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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구성] ‘30인의 용병’, 과연 누가 ‘돼지꿈’을 이룰까

기사입력 [2019-01-03 13:51]

기해(己亥)년이다. 누가 ‘돼지꿈’을 꿨을까.

 

황금 돼지의 해, 30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서 뛴다. 두산 린드블럼, 삼성 러프 등 11명은 재계약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나머지 19명은 ‘코리안 드림’을 향해 첫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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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린드블럼(왼쪽)과 삼성 러프는 아주 모범적인 외국인 선수다. 지난해 뛰어난 활약을 펼쳐 투타 최고액으로 재계약하고 올해 다시 팬들을 만난다.

 

히어로즈의 브리검과 샌즈를 제외한 나머지 KBO리그의 ‘모범생’들은 ‘백만 불짜리 사나이’로 거듭났다. ‘신입생’ 중 한화 서폴드 등 8명도 KBO 이사회에서 정한 외국인 선수 몸값의 최고 상한선인 100만 달러(약 11억2500만원)를 받아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KBO리그는 더 이상 메이저리그의 퇴물이나 낙오자들이나 기웃거리는 곳이 아니다. 시나브로 ‘꿈의 무대’이자 ‘기회의 땅’으로 자리 잡았다. KBO리그는 빅리그로의 유턴이나 더 많은 몸값을 받을 수 있는 일본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용병 몸값.jpg


‘용병이 가을 농사를 좌우한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해마다 각각 투수 2명, 타자 1명 등 총 3명을 영입하고 있다. 투수는 선발 로테이션의 축으로, 타자는 공격의 중심으로 제 몫을 다해야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 ‘가을 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똘똘한 용병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모범생 - ‘최고액’ 린드블럼과 러프 그리고 로하스

  

두산은 2018시즌 최강 전력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93승51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SK와 무려 14.5게임이나 앞섰다. 한국시리즈에서 SK에게 패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잘 뽑은’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과 후랭코프의 덕을 톡톡히 봤다.

 

롯데를 떠나 두산에 둥지를 튼 린드블럼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완숙한 피칭을 보이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26경기에 나가 15승4패와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위, 다승 2위를 차지한 뒤 골든글러브까지 거머 줬다. 후랭코프는 28게임에서 18승3패와 평균자책점 3.74. 다승왕에 올랐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총 33승을 합작한 셈이다. 두산이 거둔 총 93승 중 37.6%를 둘이 책임졌다.

 

대박 린드블럼.jpg

▲린드블럼은 롯데를 거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두산의 에이스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두산은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를 모두 붙잡았다. 린드블럼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192만 달러(약 21억6000만원)에 재계약, 외국인 선수 최고액으로 자존심을 세워줬다. 지난해 70만 달러였던 후랭코프에겐 올해 123만 달러(약 13억8000만원)를 안겨주었다.

                  린드블럼 성적.jpg

삼성은 외국인 타자 러프와 재계약했다. 투수 탓에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지만 타선에서 보여준 러프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인정했다. 러프는 2018시즌 137게임에 나가 타율 3할3푼과 홈런 33개, 125타점을 기록했다. 이승엽이 빠진 자리를 충분히 메웠다.

 

모범 러프.jpg

▲러프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이승엽의 공백을 착실하게 메워가고 있다. 성실한 자세로 올해도 재계약을 이끌어냈다. KBO리그 3시즌째를 맞는다. 

 

러프는 KBO리그 첫 해였던 2017년 134게임에서 타율 3할1푼5리와 31홈런, 124타점을 기록하면서 주목받았다.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러프의 기록과 팀 공헌도를 반영해 올해는 140만 달러(약 15억7000만원)에서 외국인 타자 최고액인 170만 달러(약 19억1000만원)로 올리면서 재계약을 이끌어냈다.

러프 성적.jpg

KBO리그에서 ‘모범생’으로 인정받으려면 투수는 ‘10승+3점대 방어율’, 타자는 ‘30홈런+100타점’이 기본 조건이 된지 오래다.

 

삼성 러프와 함께 ‘타자 모범생’으로 재계약한 경우는 SK 로맥과 KT 로하스다.

 

로맥은 정규 시즌에서 141게임에 나가 타율 3할1푼6리와 홈런 43개, 107타점을 기록한데 이어 SK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데 공헌한 것도 인정받았다. 50만 달러에서 무려 160% 인상된 130만 달러(약 14억6000만원)로 KBO리그에서 다시 활약하게 됐다.

 

로하스 역시 뛰어난 성적으로 몸값을 끌어올렸다. 정규 시즌 전게임(144경기)에 출전하는 성실함과 철저한 자기 관리 능력을 보여준 것은 물론 타율 3할5리와 홈런 43개, 114타점을 기록해 KT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로하스 .jpg

▲로하스의 최종 선택은 KBO리그 잔류였다. 빅리그 진출의 꿈을 잠시 접고 KT의 조건에 동의, 올 시즌 다시한번 타선의 중심으로 나선다. 

