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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전도사' 성남고 이희수 감독 은퇴

기사입력 [2006-11-16 11:29]

그는 우승을 끌고 다녔다.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우승이 뒤따랐다. 천안 북일고에서 그랬고, 프로야구 롯데도 덕을 봤다. 그 뿐인가? 천하에 둘도 없는 명장으로 위세가 드높던 김영덕(金永德) 감독도 이루지 못했던 빙그레의 우승 꿈을 그는 손 쉽게 일궈냈다. 모교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부임하자 마자 우승을 뽑은 뒤 은퇴하는 하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우승을 안았다.

추계서울시고교야구대회 우승을 끝으로 성남고를 떠나는 이희수 감독

성남고 이희수(李熙守•58) 감독이다. 그는 추계서울시고교야구대회(11월 2~15일 동대문) 우승을 끝으로 30년 지도자 생활을 청산했다. 3년간 동고동락을 같이 한 홍우태(洪宇泰) 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긴 이 감독은 여한이 없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3년 전 동문들에게 떠밀리듯 모교의 감독을 맡았다. 개인적인 욕심은 하나도 없었다. 오직 좋은 재목을 키워 침체한 모교 야구를 빛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됐다. 고교 감독이 이렇게 힘든지 정말 몰랐다. 집의 나이로 내년이면 60이다. 선수들의 대학 진학은 말할 것도 없고 프로 진출까지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낙오자가 생기면 가슴 아파 잠을 못 잤다. 이런 일은 정말 못할 일이다. 이런 것들 모두 내 능력 밖이어서 후배에게 어려운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기로 했다."
이희수 감독이 모교인 성남고 사령탑에 앉은 것은 2003년 8월. 1983년 천안 북일고 감독 사퇴 이후 20년 만에 고교의 지휘봉을 다시 잡은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잘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이 감독은 이듬 해(2004년) 3월 벌어진 제38회 대통령배고교야구대회 서울시예선겸 춘계서울시고교대회에서 강호 덕수정보고를 9-8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기염을 토했다. 또 그 해 6월에는 제59회 청룡기고교선수권대회에서 광주 동성고를 7-3으로 격파하고 우승을 챙겨 야구 명문 성남고의 위상을 드높임으로써 그가 가는 곳엔 항상 우승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예외 없이 입증했다.
이희수 감독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것은 76년 농협에서 선수를 은퇴할 무렵. 김영조(金永祚•작고) 감독의 추천으로 천안 북일고 야구부 창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였다. 1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77년 3월 팀을 창단해 29살 애 띤 나이에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그 해 10월 김영덕(金永德) 감독이 부임하면서 코치로 밀려났다.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때를 기다렸다. 그 덕분에 4년간 김영덕 감독을 보좌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80년에는 김영덕 감독과 호흡을 맞춰 제10회 봉황기고교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뒤 제32회 화랑기고교대회까지 석권, 천안 북일고를 명문교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감독이 지휘봉을 다시 잡은 것은 81년 말. 김영덕 감독이 프로야구 OB 베어스 창단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였다. 이 감독은 지휘봉을 잡자마자 이듬 해(82년) 벌어진 제33회 화랑기고교대회에서 우승을 뽑았고, 83년 제34회 화랑기대회도 움켜쥐어 2연패의 금자탑을 쌓으며 그는 숨은 능력을 한껏 뽐냈다.
천안 북일고에 재직하는 동안 한·일고교대표팀 감독(82년) 및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감독(83년)을 역임해 소중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그를 프로 팀에서 놔두지 않았다. 여러 팀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지만 83년 11월 고향 팀인 롯데 자이언츠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코치로 이듬 해 예외없이 우승을 뽑았다.
84년 롯데는 우승할 전력을 갖춘 팀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강병철(姜秉徹) 감독과 손을 잡고 한국시리즈에서 김영덕 감독이 이끄는 삼성을 꺾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빙그레에서도 마찬가지.
빙그레는 김영덕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던 88년부터 91년까지 4년간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김영덕 감독은 88, 89년 해태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뒤 91년에도 해태에게 무릎을 꿇어 천추의 한을 남겼다. 그 후 강병철 감독이 바통을 넘겨받아 우승에 도전했지만 역시 한을 남기도 떠났다.
98년 10월 강병철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희수 감독은 99년 대망의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4승1패로 물리치고 팀 창단 1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해 선배들이 남기고 떠난 한을 풀었다.
그런데 이희수 감독은 성남고를 떠나면서도 우승을 품고 떠났다. 11월 15일. 감독으로는 마지막 지휘봉을 잡았던 추계서울시고교대회 결승전이 동대문야구장에서 벌어졌다. 이 날 성남고 선수들은 스승의 은퇴를 축복하듯 장, 단 14안타를 폭죽처럼 터트린 끝에 신일고를 8-1로 격파하고 우승했다. 우승 헹가레는 없었지만 학부형이 안겨준 꽃다발로 모교에서 있었던 3년간의 희노애락을 청산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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