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김상수의 이유 있는 항의, 그래도 퇴장은 불명예

기사입력 [2019-04-29 12:19]

이유 없는 항의는 없다.

 

‘김상수와 김한수 감독이 저렇게 항의하는 것 처음 봤다’, ‘이럴 때는 강하게 나가는 게 맞다’, ‘돌지 않은 걸 돌았다고 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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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2번 김상수가 28일 대구 LG전에서 0-1로 뒤진 4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애매한 스윙 판정 이후 어정쩡한 자세로 타격을 하고 있다. 결국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헬멧을 집어던진 것이 빌미가 돼 퇴장의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야구 팬들은 김상수(29)를 옹호하고 있다. 1루심의 스윙 판정에 이은 주심의 퇴장 명령이 부당하다는 반응이 대세다. 평소 ‘순둥이’로 통하는 삼성 김상수와 김한수 감독이 거칠게 항의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 2019년 4월 2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 열 받은 김상수, 결과는 퇴장

 

삼성이 0-1로 뒤진 4회말. 삼성 2번 김상수가 타석에 들어갔다.

 

2회말 2사까지 5타자 연속 삼진을 솎아내는 등 3회까지 단 1안타만 내주며 승승장구하던 LG 선발 케이시 켈리가 다시 김상수를 선두타자로 상대했다. 초구 볼에 이어 2구는 스트라이크.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가 문제였다. 켈리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를 던졌다. 포수 유강남이 미처 미트를 갖다 대기 어려울 정도로 빠져 나갔다. 김상수의 방망이도 반응했다.

 

그러나 켈리의 공이 흘러나가는 것을 느끼고 재빨리 방망이를 멈췄다. 손목이 돌아가지 않았다. 홈플레이트를 벗어나기 전에 방망이를 거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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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2번 김상수가 28일 대구 LG전 4회말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바깥쪽으로 흘러가고 공을 따라 나가던 방망이를 멈춘 뒤(사진 1~2) 4구째를 때렸지만 외야 플라이로 아웃됐다. 그리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다 헬멧을 그라운드에 내던지고 있다.(사진 3~5) 마지막 사진은 김한수 감독이 심판들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더그아웃에서 바라보고 있는 김상수. (사진=SPOTV 캡처)  

 

권영철 주심은 판단을 유보했고, 포수가 장준영 1루심에게 스윙 여부를 물었다. 1루심의 판단은 스윙. 타석을 잠시 벗어났던 김상수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4구째를 기다렸다.

 

스윙에 힘이 없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공을 맞추는데 급급했다. 타구는 멀리 날아가지 못했다. 중견수 이천웅이 달여 나와 쉽게 잡았다.

 

1루로 달려가다 타구가 잡히자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던 김상수는 3루 파울라인 근처에 오자 그라운드에 헬멧을 강하게 패대기쳤다. 헬멧이 깨졌다. 다음 타석에 들어서던 구자욱도, 포수 유강남도, 권영철 주심도 모두 깜짝 놀랐다.

 

권영철 주심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김상수를 쫓아갔다. 김한수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나와 권영철 주심을 말렸다. 그러자 권영철 주심은 강광회 조장 등 심판진과 상의했고, 퇴장을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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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한수 감독(왼쪽)이 28일 대구 LG전에서 김상수의 '헬멧 패대기'에 대해 심판들이 제재하려고 하자 강광회 팀장(20번)에게 항의하고 있다. 

 

이번에 김한수 감독이 강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한동안 경기를 속개할 수 없었다. 결국 권 영철 주심은 김한수 감독에게도 경고할 정도였다.

 

결국 김상수는 올 시즌 4번째이자 선수 3번째 퇴장을 기록했다. 삼성은 5회초 수비부터 김상수 대신 2번 2루수로 김성훈을 투입했고, 1-1 동점이던 9회초 유강남까지 뼈아픈 결승 홈런을 맞아 1-2로 패했다.

 

# 이유도 가지가지, 1호 이학주부터 3호 양상문 감독까지

 

올 시즌 선수 퇴장의 문을 연 것은 새내기들이다.

 

‘퇴장 1호’인 삼성 이학주(29)는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다 2019년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새내기. ‘퇴장 2호’로 기록된 한화 박윤철(23) 역시 올 시즌 첫 선을 보인 신인이다. 서울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한화의 지명을 받은 선수다.  

 

이학주는 4월 6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5회말 2사 후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SK 선발 브록 다익손의 4구째를 지켜봤는데 최수원 주심은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했다. 삼진으로 돌아서게 된 이학주는 주심에게 항의했고, 최수원 심판은 퇴장을 명했다. 박윤철은 4월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K전에서 최정에게 본의 아니게 헤드샷을 던져 퇴장 당했다. 올 시즌 헤드샷 퇴장 1호. 

 

박윤철은 3-7로 뒤진 8회초 선발 서폴드, 김범수에 이어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4번 제이미 로맥에게 초구를 던져 중월 솔로포를 허용한 뒤 5번 이재원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그리고 3-8에서 5번 최정을 상대했다. 초구에 볼을 던지고 2구째 헛스윙을 유도한 뒤 3구째 던진 공이 최정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최정이 타석에 쓰러졌다. 제구 불안 탓이었다. 마음 먹고 던진 공이 아니었다. 박윤철도 당황했다.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이기종 주심의 퇴장 판정을 받자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최정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최정도 박윤철의 사과를 받아 들였다. 

 

롯데 양상문 감독이 4월 18일 KIA전에서 퇴장 당했다. 올해 세 번째이자 감독 퇴장 1호다.롯데가 4-1로 앞선 7회말 1사 1루. 4번 이대호의 좌중간 2루타 때 1루주자 손아섭이 홈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최수원 주심의 판정은 아웃. 양상문 감독은 “태그 과정에서 포수가 송구를 받기 전부터 홈 플레이트를 막아 주자의 진로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러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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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학주가 4월6일 인천 SK전에서 삼진 아웃을 당한 뒤 최수원 주심에게 항의하자 강명구 코치가 만류하고 있다.(사진 1) 한화 신인 박윤철은 4월10일 대전 SK전에서 최정에서 헤드샷을 던져 퇴장 당했다.(사진 2) 롯데 양상문 감독이 28일 잠실 두산전에서 구승민의 빈볼 시비 과정에서 박기택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 3) 양상문 감독은 4월 18일 부산 KIA전에서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해 항의하다 퇴장 당했다.     

 

양상문 감독은 항의를 그치지 않았다. 최수원 주심은 2019 대회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 11조 3항 ‘비디오 판독이 실시되면 선수단 및 양 구단 관계자는 더 이상 심판팀장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심판은 선수단 및 관계자에게 퇴장을 명한다’는 항목을 적용해 양상문 감독의 퇴장을 명했다.

 

심판의 권위가 무너지면 경기는 엉망진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심판이 권한만 앞세우면 충돌이 불가피하다. 

 

판정의 정확성, 판단의 합리성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리라.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