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는 밤이었다. 오락가락하는 장마 탓에 투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타자들의 집중력들이 밤 하늘의 별처럼 반짝한 것일까.
KT 로하스와 SK 로맥은 시원한 홈런포로, NC 강진성은 안성맞춤 적시타로 저마다 의미 있는 끝내기 승리를 연출했다. 7월21일 밤이다.
▲SK 로맥, NC 강진성, KT 로하스(왼쪽부터)가 21일 각각 인천, 창원, 수원에서 연달아 끝내기포로 짜릿한 승부를 마무리했다. 3인3색의 의미 있는 끝내기안타로 기쁨이 두 배였다.
KT 로하스는 ‘괴력의 타자’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타자임을 증명했다. 1-8로 너무나 패색이 짙던 게임을 10-9로 뒤집는데 앞장섰다.
KBO리그 역대 9번째이자 개인 통산 4번째 경기 좌우타석 홈런 등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로하스는 이날 맹활약을 바탕 삼아 타율 3할9푼5리, 63타점, 59득점, 안타 103개, 홈런 24개, 출루율 4할4푼6리, 장타율 7할5푼5리 등으로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로맥은 SK의 ‘위안’이다. 역전 끝내기 아치로 시름 깊은 벤치와 팬들에게 보답했다. SK는 2연승으로 최하위권 탈출의 실낱같은 꿈을 이어가게 됐다.
NC 강진성은 올 시즌 ‘떠오르는 별’이다. NC가 1위를 달릴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21일까지 59게임에 나가 타율 3할6푼과 45타점, 10홈런.
팀내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로 공격의 핵으로, 찬스에 강한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NC는 강진성의 연장 끝내기 안타 덕에 4연승을 올리면서 1위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KT, SK, NC는 모두 막판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값진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기적’은 노력하는 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자에게, 집중하는 자에게서 일어난다.
‘21일 밤의 기적’을 로하스와 로맥의 끝내기 홈런, 강진성 끝내기 안타로 보여줬다.
# 2020년 7월21일 수원 KT위즈파크 - ‘기적’이 있다
KT가 역전할 수 있으리라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KT는 상상 이상의 승부를 연출했다. 7회말부터 타선에 불이 붙어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극적인 승부는 3번 로하스의 방망이에서 절정의 불이 타올랐고, 마무리됐다.
KT는 7회초까지 1-8로 뒤졌다. 벤치에서 백기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LG 선발 윌슨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7회말 선두타자 6번 배정대의 타석부터 김대현이 올라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가 돌아갔다.
7회말 10명의 타자가 일순하면서 2번 황재균의 3점포와 3번 로하스의 1점포 등 홈런 2개를 포함한 8안타와 볼넷 1개로 무려 8점을 뽑았다.
▲ KT 로하스는 21일 현재 타격 7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1일 수원 LG전에서 7회말 황재균에 이어 1점포로 날려 연속 타자 홈런을 기록(왼쪽)한 뒤 9회말엔 끝내기 아치까지 그리고 동료들과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KT가 순식간에 9-8로 전세를 뒤집었다. 승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LG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9회초 2사 후 7번 김용의가 우월 1점포를 날려 9-9 동점을 만들었다. 머리 속에 연장 승부를 준비해야 할 분위기로 흘렀다.
그러나 KT엔 로하스가 있었다. 9회말 선두타자로 나갔다. LG의 7번째 투수인 여건욱이 오른손임을 감안해 왼쪽 타석으로 들어갔다. 풀카운트의 접전을 이어가다 6구째 바깥쪽 높은 공을 두들겨 오른쪽 담장 너머로 날렸다.
전광판의 시계가 10시3분 경기 종료를 알릴 수 있게 만든 시즌 24호 홈런이 끝내기였다.
▲KT 이강철 감독(가운데)이 21일 수원 LG전 7회말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로하스를 환영하고 있다.
로하스는 기뻤다. 이강철 감독은 비롯한 벤치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두 환호했다.
로하스는 7회말 2번 황재균이 8-8 동점을 만든 좌월 3점포를 날린 뒤 오른쪽 타석에서 LG의 왼손 투수 진해수를 상대로 우중월 1점포를 터뜨렸다.
좌우 연타석 홈런까지 터뜨려 최적의 스위치 타자임도 뽐냈다. KBO리그에서 2018년 이후 경기 좌우 타석 홈런을 기록한 타자는 로하스가 유일이다. 모두 4차례, 8개를 터뜨렸다.
최근 2연패로 자칫 중위권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를 맞았던 KT는 이날 승리로 32승1무32패, 승률 5할에 복귀했다. 5위 LG와의 간격은 2게임으로 좁혔다.
