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박병호는 홈런 타자다, 6시즌 연속 20홈런 플러스

기사입력 [2019-08-08 11:24]

박병호(33)는 홈런 타자다. 키움 히어로즈의 중심 선수다.

 

한창 때처럼 무섭게 ‘힘 자랑’을 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투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박병호가 20홈런을 기록했다.

 

6시즌 연속 20홈런이다. 이승엽, 최형우에 이어 KBO리그 역대 세 번째다. 박병호의 홈런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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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4번 타자 박병호가 7일 울산 롯데전에서 시즌 20호 아치를 그렸다. 이승엽과 최형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6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2015년 53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홈런왕에 오른 뒤 2016년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시련이 닥쳤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한국 무대에서 보여줬던 것만큼 시원스런 장타를 양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마이너리그로 추락해야 했고, 2018년 유턴을 결심했다.

 

‘돌아온’ 박병호는 여기에선 통했다. 지난해 113게임에 나가 홈런 43개를 포함한 장단 138개의 안타를 쏟아내며 타율 3할4푼5리를 기록했다. 타점도 112개. ‘역시 정상급 홈런 타자’임을 알리는 아주 양호한 성적을 남겼다.

올해는 홈런 페이스가 주춤하다. 특유의 ‘여름 몰아치기’를 기대해 보지만 흐르는 세월을 어찌하리오.

 

# 2019년 8월 7일 울산 문수야구장 - 나는 키움의 4번 타자다

 

키움이 3연패에 빠졌다. 연패 탈출이 최우선 과제다. 상대는 공필성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반짝’ 정신을 차린 롯데.

 

키움은 김선기, 롯데는 다익손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키움으로선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 게임이었다. 김선기가 최근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선발이 아닌 탓이었다.

 

여기에 키움은 최근 팀 분위기까지 어수선한 상태였다. 반전을 위한 승리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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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홈런은 영양가가 높다. 7일 롯데전에서 승리를 굳히는 홈런포였고, 팀이 3연패에서 벗어나는데 힘을 보태며 롯데의 추격 의지를 꺾는 효과를 발휘했다.   

 

1회부터 타자들이 힘을 보탰다. 2번 김하성이 1회초 1사 후 선제 중월 아치를 그렸다. 3회에도 1점을 추가했다. 2-0으로 앞서 갔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니었다. 좀 더 도망가는 점수를 내야 했다.

 

키움이 2-0으로 앞선 5회초. 선두타자 1번 서건창이 우익선상 2루타로 나가면서 기회를 잡았다. 2번 김하성의 우익수 플라이 때 1사 3루를 만들었고, 3번 이정후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1점을 더 달아났다.

 

키움엔 4번 박병호가 있었다. 3-0으로 앞선 2사 후. 승리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는 1점을 박병호가 대포 한방으로 해결했다.

 

롯데 선발 브록 다익손의 초구를 헛 스윙했지만 2구째 가운데 낮은 쪽으로 몰리면서 들어오는 시속 135km 짜리 슬라이더를 때렸다. 얼핏 봐선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은 듯 했지만 타구는 좌중간 담장 너머로 쭉쭉 뻗어나갔다. 타구를 따라가던 롯데 중견수 민병헌이 멍하게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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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20호, 개인 통산 273호 홈런이다. 키움을 승리를 예약하는 축포였다. 영양 만점이다.

 

키움은 이날 김하성과 박병호의 홈런 등 장단 17안타를 쏟아내면서 대거 16점을 올렸다. 16-4로 승리하면서 3연패에서 벗어났다.

 

# 박병호도 6시즌 연속 20홈런 - 이승엽, 최형우에 이어 ‘대기록 행진’

 

박병호의 홈런 행진은 계속된다. 이제부터 그리는 아치는 ‘20홈런 플러스’다.

 

박병호는 성남고를 거쳐 2005년 LG에 입단했다. 2005년 6월 2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개인 첫 홈런을 신고했다. 넥센으로 이적한 2011년부터 두 자릿수(13개) 홈런에 시동을 걸었다.

 

데뷔 첫 홈런왕에 오른 2012년 31개, 2013년 37개를 기록하더니 2014년과 2015년엔 50홈런 이상을 터뜨리며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떠올랐다. 2014년 9월 4일엔 목동 NC전에서 한 경기 최다 홈런 타이 기록인 4개의 대포를 쏘아 올렸다. 아주 매력적인 장타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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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LG를 떠나면서 본격적으로 장타력에 불을 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선 좌절을 맛봤지만 여전히 힘 좋은 타자로 키움 타선의 중심을 지켜내고 있다. 

 

2014년 52개는 2003년 삼성 이승엽과 현대 심정수 이후 11년 만에 기록한 50홈런 이상의 대기록이었다.

 

KBO 리그에서 한 시즌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1999년, 2003년), 심정수(2003년), 박병호(2014~2015년) 3명뿐이다.

 

박병호는 빅리그를 거쳐 유턴한 뒤 지난해 43개에 이어 올해는 20홈런으로 일단 이정표를 찍었다. 올 시즌엔 고질적인 손목 통증으로 주사 치료를 받아가며 버티고 있다. 6월 6일부터 21일까지는 1군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승엽은 이제 전설이 된 홈런타자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삼성에서 8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최고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 롯데, 요미우리, 오릭스에서 활약하느라 공백이 있었지만 녹슬지 않은 명성을 이어가며 온 몸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승엽은 2003년 한 시즌 최다인 56개의 아치를 그리면서 절정의 기량을 뽐낸 뒤 현해탄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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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왼쪽)은 8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레전드다. 최형우는 이승엽에 이어 삼성의 중심 타선에서 힘을 발휘하다 KIA로 이적한 뒤에도 장타력을 이어가며 6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최형우는 삼성과 KIA에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승엽의 뒤를 이어 삼성의 대표적인 장타자로 떠올랐다.

 

삼성에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뒤 FA 자격을 얻고 KIA로 이적하고도 2017년과 2018년에도 장타의 매력을 이어가면서 6년 연속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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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올해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해 ‘무더기 홈런’에 제동을 걸었다. 수치로 나타나는 홈런 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거포 본능’은 살아 있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