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32), 자타가 공인하는 올 시즌 KBO리그의 최고 투수다.
린드블럼이 20승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2015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선 뒤 5년 만에 대망을 이룰 태세다.
8월2일 현재 21경기에 등판해 16승1패와 평균자책점 2.00. 여기에다 삼진 132개를 뽑아냈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 등 투수 4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순풍에 돛을 올린 듯 앞으로 앞으로 나가고 있다.
▲ 두산 린드블럼은 올 시즌 최고 투수다. 벌써 16승을 올렸다. 두산 에이스로서 20승 달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린드블럼이 3개 부문 이상에서 현재의 페이스를 이어가면 역대 최초의 외국인 투수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다.
다승을 포함한 역대 투수 4관왕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전대미문의 3년 연속 위업을 달성한 선동열과 2011년 윤석민 2명뿐이다. 3관왕도 선동열(1986,1989~1991년), 류현진(2006년), 윤석민(2011년) 총 3명에 불과하다.
# 린드블럼은 두산과 ‘찰떡 궁합’, 제구와 위기 관리 능력 업그레이드
두산과 ‘찰떡 궁합’이다. 지난해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확실한 에이스의 권위를 만들었다.
린드블럼은 처음 부산 사직구장 마운드에 설 때만 해도 ‘특급 용병’이란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2015년 32게임에서 13승11패와 평균자책점 3.56, 2016년 30경기에서 10승13패와 평균자책점 5.28. 그리고 2017년엔 대체 선수로 시즌 중반에 합류한 탓에 12경기에 나가 5승3패와 평균자책점 3.72를 남기는데 그쳤다.
▲린드블럼은 2015년 롯데에서 한국 무대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7년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더욱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26게임에서 15승4패와 평균자책점 2.88로 위풍당당함을 보이더니 올 시즌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마운드에 서고 있다.
린드블럼은 KBO 리그에 최적화된 ‘한국형 투수’다.
무엇보다 먼저 제구가 안정적이다. 크게 왔다갔다 하지 않는다. 아주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직구는 한국 타자들을 잘 통하는 주무기다. 예리한 슬라이더와 낙차 있는 커브를 섞어 타자들을 유혹한다.
여기에다 갈수록 위기 관리 능력이 향상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린드블럼은 지난달 30일 창원 NC전에서 후반기 첫 승리를 따냈다. 지난달 26일 잠실 KIA전이 비 때문에 노게임 선언되면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거뜬히 이겨냈다.
4회까지 삼진 4개를 솎아내면서 2안타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면서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그러나 3-0으로 앞선 5회말 흔들렸다. 제구에 어려움을 느꼈다. 결국 1사후 7번 김태진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은 데다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까지 겹쳐 1점을 내줬다.
5회까지 96개의 공을 던진 데다 높은 공이 많아지고, 투구동작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 김태형 감독은 6회부터 박치국 등 ‘필승 불펜’을 가동해 9-1로 크게 이겼다.
이날 린드블럼은 5이닝 동안 삼진 6개를 곁들이며 3안타, 볼넷과 몸에 맞는 공 각 1개로 1실점하고 시즌 16승째를 올렸다. 5월28일 삼성전 이후 9연승 중이다.
올 시즌 유일한 패전은 5월22일 KT전. 5.1이닝 동안 6안타와 볼넷 3개로 3실점했다.
지금 린드블럼의 승률은 9할4푼1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동료들에게 승리의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언제든지 승패를 미리 계산할 수 있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린드블럼은 무려 34년 만에 전반기에 15승을 올린 투수다. 1982년 박철순(OB·18승), 1983년 장명부(삼미·17승), 1983년 이상윤(해태·15승), 1985년 김일융(삼성·15승)에 이어 역대 5번째다. 1989년 단일리그 체제 이후로는 처음이다.
▲린드블럼은 동료와 가족, 팬들의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올해 올스타전을 맞아 창원 NC파크에서 팀 마스코트와 사인회를 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잠실구장을 찾은 린드블럼의 세 자녀들.
린드블럼은 늘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가족에게 사랑을 전한다. 승리는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늘 “야수들의 수비 도움이 없었다면, 동료들의 공격력이 살아나지 않았다면 올릴 수 없는 결과”라며 말한다.
린드블럼은 아내, 세 아이들과 함께 한국 생활을 하고 있다. 첫째 딸 프레슬리(5), 둘째 아들 팔머(4), 막내딸 먼로(3)가 있어 더욱 힘을 낸다.
# 20승은 영광의 훈장, 최초 박철순부터 최고령 니퍼트까지
20승은 꿈의 기록이다. 투수에겐 아주 자랑스런 훈장이다.
두산 린드블럼이 올 시즌 KBO리그 통산 20번째 20승 투수로 등극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올해 20승을 달성하면 2017년 KIA의 ‘쌍두마차’ 양현종과 헥터가 동시에 달성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대기록이 탄생한다.
KBO리그 최초의 20승 투수는 박철순이다. 프로 출범 첫 해인 1982년 OB 에이스로서 36경기에 나가 24승을 올리면서 원년 우승을 이끌었다. 선발로는 19게임에서 16승을 올렸다.
프로 초창기부터 1990년대까지 투수들의 역할 분담이 불분명했다. 에이스들은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 강속구 투수였던 최동원과 선동열이 대표적이었고, 이들은 구원승을 포함해 20승 투수로 등록했다.
심지어 사이드암 불펜 투수였던 쌍방울 김현욱은 1997년 김성근 감독의 철저한 관리 덕에 구원승으로만 20승을 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선발 최다승 투수는 재일동포 출신인 장명부다. 1983년 삼미에서 무려 60경기(선발 44경기)에 나가 30승16패 6세이브와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했다. 30승 중 28승이 선발승이었다. 전설적인 기록이 됐다.
이밖에 김시진, 김일융, 이상훈 등이 선발로서 20승 이상을 기록한 투수로 남아 있다.
2000년 이후 20승 이상은 외국인 투수들의 잔치였다. 2007년 리오스를 시작으로 밴헤켄, 니퍼트, 헥터가 뒤를 이었다. 특히 니퍼트는 2016년 최소 경기(25경기)와 최고령(35세 4개월 7일)으로 20승 이상을 힘을 보였다.
승리는 투수 혼자 일궈낼 수 없는 기록이다. 올 시즌 조쉬 린드블럼이 어떻게 ‘꿈의 20승’을 만들어나갈지 관심 집중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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