7점차로 뒤진 게임을 경기 후반 홈런포를 앞세워 뒤집었으니 ‘기적’이다.
# 2020년 7월21일 창원NC파크 - 그냥 1위가 아니다
승부의 방향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다. NC는 6회까지 5-3으로 앞섰다. 불펜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승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삼성이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8회초 1사 2, 3루에서 6번째 투수 송명기가 4번 이성규에게 2타점 좌전안타를 맞아 5-5 동점을 허락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 10회말. NC는 괜히 1위가 아니었다.
선두타자 3번 나성범이 우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4번 김태군은 희생번트. 삼성 벤치에선 5번 박석민을 자동 고의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1, 3루에서 6번 강진성이 나섰다. 삼성의 6번째 투수 김윤수는 초구에 볼을 던졌다. 강진성은 2구가 들어오자 방망이를 돌렸다. 좌익수 쪽에 끝내기 안타를 만들었다. 오후 6시30분에 시작한 승부가 밤 10시에 끝났다.
6-5로 끝났다. NC는 지난 16일 고척 키움전부터 4연승.
▲ NC 강진성이 21일 창원 삼성전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터뜨린 뒤 1루주자였던 박석민과 하이파이브(왼쪽)를 한 뒤 함께 걸어가고 있다.
NC는 이날 홈런포를 앞세워 주도권을 잡았다. 2-3으로 뒤진 3회말엔 5번 박석민이 시즌 9호 좌월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3-3 동점이던 5회말 1사 후엔 3번 나성범이 시즌 16호째 우월 1점홈런으로 삼성 선발 백정현을 흔들었다.
4번 알테어도 가세했다. 4-3이던 6회말 1사 후 시즌 18호 좌월 솔로포로 날려 백정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NC 타선은 강하다. 팀 홈런이 벌써 92개로 압도적 1위다. 나성범, 알테어, 박석민 뿐 아니라 양의지 등이 언제든지 장타를 날릴 수 있다.
여기에 강진성과 박민우 등이 정확성 높은 방망이로 조화를 이루니 1위 수성이 가능하다. NC는 그냥 1위가 아니다.
# 2020년 7월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 그래도 희망이다
SK 4번 로맥이 역전 끝내기 홈런포을 터뜨렸다. 2연승, 희망의 끈을 이어갔다.패색이 짙었다. 9회초까지 6-7로 뒤졌다. 롯데 마무리는 김원중. 롯데 벤치에서 믿고 관리하는 구원 전문이다.
선두타자 2번 최준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았다. 김원중에게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3번 최정과 7구까지 승부했지만 볼넷. 예감이 좋지 않았다.
4번 로맥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초구 볼, 2구는 스트라이트, 3구는 볼. 김원중에게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볼카운트로 흘렀다.
로맥은 김원중의 4구째를 노렸다.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가운데 담장 너머로 130m를 날아간, 큼지막한 역전 끝내기 2점 아치였다. 시즌 13호이자 개인통산 3번째 끝내기 홈런.
전광판의 시계는 9시53분에 멈췄다.
▲ SK 로맥이 21일 인천 롯데전에서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홈으로 들어오자 김강민 등 동료들리 격하게 환영하고 있다. 박경완 감독 대행도 로하스를 포옹하며 끝내기 홈런을 축하하고 있다.(오른쪽)
8위 롯데와 9위 SK는 초반부터 점수 주고받기를 이어갔다. 롯데는 3회까지 3-0으로 앞섰다. SK는 4회말 한동민의 우월 2점포로 추격전을 시작했다. 5회말엔 3번 최정의 희생 플라이로 3-3 동점을 만들더니 계속된 2사 2, 3루에서 채태인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때려 5-3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롯데도 중위권 순위 경쟁을 하려면 내줄 수 없는 게임이었다. 6회초 마차도의 좌월 1점포로 따라갔다. 7회초 2사 1, 3루에선 5번 정훈의 1타점 우중간 2루타로 5-5 동점, 6번 마차도의 2타점 좌전안타 덕에 다시 7-5로 재역전했다.
SK는 힘겹게 추격했다. 8회말 8번 이현석이 좌월 1점 아치를 그려 6-7. 일단 거기까지 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승리를 포기하지 않아 롯데 마무리 김원중을 뛰어 재역전승이 가능했다. 김원중은 올 시즌 첫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SK는 21일 현재 22승44패로 9위, 롯데는 30승33패로 8위다. SK와 롯데의 간격은 아직도 9.5게임이다.
그래도 로맥의 끝내기포는 희망이었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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