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의 기록재구성

[기록 재구성] 던지면 볼~볼~, SK 역대 최다 볼넷 그리고 11연패

기사입력 [2020-09-10 11:51]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되는 일이 없다. 백약이 무효다.

 

SK가 추락하고 있다. 시나브로 11연패에 빠지면서 불명예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마운드에 올라간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있다. 볼넷을 남발하면서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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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가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왼쪽)이 지난 1일 LG전부터 복귀해 만회를 노렸지만 지난 6일 다시 지휘봉을 놓았고, 박경완 수석코치(오른쪽)의 대행 체제로 이어가고 있지만 역대 팀 최다인 11연패를 당했다. 염경엽 감독과 박경완 수석코치가 지난 3일 수원 KT전 때 더그아웃에 나란히 서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급기야 9일 인천 SK 행복드림파크에서 열린 키움전에선 역대 팀 최다인 볼넷 16개를 내주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08년 한화가 두산에 허용한 14개다. 연장 18회까지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치다 나온 것이니 SK 투수들의 제구 난조는 ‘비교 불가’.

 

SK는 4-13으로 져 11연패. 2000년 이후 20년 만의 팀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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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은 선발 타자 전원이 볼넷을 얻었다. 2008년 두산이 LG전에서 기록한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올 시즌 SK는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로, 원투 펀치로 활약하던 산체스까지 일본 도쿄로 떠난 탓일까. 무기력하다.

 

올 시즌에만 지난 5월 7일 인천 한화전부터 5월 19일 고척 키움전까지 10연패를 당한데 이어 벌써 두 차례나 10연패 이상을 기록했다.

 

단일 팀이 한 시즌 10연패 이상을 두 번 겪은 것은 통산 8번째. 1982년 삼미와 2003년 롯데, 1995년 태평양과 1999년 쌍방울, 2015년 KT가 불명예 기록한 정도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염갈량’으로 통하는 염경엽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더그아웃에서 쓰러지는 충격적인 장면까지 연출했다. 2개월여의 공백기를 거쳐 지난 1일 염경엽 감독이 다시 돌아왔지만 SK는 회복하지 못했다.

 

선발이 무너지니 중간은 물론 불펜까지 도미노식으로 와르르. 속수무책이다.

 

결국 염경엽 감독은 지난 6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다시 몸에 이상을 느껴 경기 직전 병원으로 향해 재검진을 받았다. 올 시즌 더 이상 지휘봉을 잡는 것은 무리라는 최종 판단이 내려졌다. 박경완 수석코치가 대행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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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9일 현재 32승1무 71패로 9위에 머물러 있다. 회생불능 상태다. 한화와 함께 ‘절대 2약’으로 올 시즌을 끝내야 할 처지다. 승률은 겨우 3할(0.311)을 갓 넘었다.

 

SK는 올해 창단 20년을 맞고 있다. 그러나 성적은 최악이다. 산 너머 산이다.

 

# 2020년 9월9일 인천 행복드림파크, 아~ 또 ‘볼’이구나

 

SK는 연패 탈출이 발등에 떨어진 불. 어떻게 하든 이겨야 할 게임이었다. 이것이 커다란 부담감으로 작용할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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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선발 백승건부터 마지막 투수 서동민까지 총 8명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제구 난조로 위기를 자초하다 끝내 4-13으로 크게 패했다. 충격적인 11연패.

 

선발 백승건은 1회초 1번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거듭 흔들렸다. 1회는 볼넷 2개를 내주고도 힘겹게 무실점으로 넘겼지만 2회에 ‘대형사고’를 일으켰다. 선두타자 6번 김웅빈과 7번 박동원에게 연거푸 볼넷을 내주는 등 모두 4개의 볼넷으로 4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쫓겨났다.

 

결국 1이닝 동안 11명의 타자를 상대로 유격수 내야 안타 1개를 내줬지만 볼넷 6개로 4실점(3자책)했다.

 

백승건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조영우는 그나마 양호했다. 4이닝 동안 16명의 타자를 상대로 4안타와 볼넷 2개로 무실점 역투를 이어갔다.

 

SK는 조영우 덕에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1-4를 유지했다.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한 상태였다.

 

SK 벤치에선 6회초가 왼손 타자인 1번 서건창부터 시작되자 왼손 투수 신재웅을 투입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이것이 패착. 또 ‘볼넷 악몽’에 휩싸였다.

 

신재웅이 첫 상대인 서건창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2사 후 또 다시 영점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6번 허정엽과 7번 김웅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주저 앉았다. 결국 6회초 3점을 더 내주며 1-7로 뒤져 ‘뒤집기의 꿈’마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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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마운드가 무너졌다. 선발투수부터 마무리까지 제 역할을 다하는 투수를 찾기 힘들다. 팀 분위기가 갈수록 가라앉을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SK 투수 8명 중 6명이 볼넷을 남발했다. 선발 백승건 6개, 조영우 2개, 신재웅 3개, 박희수 1개, 김찬호 2개, 양선률 2개를 각각 기록했다. 이태양과 서동민 만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SK가 전날(8일)에도 키움을 장단 31안타를 주고 받으며 15-16으로 패하면서 난전을 펼친 탓일까. 벤치에선 무너지는 마운드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뿐이었다. 결국 4-13으로 대패했다.

 

SK는 11연패는 20년 만이다. 2000년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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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연패에서 탈출하려면 마운드 재건이 선결 과제다. 믿었던 투수들이 제 몫을 못하면 연패를 끊어낼 수 없다. 믿는 투수인 서진용, 박종훈, 핀토(왼쪽부터)가 최근 11연패를 당하는 동안 각각 2패를 당했다. 

 

11연패를 당하는 동안 믿고 영입한 외국인 선발 핀토가 2패, 듬직한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2패를 각각 기록하면서 주축 투수로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한 때 강한 마무리였던 서진용도 2차례의 구원패를 기록했다.

 

SK는 강팀이었다. 그러나 다르다. 참 답답하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