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보루란 키르기즈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말과 함께하는 격렬한 마상스포츠로 키르기즈어로 ‘푸른 늑대’라는 의미를 지닌 마상스포츠다.
유목민족의 특성답게 용맹한 삶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말놀이로 달리는 말 위에서 사람과 말이 하나가 되어 말과 교감하면서 펼치는 염소쟁탈전인데, 일종의 ‘기마럭비’라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 마상경기인 격구와 비슷하지만, 말을 타고 공 대신 28킬로그램의 육중한 염소를 들고, 달리는 말 위에서 서로 낚아채 정해진 골대에 넣는 치열한 염소쟁탈전이 특징이다.
승리방법은 '우라크'라 부르는 염소몸통을 우물 형태의 골대에 얼마나 많이 넣는가에 있다.
이긴 팀이 그 염소를 맛있게 요리해서 먹는 것이 전통이다. 치열한 승부로 염소를 빼앗게 되면, 자신들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의 땅위에 죽은 염소를 던진다. 영광을 받은 땅 주인은 죽은 염소 썰어서 같은 마을 사람에게 선물한다. 이 염소는 병을 치료하는 효과까지 있다고 민간에 전승되고 있다.
푸른 늑대를 지칭하는 ‘콕-보루’라는 마상놀이가 생긴 유래를 살펴보면,
첫 번째는 아주 오랜 옛날에 부족 대 부족의 격렬한 전투가 있어서 힘이 없는 노인, 아이, 여성들이 전쟁을 피해 후방에 머물렀다. 전사들이 떠난 시기에 주변의 늑대들이 자기세상이 온 것 마냥 사람들을 헤치고 가축들을 잡아먹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전사들이 참혹한 현장을 보고 격분하여 늑대를 처치한 후, 잡은 늑대 시체를 가지고 놀던 것에서 ‘콕-보루’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늑대가 줄자 늑대대신 염소를 가지고 놀이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 콕-보루라는 뜻은 앞서 말했듯 ‘푸른 늑대’의 뜻을 지니고 있다. 이는 힘과 용맹함이 필요한 경기 참여자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는 설이다. 즉 남자로서 늑대 같은 힘과 용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여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오늘날 콕-보루는 키르기즈스탄을 대표하는 마상스포츠로 국제 콕-보루 연맹도 창설되어 있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자랑스러운 유목민족 기마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하여 매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전국적인 기마대회를 개최한다.
규칙은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1996년에 경기규칙이 통일되었다.
경기장 길이는 200m, 넓이는 70m, 양측 타이카잔(골대)사이의 거리는 140m, 염소몸통을 던져 넣을 수 있는 타이카잔의 지름은 2m, 깊이는 0.5m, 바닥에서의 높이는 1.2m로 정해졌다.
염소의 목과 발목을 잘라버린 '우라크'라 부르는 염소몸통(무게 28kg)이 경기 볼이다. 죽은 염소몸통을 놀이로 사용하기 때문에 잔혹할지 모르지만, 기마민족 입장에서는 농경민족이 쌀가마를 이용해 힘겨루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게 인식하고 있다. 말을 다루는 채찍은 콕-보루의 제물로 바쳐진 염소 다리로 만든 것으로 사용한다.
경기장 선수입장.
경기 시작 전 심판은 염소몸통 '우라크'를 관중석 15m앞쪽에 그려진 작은 원 안에 놓는다. 각 팀 경기 참여자 4명씩 총 8명은 상대진영 경기장에 일렬로 선다. 심판의 경기 시작 호각이 울리면 경기자들은 염소몸통을 잡아 경기를 시작한다.
염소몸통을 던져 넣을 수 있는 타이카잔(골대)의 지름은 2m, 깊이는 0.5m, 바닥에서의 높이는 1.2m로 정해져 있다.
달리는 말 위에서 모자 줍기도 힘든데, 무거운 염소몸통을 들고 달리려면 말과 혼연일체가 되는 승마기술과 강한 힘이 요구된다. 선수가 염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놓치고 있다.
말을 탄 상태에서 염소몸통을 뺐고 뺐기면서, 현란한 승마 기술로 우물 같이 만들어 놓은 골대에 상대팀보다 더 많은 염소몸통을 넣는 쪽이 승리한다.
