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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14)

기사입력 [2006-11-24 08:01]

현대의 프로야구 불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삼성이 이 소문을 전해 듣고 "현대가 빠지면 우리도 못한다"고 백기를 흔들어댔다. 삼성 쪽에서 프로야구 포기를 검토한 것은 대기업은 빠지고 졸 때기 기업들만 참여하니 체면이 안 서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상주 수석은 이런 점을 들어 가며 짬이 날 때마다 정주영 회장을 찾아가 설득했지만 막무가내로 머리를 내저었다.
"이 교수,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프로야구가 성사되지 않을 것 같은가? 그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하고 다른 기업을 찾아 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일말의 여운을 남기고 있었지만 올림픽이 끝나기 전엔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했다. 때문에 이상주 수석은 이호헌과 이용일에게 "현대는 단념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의 거절로 한진그룹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접촉을 시도했다. 이상주 수석이 대한항공 송영수(宋榮壽) 상무를 소개해 그를 찾아갔다.
"오너인 조중훈(趙重勳) 사장이 해외 출장 중이어서 송 상무와 애기를 나눴다. 프로야구 얘기를 꺼내자 대번에 난색을 표했다. 대한항공은 겉만 화려하지 속 빈 강정이라며 연간 적자가 2백억원 안팎이라고 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프로야구 탄생은 시기상조여서 아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봤던 것이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은 대놓고 거절하지는 않았다. 사장이 해외에서 돌아오면 의논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조중훈 사장의 귀국 후 전해온 대답은 뻔했다.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어 프로야구를 만들면 주주들이 들고 일어난다고 했다. 그러므로 2년만 기다려 달라는 식으로 거절의 뜻을 전해왔다.

81년 프로야구 참여를 유보했던 럭키금성은 10년이 지난 90년 1월 18일 MBC 청룡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3월 15일 여의도 동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LG 트윈스 창단식을 가졌다. 사진은 창단식이 끝난 뒤 선수들과 조광식 단장(앞줄 왼쪽) 및 백인천 감독(앞줄 오른쪽)이 창단 축하 함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

현대와 한진에서 물 먹은 이호헌은 한국화장품 임광정 사장을 떠올렸다. 임 사장은 대한야구협회 회장으로 실업야구 팀(한국화장품)을 갖고 있어 프로야구에 뛰어드는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고 봤다. 그러나 임 사장의 요구는 프로야구 창립 취지를 흔드는 것들이었다. 임 사장은 프로야구 팀을 창단하는 조건으로 서울지역을 연고지로 달라고 했다. 선수들도 한국화장품에서 뛰던 기존 선수들을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거였다. 일종의 특혜를 달라는 것이었다. 모두 들어줄 수 없는 것들이어서 한국화장품의 참여는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큰 일이었다. 호남에 이어 경기 강원지역에서도 연고 기업을 찾지 못해 초조하기 그지 없었다.
"기업들이 프로야구 참여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한항공의 경우처럼 승산이 없다고 본 탓이다. 시기적으로 기업들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때문에 오늘은 이 회사, 내일은 저 회사 하는 식으로 구걸을 하러 다니는 꼴이 됐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 이상주 수석에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수석은 한참을 생각하다 럭키금성그룹에 전화를 걸었다."
이상주 수석은 기획조정실 이헌조(李憲祖) 실장에게 "프로야구 관계로 사람이 찾아갈 테니 만나서 얘기를 들어 보라"고 말한 뒤 우리에게 "럭키금성의 생산품은 소비재가 주류를 이루는 기업이니 프로야구를 만들라고 하면 기뻐할 것이라며 한번 찾아가 보라고 했다."
럭키금성이 참여 한다? 물론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연고지 문제를 놓고 보면 새로운 고민거리였다. 럭키금성의 연고는 서울 아니면 경남이었다. 기업으로 보면 당연히 서울을 연고지로 주장할 것이고 오너인 구자경(具滋暻) 회장은 고향이 경남 진양이어서 연고로 부산 및 경남지역을 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에서는 MBC와 충돌할 게 뻔했고 부산 경남지역에서는 연고권을 주장하는 롯데와 한 판 싸움이 불가피했다. 그렇다고 전혀 생소한 연고지에 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골치 아픈 문제여서 일단 덮어두기로 하고 호남지역 기업을 찾아 나섰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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