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개인 통산 2400안타. 올해로 프로 18년째를 맞는 LG 박용택의 자랑스러운 훈장이다. 스무 살의 건장한 청년에서 마흔 살의 듬직한 맏형이 되기까지 차곡차곡 일궈낸 결과물이다.
공자는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 했다. 이젠 갈팡질팡할 일이 없다. 판단이 흐려질 일도 없다. 그저 묵묵히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조금 늦으면 늦는 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LG 박용택은 올해 마흔이다. 여전히 현역이다. 4월 16일 창원 NC파크에서 사상 첫 개인 통산 2400안타를 기록했다.
박용택은 지난해까지 통산 2075게임에 나가 2384개의 안타로 타율 3할9리를 기록했다. 이미 ‘양신’이라 불리던 양준혁이 갖고 있던 통산 최다 안타인 2318안타를 넘어서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연속 타율 3할대 타율,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터뜨리면서 ‘통산 2400안타’라는 뜻 깊은 기록을 만들었다.
올해는 다시 FA로서 LG와 2년 재계약하고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 체제로 변신을 꾀하는 LG의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시즌 개막과 함께 타선의 중심을 맡았다.
4월16일 마산 NC전까지 18게임에 나가 16개의 안타로 타율 2할6푼7리, 6타점을 기록 중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낮은 타율과 타점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지금 중요한 것은 팀 승리이고, 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내면서 달라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박용택은 16일 NC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7-2로 승리한 뒤 사상 첫 개인 통산 2400안타를 달성한 것에 대한 짧은 소감을 남겼다.
“2주는 늦은 것 같다.”
# 2019년 4월 16일 창원 NC파크 - 쐐기포를 만든 ‘베테랑의 품격’
LG는 NC와 9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2로 팽팽하게 맞섰다. 선발 윌슨을 내세워 2-0으로 앞서가다 8회말 세 번째 투수 정우영의 폭투와 김용의의 실책 등이 겹치면서 타점 없이 2-2 동점을 내준 탓이었다.
LG는 연장 11회초 분위기를 다잡았다. 선두타자 5번 유강남이 배재환의 공을 몸에 맞고 출루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벤치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유강남 대신 신민재를 대주자로 기용했다.
NC 배터리가 흔들렸다. 마운드에 선 배재환은 연속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고, 포수 양의지는 7번 김용의의 타석 때 리드 폭이 길던 2루 주자 신민재를 협살로 잡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도 성급한 2루 송구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LG는 무사 1, 3루에서 김용의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신민재가 홈을 밟아 3-2로 다시 승기를 잡았고, 8번 전민수의 중전안타로 무사 만루를 이어갔다.
계속된 1사 만루에선 1번 이천웅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4-2, 2번 오지환 역시 흔들리던 배재환 대신 마운드에 오른 바뀐 투수 윤지웅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빼내 5-2로 도망갔다.
승부에 쐐기를 박은 타자는 3번 지명타자 박용택. 1사 만루에서 윤지웅을 2타점 중전 적시타로 두들겨 7-2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NC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용택은 LG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2년 LG에 입단해 18년째 줄무늬 유니폼과 함께 하고 있다. 오지환(오른쪽) 등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박용택은 이날 부진했다. 연장 10회초 5번째 타석까지 볼넷 1개를 얻었을 뿐 4타수 무안타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베테랑의 품격’을 보란듯이 드러냈다. 2타점 쐐기 안타로 사상 첫 개인 통산 2400안타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NC 이동욱 감독은 오지환과 박용택으로 이어지는 왼손 타자를 겨냥해 지난해까지 LG 불펜에서 활약했던 왼손 윤지웅으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용택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박용택은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했다. 데뷔 첫 해 4월 16일 인천 SK전에서 2루타로 프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2009년 9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1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그리고 2016년 8월 11일 잠실 NC전에서 역대 6번째 2000안타를 달성했다.
지난해 6월 23일엔 잠실구장에서 롯데를 만나 통산 2319안타째 안타를 터뜨렸다. 종전 최다였던 양준혁의 2318안타까지 당당하게 뛰어 넘었다.
박용택은 FA로서 2년 계약했다. 2020년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
“끝나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
박용택은 다짐은 간단명료하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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