염소몸통이 타이 카잔에 던져지면 심판은 이를 확인 후 골을 선언하고, 경기는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
한 팀 4명, 양 팀 8명의 경기자가 경기를 치르는데, 교대 멤버는 4필의 말을 더 넣어 8기로 한 팀을 이룬다.
말을 탄 양 팀 8명의 선수가 목과 다리를 자른 염소몸통을 말위에서 서로 빼앗아 우물 같은 골대에 집어넣는 경기다.
달리는 말 위에서 28킬로그램에 달하는 육중한 염소를 낚아채 정해진 골대에 넣는 치열한 염소쟁탈전이 볼거리다. 말끼리 당기고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와 관중들의 흥분으로 경기 내내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다.
말끼리 당기고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와 관중들의 흥분으로 경기 내내 뜨거운 열기를 발산한다.
20분간 이루어지는 세 번의 경기와 두 번의 10분간 휴식이 있는데,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수시로 다른 경기자와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염소몸통 ‘우라크’를 상대 팀의 타이카잔에 많이 던져 넣은 팀이 승리한다.
선수가 경기장 밖으로 나가거나, 경기규칙을 위반하거나, 2분 동안 어느 팀원도 죽은 염소를 잡지 못하면, 염소를 지름 10m의 원 안에 다시 던져 놓는다. 각 팀에서 나온 2명의 경기자만 원 안에 들어가 경기를 시작한다.
두 명의 경기자 중에서 죽은 염소를 잡아 원 안을 떠날 때까지 다른 경기자는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 경기 규정을 위반하면 규정 위반으로 벌칙을 받아 경기장 밖에 2분 동안 나가 있어야 한다.
상대 말의 고삐를 잡거나, 상대 경기자를 때리거나, 심판과 논쟁을 하거나, 욕설을 하는 것은 금지 사항이다. 벌칙을 받으면 2분 동안 경기에 참여할 수 없어 팀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된다.
참가하는 말은 다음 조건을 충족해야만 경기마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① 탄력적인 귀를 가져야 한다. ② 넓은 콧구멍을 가져야 한다.
③ 목은 넓고 길어야 하고, 손가락마디 기준 40마디 길이가 되어야 한다. ④ 가슴은 넓고 잘 발육되어야 한다.
⑤ 똑바르고 두툼하지 않은 약한 말발굽을 가진 말은 참가할 수 없다.
콕-보루는 2000년 이상 계승되어 왔으며, 옛날 기록에도 남아있다.
중국기록에 따르면 1210년 외교사신을 몽골 제국으로 파견했는데, 그때 마침 몽골족의 축제가 거행되고 있었다. 축제를 축하하기 위한 경기로 콕-보루가 열렸다. 모든 귀족과 외교사절이 초청된 축제에 중국의 외교사신이 이날 늦게 참가했다고 ‘아르치’라는 마유주를 여섯 잔 벌주로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기록은 이때부터지만 그 시작은 더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놀이를 통해 유목생활에 필요한 승마기술과 힘 용맹함 등을 기를 수 있었을 테니 당시에는 이 보다 더 좋은 놀이는 없었을 것이다.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의 국경과 접하고 있는 키르기즈스탄은 국토 대부분이 높은 산과 건조한 초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소련 연방의 해체에 따라 1991년 8월 정치적으로 완전한 독립국가로서 주권을 선언하였다.
키르기즈스탄의 면적은 199,9㎢, 전 영토의 약 75%가 해발 1,500m 이상인 고산지대다.
인구는 약 614만여 명(키르기즈인 73%, 우즈베크인, 러시아인 20%, 고려인이 약 18,000명 정도)이고, 수도는 비쉬켁, 종교는 이슬람교 80%, 러시아정교 15%, 개신교 등이다. 가난하지만 예술과 교육수준이 매우 높다.
이러한 키르기즈스탄에는 약 백만 마리의 말이 있으며 기마민족답게 그에 어울리는 많은 기마경기가 있는데, 콕-보루 경기 이외에도 ▲달리는 말 위에서 서로 바꾸어 타기 ▲말 위에서 씨름하기 ▲지면에 떨어진 리본을 달리면서 줍기 ▲남자가 여자를 따라 말을 타고 달려가서 껴안고 키스하기 등 많은 형태의 기마경기가 있다.
(김창율 전문기자/yul297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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