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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13)

기사입력 [2006-11-23 07:54]

"손도심(孫道心)씨가 사장으로 있었다. 세종로 네거리에 있는 교보빌딩으로 찾아갔다. 김종태 사장이 전화로 대충 얘기한 탓인지 신 회장과 함께 우리를 맞았다. 잘 됐다 싶어 프로야구 얘기를 꺼내며 창단을 권유했다. 손 사장은 즉석에서 '좋다!'고 했다. 나도 '됐구나!'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신 회장이 있는 자리에서 사장이 서슴없이 찬성했으니 두 사람이 미리 뜻을 맞춘 것으로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것도 오판이었다.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정동에 있는 임시 사무실에 들어서자 전화가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신 회장이 승산이 없다며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는 거였다. 맥이 탁 풀렸다. 전화로 이런 사정을 전해 들은 광주일보 김종태 사장도 "힘을 냅시다. 도 아니면 모 라고 또 누가 알아요?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직 해태가 남아있으니 희망을 걸어 봅시다" 라며 힘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김종태 사장은 이 참에 경복고 후배인 해태제과 박건배(朴健培) 사장을 설득해 프로야구 대열에 동참토록 힘을 써보겠다는 약속까지 잊지 안았다.
"광주일보의 김종태 사장은 만에 하나, 해태가 단독으로 창단할 능력이 없다면 일본 프로야구 '히로시마(廣島) 카프'의 경우처럼 전라도민들의 공모 주를 모아 도민 구단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이라면 능히 추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때만해도 해태제과는 단독으로 프로야구 팀을 창단하기 벅찬 기업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때문에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기업이었다. 하지만 김종태 사장의 말을 듣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김종태 사장의 말대로 해태가 주축이 되어 전라도민들의 성금으로 팀을 만든다면 지방 색이 가장 뚜렷한 팀이 태어나는 것이었다. 좋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고육지책임엔 틀림없었다. 마땅한 기업을 찾지 못했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해 봄직한 아이디어였다.

광주일보 김종태 사장의 주선으로 어렵게 프로야구에 동참한 해태제과 박건배 사장(왼쪽). 사진은 82년 3월 26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된 프로야구 개막 리셉션(호텔 신라 2층 다이너스티 홀)에서 한국야구위원회 서종철 총재와 환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때문에 일단 덮어두기로 했다. 호남지역만큼 급한 지역이 경기 강원지역이었다. 이 지역의 선정 기업으로는 현대와 한국화장품이 올라있었지만 대한항공(KAL)을 갖고 있는 한진그룹도 빼놓을 수 없는 후보였다. 우선 현대부터 접촉하기로 했다.
"호남지역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충청지역 역시 동아건설이 사양하는 바람에 오리무중이어서 그 동안의 결과도 보고할 겸 협조를 얻기 위해 이상주 수석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 수석이라고 뾰족한 수를 갖고 있을 턱이 없었다. 약속이 있다며 외출하는 길에 차를 함께 타고 청와대를 나오며 경기 강원지역은 현대가 꼭 맡아줘야 하는데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수석은 정주영 회장과는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낸다며 카폰으로 정 회장과 통화를 한 뒤 '저녁 6시에 찾아 뵙겠다'고 하는 거였다."
이상주 수석이 정 주영 회장을 만나면 자연스레 프로야구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지금 프로야구에 눈 돌릴 짬이 없었다. 대한체육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주영 회장이 지난 9월 서독 바덴바덴 IOC총회에서 88년 올림픽대회를 서울에 유치한 직후여서 시기적으로 프로야구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이상주 수석은 약속한 대로 정 회장을 찾아갔다.
"프로야구 창립 계획이 확정된 뒤 정주영 회장에게 프로야구 팀 창단을 권유했던 일이 있다. 그때마다 농구와 배구 팀을 갖고 있어 야구는 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날도 정 회장을 만나 다시 한번 권유했다. 역시 'No'였다. 진짜 이유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다른 데 눈 돌릴 짬이 없었던 것이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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