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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11)

기사입력 [2006-11-21 08:49]

삼성의 참여 통고를 받기 전까지 이호헌과 이용일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코오롱그룹 관계자를 만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었다. 코오롱 마저 외면할 경우 포항제철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포항제철은 실업 팀을 운영할 만큼 박태준(朴泰俊) 회장이 야구를 좋아해 프로 전향이 가능한 기업으로 보았다. 그러나 삼성이 창단을 결정함으로써 코오롱이나 포항제철과는 접촉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이들이 세 번째로 찾아간 기업은 실업 팀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그룹이었다. 특히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서 프로야구 롯데 오리온스를 운영하고 있어 프로야구 참여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롯데그룹 신준호(辛俊浩) 부회장을 만나 부산과 경남을 연고지로 한 프로야구 창단을 권유하자 무조건 참여한다는 확답을 받아내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며칠 지난 뒤 연고지 문제를 들고 나왔다. 부산은 싫다고 했다. 서울을 연고지로 달라는 것이었다.
서울은 그야 말로 만원이었다. 독자적으로 프로야구 창단 계획을 갖고 있는 MBC에 이어 두산과 롯데까지 서울 입성을 노리고 있으니 난항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후에 정책적으로 연고지를 배정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봤다. 이 보다 더 급한 문제는 프로야구에 참여하기를 꺼려하는 기업들이 많아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느냐는 것이었다.
우선 호남지역을 맡을 기업을 찾는 일이 급했다. 제1 후보에 올라있는 삼양사를 찾아가기 위해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김상겸(金相謙) 교수를 만났다. 그는 삼양사 김상홍 사장과 사촌 형제 지간이었다. 김상겸 교수는 프로야구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반색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대 찬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권을 쥐고 있는 김상홍 사장이 문제였다.

81년 프로야구 창립 움직임을 보이자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던 삼성그룹 이건희 부회장(오른쪽). 사진은 82년 2월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삼성 라이온즈 창단식을 마친 뒤 서영무 감독과 축하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 부회장.

"김상겸 교수가 쉽게 찬성해서 속으로 '호남지역도 됐구나!' 했다. 그러나 김 교수와 함께 김상홍 사장을 찾아가 만났더니 난색을 보이는 거였다. 김 사장이 자신은 운동에 소질도 없을 뿐 더러 관심은 더욱 없다고 했다. 때문에 앞으로도 운동부를 설치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아닌가? 잔뜩 기대하고 찾아갔다가 거절을 당하니 맥이 풀릴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다시 찾아나선 기업이 금호그룹이었다."
금호그룹 박인천 회장을 만나기에 앞서 금호실업의 박삼구(朴三求) 사장을 만났다. 박 회장의 셋째 아들이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을 떠보기 위해서였다.
이호헌은 프로야구 창립 취지를 설명한 뒤 "금호그룹이 팀을 만들 경우 제품 판매에 커다란 선전 효과가 있을 것이므로 꼭 참여해 달라"고 설득했다. 박 사장은 두 말 없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므로 사촌 형인 삼양 타이어의 박상구(朴祥求) 회장과 의논해 부친(박인천)을 설득해 보겠다고 했다.
이호헌에겐 기분 좋은 말이었다. 삼양사를 찾아갔다가 거절을 당해 허탈했던 마음이 금호의 박삼구 사장 말 한 마디에 뿌듯해지는 것 같았다.
금호그룹으로부터 기쁜 소식이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뜻하지 않았던 신문보도로 낭패를 당했다. 81년 10월 28일자 D일보에 은밀히 추진되고 있던 프로야구 창립 작업이 낱낱이 보도되는 바람에 금호그룹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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