기본요소인 빛, 색, 선 중에서 가장 우선되는 요소가 빛이다.
사진은 빛이 남긴 시간의 흔적이고, 빛으로 빚어지는 예술이기 때문에 빛이 없는 사진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사진을 만들어주는 것도 빛이고, 사진주제를 살려 표현해주는 것도 빛이고,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도 빛이다.
빛은 그 성격에 따라 직사광과 확산광, 산란광으로 구분된다.
직사광은 반사되거나 굴절되지 않은 빛을 말하고, 확산광은 빛이 물체를 투과하면서 난반사를 일으키며 확산되는 빛을 말하고, 산란광은 빛이 물체에 부딪혀 반사된 빛을 말한다.
또한 빛의 방향에 따라 순광, 측광, 사광, 역광으로 구분한다.
피사체 정면을 비추는 순광은 색 재현에는 좋지만, 원근감이 적어 사진이 밋밋한 경우가 많다. 피사체 측면을 비추는 측광은 입체감을 잘 표현해 주지만, 콘트라스트가 강해 사진이 거친 경우가 많다. 피사체를 45도 각도로 비추는 사광은 전체의 7할 정도가 밝고, 3할 정도가 어두워서 피사체 질감과 분위기묘사에 효과적이다. 빛이 닿는 부분과 그림자 부분의 형상을 뚜렷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명암의 균형을 이룬 감각적인 사진에 유리한 빛이다. 피사체 뒤쪽을 비추는 역광과 역사광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표현하기에 유리한 빛이다.
더불어 밝은 주제나 활기찬 분위기는 밝은 빛이, 어두운 주제나 감성적인 분위기는 어두운 빛이 유리하듯, 촬영자는 피사체 선택과 동시에 촬영상황의 빛이 어떤 성질의 빛인지, 어떤 세기로, 어떤 방향으로 비추는지를 읽어 효율적으로 활용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빛을 어떻게 사용하고 느끼는지에 따라서 사진의 의미와 느낌이 달라지고,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와 감흥이 달라지므로, 사진가는 빛의 성질과 방향, 명암, 세기, 색감, 분위기 등에 민감해야 된다.
똑같은 풍경과 똑같은 인물도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 보이는 것은 빛이 다르기 때문이다.
빛은 직진, 반사, 굴절 및 색과 색온도, 밝기와 콘트라스트 같은 물리적인 성질과 피사체 분위기와 사람의 감성까지 변화시키는 심리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물리적인 빛의 성질을 살펴보면, 첫째 빛은 직진한다. 빛은 투명체에서는 직진하고 불투명체에서는 흡수 반사된다. 빛이 반투명체를 직진하지 못하고, 연속적인 난반사를 일으키며 투과 확산되는 것을 빛의 확산이라 말한다. 둘째 빛은 반사한다. 물체는 빛을 많이 반사할수록 밝아 보이고, 적게 반사할수록 어둡게 보인다. 반사되면서 흩어지는 것이 빛의 산란이다. 하늘빛이 푸른 이유가 빛의 산란 때문이다. 셋째 빛은 굴절한다. 빛이 밀도나 질량이 다른 매질(물, 유리 등)로 들어갈 때 굴절된다. 굴절되면서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 색으로 분산되는 것이 빛의 분산이다.
그리고 빛의 파장에 따라 색온도와 색상이 달라지는데, 굴절이 큰 단파장은 색온도가 높은 푸른색을 띠고, 굴절이 적은 장파장은 색온도가 낮은 붉은 색을 띤다.
또한 빛에는 밝기와 콘트라스트의 강약이 있다. 콘트라스트란 밝고 어두운 부분의 밝기차이를 말한다. 강한 직사광은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부드럽게 퍼지는 확산광은 콘트라스트가 약하다.
빛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빛을 어떻게 다뤄야 주제표현에 가장 유리할 것인가?
빛을 잘 다루려면, 첫째 피사체에 비친 빛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빛의 성질, 방향, 세기 등이 피사체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보는 것이다.
즉 콘트라스트가 강한 직사광인지, 부드럽게 퍼지는 확산광인지, 어느 방향에서 오는 빛인지, 주제표현에 적절한 세기의 빛인지를 잘 살펴야한다. 콘트라스트가 강한 직사광은 명암차가 뚜렷한 사진을 만들어 주고, 콘트라스트가 약한 확산광은 부드럽고 산뜻한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준다.
둘째 피사체에 비친 빛의 표정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빛에는 빛에 따른 표정이 있다.
빛의 표정을 읽으려면 다양한 빛을 접하고 많이 느껴야 된다.
빛의 색과 색온도로 예를 들면, 색온도가 낮은 아침저녁은 따뜻한 느낌의 붉은 빛을, 색온도가 높은 흐린 날이나 그늘은 차가운 느낌의 푸른빛을 많이 띤다. 흥미로운 것은 색온도가 높을수록 온도가 높지만, 사람들은 색온도가 높을수록 차가운 느낌을 받고, 낮을수록 따뜻한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셋째 피사체에 비친 빛을 어떤 방법으로 사진으로 재현하는가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는 말은 빛의 미묘한 표정을 잡아내 사진에 그대로 재현한 것을 말한다. 빛을 읽은들 사진으로 재현하지 못한다면 쓸모없는 일이다. 사진가들은 조리개와 셔터속도, ISO 감도로 빛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다. 감도는 노출에만 한정하고, 촬영목적에 따라 셔터속도와 조리개만 적절하게 조절해도,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 빛으로 조절할 수 있다.
첫째 대비를 통한 포인트 촬영법이다.
밝은 날 배경과 주변색은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강조하려는 색만 돋보이게 표현하는 촬영법이다. 색상이 강한 피사체면 더욱 유리하다.
둘째 색을 섞는 촬영법이다.
색을 섞으면 같은 사물을 찍어도 색조가 다른 톤의 색감이 표현된다. 색조가 확연히 다른 색이 겹치는 배경이면 아주 좋다. 조리개를 너무 개방하면 배경이 뭉개져 버리므로, 최대 밝기에서 한두 스텝 조여 찍는 것이 좋다.
셋째 빛을 살짝 띄워 분리하는 촬영법이다.
잎을 약간 올려보고 찍으면, 아래는 잎에 가려 어둡게 보이고, 위쪽은 반사된 빛에 의해 밝게 보이면서 살짝 떠 보인다. 빛을 받는 부분의 명암차를 활용해서 강조하려는 부분을 돋보이게 만들면서, 빛의 세기와 반짝임으로 프레임을 분리되게 만들어 변화를 주는 방법이다. 빛들만 모여 떠있는 모습도 표현할 수 있다. 약간 위에서 내리쬐는 빛에 반사가 강한 두꺼운 잎들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