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에 나오자마자 꽝~꽝~꽝~. 벌써 세 번이다.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찾아낸 ‘신개념 1번’ 김호령이 힘을 보여주고 있다.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3개나 터뜨렸다. 올 시즌 첫 1군 출전이었던 지난 2일과 4일 광주 롯데전에 이어 지난 21일 광주 삼성전까지 3게임에서 1번 타자로 나가 1회말 아치를 그렸다.
▲ KIA 맷 윌리엄스 감독이 새로운 1번을 찾았다. 김호령이 `맞춤형 1번`으로 나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왼쪽)이 지난 4일 광주 롯데전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치고 더그 아웃으로 들어오는 김호령를 반겨주고 있다.
2016년 6월 11일 광주 삼성전에서 생애 첫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개인 통산 4호째. 통산 최다 1회말 선두타자 홈런 부문에서 공동 8위가 됐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2일 김호령을 1군에 부르자마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그동안 박찬호, 최원준에게 리드오프의 중책을 맡겼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새로운 대안을 찾은 것이다. 김호령의 장타력을 경기 중반 이후 득점력을 높이는 무기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김호령은 메이저리그 출신인 윌리엄스 감독에겐 ‘맞춤형 1번`인 셈이었다.
▲ KIA 1번 김호령이 지난 2일 올 시즌 첫 1군 경기에 출전하자마자 롯데 박세웅으로부터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기록한 뒤 2루를 돌고 있다.
김호령은 올 시즌 출발이 늦었다. 허리 통증 탓에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2군에서 재활과 컨디션 회복에 주력했다. 5월31일까지 퓨처스 리그 6게임에서 타율 4할7푼1리와 3타점을 기록한 뒤 윌리엄스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1군에선 지난 2일 롯데전부터 21일 삼성전까지 17게임에 나가 타율 3할5리와 3홈런, 8타점. 2루타 4개와 3루타 2개를 포함해 장타율은 5할9푼3리, 출루율은 4할6리다. 아주 양호한 기록으로 KIA의 공격을 이끌어가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김호령이 1군에 복귀하자마자 공격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해주고 있다”며 “수비에서는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호령은 2018년 경찰청에서 병역 의무를 다하고 2019시즌 후반 KIA로 복귀했다. 경찰청 시절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타격 자세를 만들었다. 스스로 예전보다 타격 자세가 좋아졌다고 느낄 정도였다.
분명 예전과 달라졌다. 노림수가 좋아졌다. 변화구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 여기에 힘까지 좋아져 장타력까지 키웠다.
김호령은 타력보다 먼저 수비력을 인정받았다. 중견수로서 수비 범위가 워낙 넓고, 타구 판단 능력도 뛰어나는 평가였다. KIA 팬들은 ‘호령존(zone)’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였다.
윌리엄스 감독도 “수비력이 꽤 괜찮은 선수”라며 “공수에서 모두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는 수준”이라 평가한다.
# 2020년 6월 21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 삼성전 1회말
윌리엄스 감독은 1번 김호령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고 있다. 김호령이 지난 2일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록한 뒤 1번으로서 자기 몫을 다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1번 김호령, 2번 터커, 3번 최형우, 4번 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으로 공격력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 KIA 1번 김호령이 지난 21일 광주 삼성전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린 뒤 3루를 돌아 홈으로 달려오고 있다.
이날 삼성 선발은 왼손 백정현, KIA는 양현종.
양현종이 1회초를 삼자범퇴로 막아내고, KIA가 1회말 공격을 시작했다. 1번 김호령이 나갔다.
백정현의 초구는 스트라이크, 2구째 시속 113km짜리 커브가 가운데 낮은 쪽으로 들어왔다. 김호령은 침착했다. 흐트러짐 없는 중심 이동으로 타구에 힘을 실었다. 멀리 날아간 공이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 125m
올 시즌 5번째이자 개인 통산 4번째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일 광주 롯데전 1회말 박세웅의 초구를 좌월 아치, 4일 광주 롯데전 1회말 노경은과 5구까지 실랑이를 벌이다 6구째 변화구를 때려 좌중월 아치를 그린데 이어 개인적으로 올 시즌 3번째 1회말 선두타자 홈런.
올 시즌 첫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은 5월 14일 롯데 민병헌이 부산 두산전에서, 2호는 5월 27일 한화 정은원이 대전 LG전에서 각각 기록했다. 나머지 3개는 모두 김호령의 몫이었다.
#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의 전설은 역시 ‘이종범’
이종범은 전설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1번 타자였다. 빠른 발, 정확성과 힘을 겸비한 타격이 일품이었다.
해태와 KIA에서 현역 생활을 했던 이종범은 1회말 선두타자 홈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이종범(위)은 `전설의 1번`이다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물론 1회초 선두타자 홈런도 역대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정근우는 현역 선수 중 최다인 9개의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기록 중이다.
아무도 범접하기 어려운 최다 기록을 남겼다. 무려 24차례나 1회말 선두타자 아치를 그렸다. 역대 2위로 SK와 LG를 거쳐 한화에서 은퇴한 이진영의 10개보다 두 배 이상이다.
이종범은 1회초 선두타자 홈런도 역대 1위. 원정 경기에서도 통산 20개를 터뜨려 아주 강한 1번임을 입증했다.
이번엔 KIA 김호령이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4개 이상 기록한 8번째 현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현역으로서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가장 많이 기록 중인 선수는 LG 정근우로 9개. 그 뒤로 KIA 김주찬이 7개, LG 박용택과 키움 이택근이 5개, KT 강백호와 한화 노수광, 롯데 손아섭이 각각 4개를 기록 중이다.
1번이 강하면 전체 공격이 편해진다. 득점력을 높일 수 있고, 중반 이후 1점차 승부에서도 강점을 나타낼 수 있다.
김호령이 ‘강한 1번’으로 KIA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금보다 앞으론 또 어떤 변화를 만들어갈지 궁금하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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