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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산책] 영화 ‘4등’을 재조명하다.

기사입력 [2018-12-24 09:34]

2016년에 개봉한 영화 ‘4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 영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영화다


처음 시작은 코치역을 맡은 광수의 선수 시절 장면이 나온다. 그는 수영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좋고 술도 좋아하는 국가대표 수영선수였다. 그러나 국가대표 훈련을 위해 태릉선수촌에 입촌해야 하지만 동네 아저씨들의 노름판에 빠진다. 스승이자 국가대표 감독인 박감독이 노름판에 와서야 비로소 훈련장에 오게 되고, 화가 난 박감독은 광수를 매로 다스리려 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광수는 오히려 박감독에게 대들고 훈련장을 이탈한다. 이후 수영강사가 되어 생활하던 중 아이를 수영선수로 만들고자 한 엄마를 만나게 된다. 첫째 아들은 엄마의 삶 자체였고, 원래 수영을 좋아했던 아들 준호는 수영을 잘 했지만 큰 대회만 나가면 4등을 하게 된다. 아들의 성공을 위해 여느 엄마들처럼 온갖 뒷바라지를 다 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만, 4등을 하는 아들을 보며 속상해한다. 결국 엄마는 다니지도 않는 교회에 찾아가 수영 1등을 해본 엄마한테 코치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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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4등의 박코치가 수영선수 준호에게 매질을 하는 장면(사진_프레인글로벌).

  

이런 과정을 거쳐 광수와 준호가 코치와 선수로 만나게 된다. 코치인 광수는 준호와의 첫 만남에서 엄마에게 아이를 맡길거면 엄마는 빠지라고 하며 아예 수영장에도 오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후 훈련에 별 관심이 없던 코치와 달리 준호의 부탁으로 훈련이 시작된다. 고된 훈련이 시작되자 준호는 힘들어하고, 코치는 매를 들기 시작한다. 내가 겪어보니 훈련이 힘들어 도망가고 싶을 때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 선생이라며 폭력은 지속적으로 가해진다. 어린 준호의 몸에는 멍이 가실 날이 없고, 가족들이 그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고된 훈련의 결과였을까? 4등만 하던 준호는 첫 시합에서 1등으로 달리다가 막판에 역전을 당해 2등을 하게 된다. 엄마는 너무 기뻐 가족 파티를 하게 되고, 식사자리에서 아빠는 처음으로 준호가 훈련 중 맞으면서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아빠는 코치를 찾아가 2등을 하게 해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앞으로 아들을 때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코치는 준호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런 준호는 아빠를 찾아가 수영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엄마는 준호를 나물하고, 이후 동생인 기호에게 기대를 걸며 준호에게 올인했던 삶을 기호에게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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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때부터 코치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심석희 선수.

  

그런 엄마에게 기호는 자신에게 올인해 힘든 삶을 탈피하고픈 마음에 형이 다시 수영을 했으면 좋겠다며 푸념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기호가 욕조에서 형의 수경을 쓰고 놀고 있자, 준호는 자신의 수경을 마음대로 썼다고 동생을 혼내는데 수영코치가 했던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동생을 때리기 시작한다. 이후 준호는 수영을 좋아했지만, 폭력이 싫어 수영장을 뛰쳐나온 자신의 모습을 보고, 새벽마다 홀로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하며 다시금 수영에 대한 동경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코치를 찾아가 수영을 다시 하고 싶다고 하자 코치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준다. 결국 준호는 누구의 강요에 의한 수영이 아닌 자신의 좋아하는 수영을 마음껏 즐기며 노력한 결과 스스로 1등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내용이다. 영화를 실제 보게 되며,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로 더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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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후배를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기자회견을 가진 이택근 선수의 사과 모습.

  

영화를 소개하고자 칼럼을 쓰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아니 지금까지 스포츠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고자 한다. 대부분 운동선수들은 영화의 주인공처럼 초등학교때부터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본인의 의지이든 부모의 바램이든 운동을 택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 길의 끝에서 성공이라는 열매를 따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시작된다. 영화에서 조명된 엄마의 모습. 매를 맞아서라도 아들이 1등만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행복하다는 대사. 과연 영화에서만 있는 일인가? 운동을 해본 그리고 운동을 시켜본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대사일 것이다. 어린 초등학생에게 매질을 하던 코치의 모습. 그 역시 폭력이 싫어 국가대표도 반납하고 선수촌을 뛰쳐나왔지만, 그 역시 폭력에 익숙해져 지도자가 되었을 때 같은 모습으로 선수들을 훈련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준호가 동생이 자신의 수경을 썼다는 이유로 코치에게 훈련받은 방식 그대로 동생에게 언어와 물리적인 폭력을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 이 모습들이 대한민국 스포츠계에 만연해 있는 악순환의 고리인 것이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한 평생 이러한 환경에서 운동만 한 선수들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면 이러한 폭력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게 정당한 환경에서 보고, 배우며 자라 온 그들에게는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안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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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 선수는 후배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모든 명예를 잃었다.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진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최근 불거진 스포츠계의 여러 사건들 중 폭력과 관련된 이슈들이 너무나 많이 보도가 된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구타가 일상이 되어 최근 동계올림픽때까지 폭력으로 일그러진 심석희 선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기 때문에 더 조명이 되었을 수도 있다. 또한 스포츠 도박 사건에 연루되어 억울함으로 호소한 문우람 선수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팀내 선배였던 이택근 선수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로 인해 이택근 선수는 36경기 출장정지의 징계를 받게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폭력의 범위도 물리적 폭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폭력, 공포 분위기 조성, 성폭력 등의 모든 종류가 폭력에 포함된다. 영화 4등의 내용을 재조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력을 행사하는 스포츠계의 진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지도자, 부모, 선수뿐만 아니라 1등만 기억하는 우리 사회 역시 폭력을 조장하는 원인 제공자가 아닐까 한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런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은 폭력을 행사한 당사자의 처벌에만 국한해서는 이런 사건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폭력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조명된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겠지만, 유소년 선수들부터 이런 환경을 개선해 주고, 사회적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해 폭력이 정당화되는,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의 부적절한 통념을 없애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동참하고, 노력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진국 전문기자/navyj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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