 

결국 KT는 로하스에게 지난해 80만 달러에서 160만 달러(약 18억160만원)를 제시해 재계약을 성사시켰다. 계약금 50만 달러, 연봉 100만 달러, 인센티브 최대 10만 달러를 포함한 것이지만 총액은 100% 인상됐다.

 

이밖에 LG는 윌슨을 80만 달러에서 150만 달러, 한화는 호잉을 70만 달러에서 140만 달러로 두 배 이상의 파격적인 인상안으로 붙잡는데 성공했다. 반면 올 시즌부터 ‘넥센’에서 ‘키움’으로 팀명으로 바꾸는 히어로즈는 브리검과 샌즈와 각각 90만 달러와 50만 달러로 재계약했다. 새로 영입한 요키시 역시 50만 달러로 데려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백만불 사나이’가 없는 팀이 됐다.

 

KIA는 지난해 200만 달러를 줬던 헥터를 비롯해 투수 펫딘(70만 달러), 외야수 버나디나(75만 달러)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새 얼굴로 채웠다. 투수 윌랜드와 터너는 각각 100만 달러, 타자 헤즐베이커는 70만 달러에 영입했다.

 

NC도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했다. 투수 루친스키와 버틀러, 타자 베탄코트에게 각각 100만 달러를 주면서 올 시즌 탈꼴찌의 주역이 되길 기원했다.

 

꿈의 무대 - ‘성공 신화’ 테임즈와 켈리, 우즈와 벤덴헐크

 

KT 로하스는올 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할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늦게 계약서에 서명했다. 메이저리그를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하스는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때부터 ‘제2의 테임즈’를 꿈꾸고 있었다. 지난해 144경기에서 타율 3할5리와 홈런 43개, 114타점을 기록하면서 빅리그에 재도전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빅리그에서 뛸 수 있는 로스터로서 보장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난해 12월27일 KT의 계약 조건에 동의하고 KBO리그 잔류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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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빅리그로 유턴하거나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왼쪽부터 시간 방향으로 테임즈, 켈리, 벤덴헐크, 우즈.

 

에릭 테임즈는 한국 무대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2014년부터 NC 유니폼을 입고 2016년까지 3시즌을 뛰는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NC 돌풍’의 중심이었다.

 

2014년 125게임에서 타율 3할4푼3리와 37홈런, 121타점을 기록하더니 2015년 142게임에 나가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140타점으로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 그리고 2016년 123게임에서 타율 3할2푼1리, 40홈런, 121타점을 올렸다.

 

테임즈는 KBO리그에서 힘과 기를 모두 최고치까지 끌어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메이저리그 밀워키의 부름을 받고 꿈을 이뤘다.

 

켈리는 2018년 SK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은 뒤 마침내 빅리그에 입성했다. 애리조나가 2년 총 550만 달러의 조건으로 켈리를 불렀다.

 

빅리그 경험이 없는 켈리는 2015년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첫 해 30게임에서 11승10패와 평균자책점 4.13에 이어 2016년 31게임에서 9승8패, 평균자책점 3.68를 기록했다. 그리고 2017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0게임에 등판해 16승7패와 평균자책점 3.69. 지난해 28게임에서 12승7패와 평균자책점 4.09로 SK 마운드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KBO리그에 진출해 차근차근 성장하면서 꿈을 이뤘다.

 

OB 타이론 우즈와 삼성 릭 벤덴헐크는 한국 무대를 거쳐 일본에 진출해 성공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우즈는 1998년 OB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첫 해 126게임에서 타율 3할5리와 홈런 42개, 103타점로 이승엽과 경쟁하면서 ‘최고 타자’로 올라섰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는 두산에서 4번 타자로서 맹활약했다. ‘30홈런-100타점’은 기본이었다.

 

우즈는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시즌 연속 30홈런-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일본 구단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다.

 

그리고 2003년 요코하마로 이적해 40홈런을 터뜨려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오른데 이어 2004년에도 45개의 아치를 그려 2년 연속 홈런왕에 등극할 정도였다. 2005년에는 주니치로 이적해 2008년까지 간판타자 역할을 했다.

 

우즈는 한국 무대를 거쳐 일본에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줬다.

 

소프트뱅크에서 활약하고 있는 벤덴헐크는 2013년과 2014년 삼성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면서 주가를 올렸다. 특히 2014년에는 25게임에서 13승4패와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면서 최상의 모습을 보였다. 그 해 방어율 1위에다 탈삼진 1위(180개)를 차지하면서 일본 진출의 발판을 만들었다.

 

벤덴헐크는 2015년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뒤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7년 25게임에서 13승(7패)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한 데 이어 2018년에도 23경기에 나가 10승7패와 평균자책점 4.30으로 존재감을 확인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019년, 새해를 맞아 저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KBO리그도 거듭나려 한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아주 중요한 이유다. 그들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이창호 전문기자/news@isport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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