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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구성] 박병호는 살아 있다. 보인다, 5시즌 30홈런

기사입력 [2018-08-06 10:56]

무척 뜨겁다. ‘박뱅’의 방망이가 폭염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홈런의 전설’을 만들기 위해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몰아치기가 점입가경이다.

 

박병호(32)가 넥센의 4번으로 돌아오자마자 홈런 타자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5시즌 연속 30홈런을 눈앞에 두고 있다. 7시즌 연속 30홈런 이상을 터뜨린 ‘영원한 홈런 타자’ 이승엽에 이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으려 한다.

 

박병호 20홈런 20180719.jpg

▲박병호는 넥센의 4번 타자다.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첫 해, 부상 공백에도 불구하고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홈런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5시즌 연속 30홈런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하느라 생긴 2016년과 2017년, 2년의 공백과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박병호는 전반기 63게임에서 19개의 아치를 그렸다.

 

그리고 후반기 두 번째 게임이었던 지난달 19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20호 아치를 그려 5시즌 연속 20홈런을 기록하더니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28, 29호포를 날릴 때까지 16게임에서 총 10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역시 ‘박병호’라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

 

30홈런.jpg

 

이제 30홈런 돌파는 시간 문제다. 최정이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SK 로맥과 두산 김재환의 양자구도로 흐르던 홈런왕 경쟁은 박병호의 가세로 더욱 치열해진다.

 

6일 현재 로맥은 35개, 김재환은 32개, 최정은 31개다. KT 로하스와 함께 29개로 공동 4위에 올라 있는 박병호가 경쟁자들과의 간격을 좁히는 형국이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이었다. 2014년에는 52개, 2015년에는 53개로 절정의 힘을 뽐냈다.

 

‘돌아온 4번 타자’ 박병호에게 ‘30’이란 홈런왕으로 가는 이정표일 뿐이다. 꿈은 더 높은 곳에 있다.

 

# 욕심 없는 몰아치기, 2018년 8월5일 수원구장

 

2회초 2사 후 시즌 28호 우중월 1점 홈런

 

박병호의 마음 속에 늘 팀이 먼저다. 개인 기록은 팀 승리에 기여할 때 더욱 빛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넥센은 삼성, KIA와 힘겨운 5위 다툼을 하고 있다. 매 경기가 승리가 절실하다. 지난 2일 문학 SK전에서 4-3으로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둔 데 이어 4일 수원 KT전에서도 1-1 동점이던 9회초 무사 1루에서 4번 박병호의 시즌 27호째 결승 우중월 2점포를 앞세워 3-1로 이겼다.

 

2연승. 3연승을 노리고 있었다. 넥센 선발은 브리검, KT는 박세진이었으니 가능성 높은 욕심이었다.

 

넥센은 1회부터 방망이가 폭발했다. 1회초 1번 이정후의 우익선상 2루타를 시작으로 10명의 타자가 일순하면서 총 4안타(2루타 3개)와 볼넷 3개를 묶어 대거 6점을 뽑았다. 승기를 잡았다.

 

2회초 2사 후 4번 박병호가 타석에 섰다. 1회에 볼넷을 골랐던 박병호는 여유로웠다. 초구와 2구는 모두 스트라이크. 담담했다. 3구와 4구는 볼. 5구째 바깥쪽으로 시속 138km짜리 직구가 들어오자 툭 치듯 밀어 때렸다. 그래도 타구에 힘이 붙었다. 쭉쭉 뻗어나간 공이 우중간 관중석에 떨어졌다.

 

KT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확 끼얹는 대포였다.

 

병호 28-29호.jpg

▲박병호가 지난 5일 수원 KT전에서 2회초 박세진을 상대로 우중월 1점포(위)를 날린 데 이어 5회초 고창성을 두들겨 시즌 29호째 중월 2점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5회초 1사 1루에서 시즌 29호 중월 2점 홈런

 

승부는 일찌감치 끝난 셈이다. 넥센이 4회까지 12-0으로 크게 앞서 나갔다. 박병호는 3회초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추가했다. 브리검의 호투는 계속됐고, 타선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5회초 1사 후 3번 지명타자 이택근이 우중간 안타로 나갔다. KT는 선발 박세진에 이어 이창성을 투입하더니 5회부터 고창성으로 다시 투수를 바꿨다.

