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대표 거포’인 키움 박병호(34)와 롯데 손아섭(32)이 의미 있는 이정표를 만들었다.
박병호는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개인 통산 300홈런의 금자탑을 쌓았고, 손아섭도 같은 날 부산 SK전에서 최연소이자 롯데 타자 최초로 개인 통산 1000득점을 기록했다.
▲키움 박병호(왼쪽)와 롯데 손아섭이 지난 5일 각각 개인 통산 300홈런과 1000득점의 금자탑을 쌓았다.
통산 300홈런은 역대 14번째, 통산 1000득점은 역대 16번째. 그러나 둘 다 찜찜하다. 똑같이 팀이 패한 탓이다. 키움은 KT에게 5-10, 롯데는 SK에게 3-6으로 각각 무릎을 꿇었다.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한 뒤 그해 6월 2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1호 아치를 그렸다. 그러나 제대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채 2군을 오가며 ‘만년 기대주’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결국 2011년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됐고, 비로소 거포 본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2019년에도 홈런 1위로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2014년부터 2015년에는 KBO 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달성하며 최고의 홈런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2016년과 2017년 두 시즌을 제외하고 올해까지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박병호는 통산 5차례나 홈런왕을 차지해 이승엽과 이 부문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아직 최상의 모습이 아니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 2군행을 감수하는 등 6일 현재 51게임에 나가 타율 2할2푼9리와 14홈런, 39타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 통산 300홈런이 새로운 자극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손아섭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지난해 134게임에서 타율 2할9푼5리로 주춤했지만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매 시즌 110게임 이상으로 소화하면서 9시즌 연속 3할대 타율을 유지했다.
특히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3년 연속 180개 이상의 안타로 3할대 타율을 지켜내면서 100득점 이상을 기록해 롯데 타선에선 꼭 필요한 존재임을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2007년 부산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해 프로 14년째를 맞는 올해도 6일 현재 51게임에서 나가 타율 3할5푼7리와 35타점, 39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역대 최연소 1000득점 달성자는 SK 최정이었다. 최정은 2019년 8월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전에서 개인 통산 1623게임 째를 맞아 통산 1000득점을 달성했다. 32세 5개월 26일째 올린 기록이었다.
그러나 손아섭이 이 기록을 갈아 치웠다. 손아섭은 최정보다 빠른 32세 3개월 17일 만에 대기록을 세웠다.
롯데는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5위권 진입을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손아섭의 존재감과 활약이 필수 요소다.
# 2020년 7월5일 수원 KT위즈 파크 - 박병호는 살아 있다.
키움 손혁 감독은 박병호에게 무한 신뢰를 보낸다. 다소 주춤하지만 박병호가 변할 수 없는 4번 타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도 KT전을 맞아 박병호는 4번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키움이 초반에 무너졌다. 선발 이승호가 버티지 못했다. 키움은 2회에 3점, 3회에 4점을 각각 내줘 0-7로 끌려갔다.
4회에 1점을 따라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키움이 1-7로 뒤진 5회초. 선두타자 2번 김하성이 중전안타로 진루하며 공격의 물꼬를 열었다. 1사 1루에서 4번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갔다. 볼 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KT 선발 김민수가 시속 125km를 찍은 슬라이더를 5구째로 선택했다. 박병호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타구는 멀리 가운데 담장 너머로 날아갔다.
올 시즌 14호째이자 통산 300호째 중월 2점 홈런. 히어로즈 선수로는 2010년 송지만에 이어 두 번째로 통산 300홈런을 기록했다.
▲키움 4번 박병호가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시즌 14호째이자 통산 300호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키움 타선은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3-7로 뒤진 8회말 다시 3점을 더 내줘 패전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5-10으로 졌다.
그나마 4번 박병호가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살아난 것이 위안거리였다.
# 2020년 7월5일 부산 사직구장 - 역시 손아섭이다
롯데가 5위 다툼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반드시 잡아야 할 게임이었다. SK는 염경엽 감독이 쓰러지는 등 온갖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기회라며 기회였다.
그러나 SK 선발은 `잠수함` 박종훈.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손아섭 등 왼손 타자들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롯데 선발은 박세웅이다. 5회까지 어떻게 버티느냐가 승패의 열쇠였다.
롯데는 1회말 1사 후 2번 손아섭이 바라던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우중간 안타로 나가 득점 기회를 잡았다. 연이어 3번 전준우와 4번 이대호의 연속 안타가 터졌다.
손아섭은 1사 1, 2루에서 4번 이대호의 좌전안타 때 3루까지 진루한 뒤 1사 만루에서 5번 김준태의 밀어내기 4구로 첫 득점을 올렸다. 롯데는 계속된 1사 만루에서 6번 한동희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주자 전준우까지 홈을 밟았다.
▲ 롯데 손아섭은 뛰어난 교타자다. 지난 5일 부산 SK전에서 롯데 선수로는 처음으로 개인 통산 1000득점을 달성했다.
롯데는 1회말에 2점을 뽑아 출발이 좋았다.
그러나 박세웅이 2회와 3회 흔들렸다. 2-0으로 앞선 2회초 1사 1루에서 5번 최준우에게 우월 2점포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다. 또 3회초엔 2사 후 3번 최정에게 좌월 1점 홈런을 내줘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손아섭은 2-5로 뒤진 7회말 1사 1, 3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5로 쫓아가는 불씨를 살렸지만 롯데는 더 이상 전세를 뒤집을 여력이 없었다. 결국 3-6으로 패했다.
손아섭은 이날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KBO리그 역대 최연소이자 롯데 선수 최초의 개인 통산 1000득점도 빛을 내지 못했다.
손아섭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교타자다. 6일 현재 통산 1467경기에 나가 타율 3할2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타격의 달인’이라 불리던 고(故) 장효조와 비교되는 이유다.
손아섭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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