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깔끔할 수 없다.
NC 강윤구는 KBO리그에서 유일한 기록을 보유하고 투수다. 두 차례나 1이닝 동안 공 9개를 던져 3명의 타자를 모두 ‘KKK’로 솎아냈다.
2012년 4월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SK전 4회에 한 이닝 최소 투구(9개) 탈삼진 3개를 잡아낸 데 이어 2018년 7월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도 똑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개인 통산 2번째이자 역대 6번째.
▲강윤구는 '한 이닝 최소 투구 탈삼진 3개'를 기록한 유일한 투수다. 2012년 넥센에 이어 올 시즌 또 한번 SK를 상대로 진기록을 세웠다.
강윤구는 2009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히어로즈에 입단한 뒤 주로 불펜에서 활약하고 있다. 왼손 투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깜짝 피칭’을 하곤 한다.
지난해 넥센에서 NC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올 시즌엔 NC 선발진이 크게 흔들리자 중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벌써 6승을 올렸다. 7월30일까지 48게임에 나가 32.2이닝을 던지면서 6승1패 12홀드와 평균자책점 5.51을 기록 중이다.
◈ 강윤구 연도별 성적 (7월30일 현재)
# 7월 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진기록의 산실
NC는 올 시즌 최악이다. 팀 성적이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퇴진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가 제 몫을 못하고 있는데다 토종 선발의 주축인 이재학마저 고전하고 있으니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NC 유영진 감독 대행은 이날 선발로 이재학을 투입했다. SK 선발은 박종훈. ‘잠수함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선취점은 SK의 몫이었다. SK는 1회말 2사 후 3번 로맥의 우월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4번 최정의 볼넷, 5번 김동엽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뽑았다. 또 6번 이재원의 몸 맞는 공으로 만든 계속된 2사 만루에선 7번 김성현의 1루 내야 안타 때 3루주자 최정이 홈을 밟아 추가점을 올렸다.
NC는 0-2로 뒤진 2회초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선두타자로 나간 6번 이원재의 좌전안타에 이어 2사 만루에서 터진 2번 노진혁의 역전 싹쓸이 2루타로 3-2로 앞서 나갔다.
6회초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6회말 2사 후 NC 선발 이재학이 7번 김성현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균형이 흔들렸다. NC 벤치에선 8번 나주환의 타석부터 김진성의 내세웠지만 패스트볼로 2사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나주환이 김진성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날려 3-3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았다.
선발 대결에서 불펜 싸움으로 승부가 옮겨갔다.
NC는 7회초 선두타자 7번 김성욱이 우전안타로 나가면서 다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8번 이상호는 희생 번트. 1사 2루에서 9번 김형준의 타석에서 최준석을 대타 카드로 활용했다.
최준석은 벤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우전 적시타를 날려 4-3을 만들었다. SK는 선발 박종훈을 내리고 1번 박민우부터 채병용을 투입했다.
NC 불펜에선 강윤구가 몸을 풀고 있었다. 7회말 SK의 공격이 왼손타자인 1번 노수광부터 시작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강윤구는 7회말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 NC 왼손 투수 강윤구가 7월18일 인천 SK전에 7회부터 구원 등판해 역동적인 투구로 공 9개만 던지면서 3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솎아냈다.
1번 노수광, 슬라이더로 새긴 K
강윤구는 초구로 빠른 직구를 선택해 스트라이크 존의 가운데를 향해 던졌다. 노수광이 그저 바라봤다. 2구는 살짝 스트라이크 존의 바깥쪽으로 빠지는 듯 했지만 주심의 손이 올라갔다. 강윤구는 3구째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졌다. 노수광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2번 대타 윤정우, 낮은 커브로 낚은 K
SK 힐만 감독은 앞 타석까지 3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왼손 타자 2번 한동민 대신 오른손 윤정우를 내세웠다.
초구는 스트라이크 존의 위쪽으로 꽂히는 직구였다. 윤정우는 작심한 듯 방망이를 돌렸지만 헛 스윙. 2구는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조금 파고드는 슬라이더였지만 윤정우는 반응하지 않았다. 강윤구는 3구째로 낮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더 밑으로 떨어지는 커브를 던졌다. 윤정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엉성한 헛스윙을 한 뒤 벤치로 돌아갔다.
3번 로맥, 빠른 공으로 잡은 K
3번 로맥은 홈런 타자다. 한방을 노렸다. 강윤구도 피해가지 않았다.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초구로 빠른 직구를 한복판에 던졌다. 로맥이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지만 공은 미트 속으로 쑥 들어갔다. 2구도 직구. 로맥의 방망이가 또 반응했다. 그러나 정확하게 맞지 않았다. 파울이었다.
강윤구도 승부욕이 생겼다. 칠 테면 쳐보라고 또 비슷한 곳에 빠른 공을 던졌다. 로맥의 방망이가 다시 헛돌았다.
SK 타자들이 강윤구를 만만하게 본 탓일까. 3타자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떨군 채 물러났다. 강윤구가 기분 좋게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SK를 상대로 한 이닝 최소 투구인 공 9개로 탈삼진 3개를 완성했다.
NC는 이날 강윤구의 진기록과 함께 안타수에선 8-13으로 뒤지면서도 4-3 승리를 지켰다. 강윤구는 홀드 1개를 추가했다.
# KBO리그 최초의 ‘1-9-3’은 두산 리오스
투수가 한 이닝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공 3개로 끝낼 수도 있다. 3명의 타자라 모두 초구를 건드려 범타로 물러나면 완성된다. 그러나 기록지에 ‘K’를 새겨 넣으려면 1명의 타자에게 최소 3개를 던져야 한다. 공 9개로 3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KBO리그에서 최초로 9개의 공으로 3개의 삼진을 잡고 한 이닝을 마무리한 투수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던 다니엘 리오스다. 2007년 6월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전 8회에 최초의 진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금민철이 두산 시절이었던 2009년 5월27일 히어로즈전에서 국내파 첫 한 이닝 최소 투구 탈삼진 3개를 기록했고, 한화 김혁민과 삼성 우규민도 진기록의 주인공으로 등록했다.
SK는 가장 많이 ‘한 이닝 최소 투구 탈삼진 3개’의 제물이 됐다. 리오스에 이어 강윤구에게만 두 차례 불명예를 당했다. 총 3회. 그 다음은 넥센으로 2번이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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