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Home >  스포츠  >  야구
취재파일-프로야구 탄생(3)

기사입력 [2006-11-09 13:38]

군산야구의 대부 격인 이용일은 군산에서 가업인 고무신 생산 메이커 경성고무를 경영하며 60년 전북야구협회 회장을 맡았고 79년에는 대한야구협회 전무이사로 올라와 야구 관련 단체를 통폐합한 뒤 80년 10월 체육계 정화 차원에서 숙정을 당해 쉬고 있는 상태였다.
박영길은 이상주 수석과 프로야구 탄생을 위한 프리 토킹식 대화를 계속했다. 박영길은 야구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곁들여 달변으로 이 수석의 관심을 야구 쪽으로 돌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78년 롯데 자이언츠를 이끌고 지방을 순회한 일이 있다. 경기가 끝난 뒤면 지방 유지들과 어우러져 식사를 같이 한 일이 있다. 지방에서는 내 노라 하는 분들이 모인 자리인데 음담패설을 빼면 화제거리가 없었다. 이 때 생각난 게 프로야구였다. 적어도 이 무렵 프로야구가 열리고 있었다면 화제거리는 자연스럽게 야구선수나 그에 얽힌 사연들이 주제가 됐을 것이다. 이젠 우리도 프로야구를 운영할 때가 됐다."
박영길의 말에 이 수석이 맞장구를 쳤다. 마음의 문을 조금 연 것이다. 이 수석은 "우리가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라며 "프로야구를 만드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82년 9월 서울에서 세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야구 사상 처음으로 우리 나라가 개최하는 대회라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프로야구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첫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대한야구협회 임광정(林光廷) 회장도 선수들의 프로야구 진출을 반대할 것이다. 이들을 빼놓고 세계대회를 치를 수 없는 것처럼 이들이 빠진 상태에서 프로야구를 출범시켜 보았자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참여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설명> 8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김재박(가운데)만 유일하게 9월 30일 MBC 청룡(LG 트윈스 전신)에 특급대우(계약금 2천만원, 연봉 2천4백만원)로 입단, 3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로 시즌을 끝냈다.

세계대회를 앞두고 협회는 정말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실업 팀에 배속시켜 국가대표 선수로 묶어놓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투수로는 김시진(金始眞·경리단), 최동원(崔東原), 임호균(任昊均·이상 한국전력). 포수로는 심재원(沈載元·한국화장품). 내야수에는 이석규(李碩揆), 정구선(鄭求善·이상 경리단), 김재박(金在博·한국화장품). 외야수로는 이해창(한국화장품), 장효조(張孝祚·경리단), 유두열(柳斗烈·한국전력), 김일권(金一權·한양대) 등이 묶여 있었다.
박영길의 말을 들은 이 수석은 "그런 문제라면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 임광정 회장도 만나고 필요하면 야구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주 수석의 말에 박영길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축구든 야구든 프로 팀을 만들기 위해 서두르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출범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박영길은 이 수석의 말 속에서 움직일 수 없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프로야구가 생긴다? 박영길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이 떨렸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나 벅찬 사건이었다. 박영길은 청와대를 나서기 무섭게 이호헌을 찾아갔다. 그를 만나 축구보다 한 차원 높은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박영길로부터 이상주 수석의 의도를 전해 들은 이호헌은 솔깃해 하면서도 걱정부터 앞 세웠다. 자금력이 풍부한 축구 쪽에서 구체적인 안을 들고 나와 좀 더 적극적으로 밀어 붙인다면 야구는 승산이 없다고 본 탓이다. 하지만 이호헌은 그 나름대로 복안을 갖고 있었다. 이 참에 프로야구를 꼭 탄생시켜 보겠다는 야망을 불태웠다. 그것이 자기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홍순일/news@photoro.com)

이창호의 기록재구성 더보기

  • [기록 재구성] NC 창단 9년, ..
  • [기록 재구성] 박용택은 기록..

김진국의 스포츠산책 더보기

  • [스포츠산책] 연습생 신화
  • [스포츠 산책] 기업의 스포츠 ..

코리아의 현장포커스 더보기

  • KIA 김태진, 내 핼멧 받아 주..
  • 롯데 거포 이대호, 난 포수가 ..

킴벌리의 댄스살롱 더보기

  • [댄스살롱] 이것이 댄스다
  • [웰빙댄스 특집] 아웃사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