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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12)

기사입력 [2006-11-22 10:15]

"D일보가 호남지역을 맡을 기업은 금호그룹이라는 보도를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삼구 사장은 부친(박인천 회장)에게 프로야구 참여를 건의하지 못한 채 눈치를 보고 있었다. 80 고령인 박 회장이 병환 중이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문이 먼저 터트려 박 회장을 진노케 한 것이다. 자신이 전혀 모르는 가운데 프로야구에 참여한다는 것도 괘심 했지만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재무구조가 튼튼하지 못해 프로구단을 운영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보도였다" 라는 게 이호헌의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주 수석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호남지역은 불행스럽게도 프로야구 팀을 창단할 정도로 큰 기업이 없었다. 그런 속에서도 금호그룹이 대표적인 기업으로 손꼽혔다. 신문보도가 나가자 금호그룹 부회장인 박성용(朴晟容)씨가 불쑥 찾아왔다. 박 부회장은 금호그룹 박인천 회장의 장남으로 68년 대통령 경제 비서관을 시작으로 70년에는 경제기획원장관 특별 보좌관까지 역임한 경제통이기도 했다. 금호그룹 부회장을 맡은 것은 79년부터였다. 이런 분의 돌연한 방문이 너무 반가워 손을 잡았더니 '프로야구에 꼭 참여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가능한 한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다. 박 부회장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금호를 지명한 것은 대통령의 뜻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금호는 빼달라'고 했다. 이유는 노조와의 분쟁으로 골치가 아픈데다 적자까지 겹쳐 정신 차릴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박 부회장은 '스포츠도 좋지만 기업을 우선 살려놓고 봐야 할게 아니냐?'고 했다"는 것이었다.
어찌됐던 금호그룹의 불참은 충격이었다. 삼양사도 거절한 마당이어서 앞 길이 막막하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가볼 기업은 대한교육보험 밖에 없었다.

81년 10월 28일 D일보가 프로야구 창립 움직임을 보도, 세상에 알려지자 전국 주요 신문들은 하루 늦은 10월 29일 '프로야구 탄생'을 일제히 보도했다. 금호의 불참은 D일보의 보도와는 상관없이 재무구조의 부실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대한교육보험도 호남의 대표적인 기업이었지만 또 거절을 당할 것 같아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호남은 일단 접어두고 충청도를 맡을 기업을 찾아 나섰다. 충청도의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동아건설과 한국화약이 있었다."
이호헌은 동아그룹 계열사인 대한통운으로 김경태(金慶泰) 전무를 찾아가 열나게 취지를 설명했다. 역시 반응은 시큰둥했다.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혼자서 결정할 일이 아니므로 동아그룹 사장단회의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거절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프로야구가 탄생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 때 들은 얘긴데 사장단회의에서는 전원이 프로야구 참여를 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원석 회장이 반대해 무산 됐다는 것이다. 당시 최 회장은 탁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최 회장은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탁구에 전념, 금메달을 따기 위해 매진하겠다며 사장단의 건의를 물리쳤다는 거였다."
출발이 너무 쉬워 낙관했던 이호헌과 이용일은 암초를 만난 듯 난감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광주일보 김종태(金宗太) 사장을 찾아갔다. 대한야구협회 부회장까지 겸하고 있어 심금을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이였다. 화제는 자연 프로야구 창립 쪽으로 흘렀다.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호남 쪽에서 프로야구 할 만한 기업을 소개해 달라"는 제의까지 하게 됐다. 김 사장은 한참을 숙고한 끝에 대한교육보험을 추천했다.
그러잖아도 대한교육보험은 제3의 후보로 굳혀 있는 상태였다. 김종태 사장의 제의로 힘을 얻어 대한교육보험을 찾아가기로 했다. 대한교육보험 자체는 호남지역과 연고는 없었다. 하지만 설립자인 신용호(愼鏞虎) 회장의 고향이 전남 영암이어서 큰 기대를 걸고 찾아갔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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