 

박병호는 타석에 들어섰다. 유니폼의 앞 단추를 2개쯤 풀어놓은 스타일이 더욱 편해 보였다. 왼발을 살짝 홈플레이트 쪽으로 밀어 넣은 듯한 특유의 클로즈드 스탠스를 하고 방망이를 두세 차례 흔들었다.

 

사이드암 투수 고창성이 초구를 던졌다. 위력이 없었다. 밋밋하게 몸쪽의 낮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밀려들어오는 시속 136km짜리 직구를 보란 듯이 두들겼다. 살짝 들었다가 투수 쪽으로 내미는 왼쪽 발등 위에서 공을 맞춘 뒤 확 잡아채듯 방망이를 돌렸다. 방망이가 반쯤 더 돌아가자 오른손을 놓아 버렸다. 두 손으로 끝까지 팔로 스루를 하지 않고도 장타를 만들어내는 박병호 특유의 스윙이다.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향해 포물선을 그렸다. 또 넘어갔다. 비거리 125m의 중월 2점 홈런. 1루 주자 이택근과 타자 주자 박병호가 차례로 홈을 밟았다. 3연승을 위한 쐐기포이자 5시즌 연속 30홈런을 향한 예고탄였다. 넥센이 KT에게 14-0으로 앞서 나갔다.

 

넥센 벤치에선 15-0으로 앞선 6회말 수비부터 박병호를 빼고 김민규를 투입했다. 벅병호는 흔쾌히 벤치의 지시에 따랐다. 2타수 2안타 4타점, 더 이상 욕심을 내지 않았다. 팀이 이기는데 힘을 보탠 것에 만족했다.

 

이날 넥센은 박병호의 시즌 5번째 멀티 홈런과 초이스의 홈런 등 장단 20안타를 몰아치면서 20-2로 이겨 3연승을 일궈냈다. 5위 자리를 지켰다.

 

# ‘작은 위안’, 5시즌 20홈런 - 2018년 7월 19일 고척 스카이돔

 

박병호는 진한 부담감을 안고 돌아왔다. 올 시즌 과연 홈런을 몇 개나 기록할 수 있을까.

 

2014년 52개, 2015년 53개를 터뜨리면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에겐 값진 훈장이자 무거운 짐이었다. 올 시즌엔 손목 통증까지 겹쳐 더욱 괴로웠다. 종아리도 아팠다. 36일 동안 1군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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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지난달 19일 LG전에서 시즌 20호째 아치를 그려 5시즌 연속 20홈런을 달성하면서 초이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넥센은 홈구장 고척 스카이돔으로 LG를 불러들였다. 넥센은 최원태, LG는 임찬규가 선발로 나섰다. 박병호는 4번 겸 1루수로 65번째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0-0이던 2회말, 4번 박병호가 선두타자로 나갔다. 초구는 볼, 2구째 시속 138km의 직구가 몸쪽으로 들어오자 박병호는 기다리지 않았다.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는 쭉쭉 왼쪽 외야를 날아가더니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120m를 날아간 시즌 20호 아치가 됐다. 그러나 승부는 3-8의 패배였다. LG전 9연패의 불명예까지 겹쳤으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나마 역대 8번째 5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것이 작은 위안거리였다.

 

# 나는 ‘목동 홈런왕’이 아니다

 

박병호가 돌아오자 넥센의 홈구장은 목동구장에서 고척 스카이돔으로 바뀌었다.

 

목동구장은 작다. 좌우 98m, 중앙 118m, 담장 높이 2m. 수치만 보면 다른 구장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타석에 서면 외야 관중석이 없고 대형 그물망을 설치한 탓인지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박병호는 꿈을 찾아 빅리그에 진출했다. 하지만 벽이 높았다. 역시 ‘목동 홈런왕’이란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며 고척 돔으로 돌아왔다.

 

고척 스카이돔은 좌우 99m, 중앙 122m, 담장 높이 3.8m다. 목동구장보다 조금 크다. 박병호는 고척돔에서 14개의 아치를 그렸다. 구장을 가리지 않는 거포임을 입증했다.

 

                         ◈ 박병호 연도별 성적 (8월6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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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밀어치는 힘이 강하다. 총 29개의 홈런 중 왼쪽과 가운데 각각 11개, 오른쪽 7개를 기록하고 있다. 투수 유형을 따지지 않고, ‘부채살 타법’으로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박병호는 ‘진행형 거포’다.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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