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부창쌍웅(釜昌雙雄)’ 이대호와 나성범, 4시즌 170안타

기사입력 [2018-10-08 13:19]

‘형님 먼저, 아우 먼저’

 

롯데 이대호(36)와 NC 나성범(29)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안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BO리그 출범 이후 아무도 가보지 못한 4시즌 연속 170안타 이상을 터뜨리고 있다.

 

나성범이 9월 30일 고척 넥센전에서 먼저 사상 첫 4시즌 연속 170안타 고지에 올라섰다. 이대호 역시 지난 4일 대전 한화전에서 똑같이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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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왼쪽)와 NC 나성범은 각 팀의 간판 타자다. 올 시즌 앞서거니 뒤서거니 안타 행진을 이어가면서 나란히 4시즌 연속 170안타를 넘어섰다. 

 

‘구도(球都)’ 부산(釜山)을 대표하는 최고타자 이대호와 창원(昌原)을 연고로 하는 NC의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한 나성범은 홈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영웅(英雄)’이다. 힘과 기를 두루 갖춘, 뛰어난 타격 감각을 지닌 닮은 꼴이다.

 

# 이대호는 최고 타자, 2010년 타격 7관왕부터 무한 질주

 

이대호는 2010년 처음으로 170안타를 넘어섰다.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한 뒤 10년 만에 홈런 44개를 포함한 174개의 안타로 타율 3할6푼4리와 133타점, 99득점에다 장타율 6할6푼7리, 출루율 4할4푼4리, 319루타를 각각 기록하면서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최고의 해’를 만끽했다.

 

2011년에도 이대호의 ‘타격쇼’는 계속됐다. 타율 3할5푼7리로 타격 1위, 176안타로 최다안타 1위, 출루율도 4할3푼3리로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2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로 진출해 소프트뱅크에 이어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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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5년 동안의 외유를 끝냈다. 지난해 롯데로 복귀했다. 타격 능력은 여전했다. 173개의 안타를 터뜨리면서 최고 타자의 상징인 ‘3할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달성했다. 올 시즌에도 8일 현재 137경기에 나가 홈런 36개를 포함한 176개의 안타로 타율 3할3푼8리와 타점 122개로 쉼 없는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 2018년 10월 4일 대전구장 - ‘가을 야구 희망 찾기’ 이대호의 4시즌 170안타

 

롯데는 갈 길이 바쁘다. 어떻게 하든 ‘가을 야구’의 희망을 찾아야 했다.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를 선발로 내세웠다. 한화는 헤일이 선발 투수로 나섰다.

 

0-0이던 3회초. 4번 지명타자로 나간 이대호의 방망이에 불이 붙었다. 2사 2루에서 헤일의 초구를 받아쳐 좌월 2점 아치를 그렸다. 시즌 35호째 홈런이자 169번째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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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운데)는 필요할 때 해내는 타자다. '가을 야구'로 가는 길목에서 고비 때마다 천금같은 타격으로 팀으로 구하고 있다. 

 

롯데는 이대호의 선제 2점포로 주도권을 잡았고, 레일리는 한화 타선을 꽁꽁 묶어 놓았다.

 

2-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 1번 민병헌이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자 이번엔 2번 손아섭이 우월 2점포로 한화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롯데의 공격이 계속됐다.

 

1사 후 4번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헤일도 잔뜩 신경을 썼다. 초구 파울에 이어 2구와 3루는 볼. 이대호는 끌려 다니지 않았다. 결국 풀카운트에서 6구째를 때려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시즌 170호 안타. 나성범에 이어 두 번째로 4시즌 연속 170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이대호는 결승 2점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2타점으로 7-2 승리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시즌 총 안타는 172개로 늘렸다.

 

팀 성적은 63승 2무 70패로 여전히 7위에 머물렀지만 5위 KIA와의 간격을 2.5게임으로 유지했다. ‘가을 야구’의 희망을 이어갔다.  

 

# 나성범은 NC의 얼굴, 5년 연속 3할과 150안타 그리고 4시즌 170안타

 

나성범은 NC의 간판타자다. 광주 진흥고와 연세대를 거쳐 2012년 ‘제9구단’ NC에 입단했다. 차근차근 스타의 길을 걸었다.

 

데뷔 첫 해인 2013년 104경기에 나가 홈런 14개를 포함한 98개의 안타로 타율 2할4푼3리와 타점 64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14년부터 중심타자로 자리 잡았다. 홈런 30개를 포함한 157개의 안타로 타율 3할2푼9리와 타점 101개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3할 30홈런 100타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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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성범은 타격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까지 5시즌 연속 3할 타자와 150안타 이상으로 정교한 타격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홈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리고 2015년부터 올해까지 처음으로 4시즌 연속 170안타 이상의 금자탑까지 쌓았다.

 

# 2018년 9월 30일 스카이돔 - ‘빛 바랜’ 나성범의 사상 첫 4시즌 170안타

 

올 시즌 NC는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전격 하차 등 구단 안팎으로 잡음이 일었고, 팀 성적은 곤두박질했다. KT와 탈꼴찌를 위해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했다.

 

나성범은 꿋꿋했다.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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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은 NC의 간판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뛰어난 타격 감각으로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NC는 2회초 4번 스크럭스, 4회초 2번 권희동의 홈런을 앞세워 2-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4회말 2사 후 선발 베렛이 연속 3안타로 흔들리면서 2-2 동점을 허용했다. 또 6회말엔 베렛이 샌즈와 임병욱에게 각각 2점 홈런을 맞는 등 4점을 내준 것이 빌미가 됐다. 결국 넥센에게 2-8로 패했다.

 

3번 나성범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3타수 1안타. 다만 2-8로 뒤진 9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윤영삼으로부터 올 시즌 170번째 좌전안타를 날린 것이 작은 위안이었다.

 

2015년부터 올해까지 KBO리그 최초로 4시즌 연속 170안타의 고지를 밟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나성범의 의미 있는 기록은 팀의 패배로 빛을 내지 못했다.

 

# '가을 야구‘로 가는 길, 이대호와 나성범의 마지막 맞대결 

 

이대호와 나성범이 지난 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

 

KIA와 치열한 5위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로선 반드시 잡아야 할 게임, 꼴찌의 불명예만은 비껴가고 싶은 NC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홈 경기였다.

 

‘가을 야구’를 꿈꾸는 롯데의 간절함이 통했을까. 롯데는 2회초에 터진 정훈의 2점포와 문규현의 1점 아치로 만든 3점을 바탕으로 8-2로 이겼다. 3연승과 함께 65승 2무 70패로 KIA와의 간격을 1게임으로 좁혔다.

 

NC와의 상대 전적은 9승7패로 앞서며 올 시즌 맞대결의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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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4번 지명타자로 나간 이대호는 5타수 2안타로 공격에 힘을 보탰고, 나성범은 2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이대호는 나성범이 먼저 시즌 170안타 고지를 밟는 것을 양보했지만 총 안타에선 176개로 앞서 나갔다. 이날까지 나성범의 총 안타는 174개였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