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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16)

기사입력 [2006-11-27 08:29]

럭키금성의 이헌조 실장과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제는 할 수 없었다. 프로야구에 참여 의사를 밝힌 5개 연고 기업으로 구단주회의를 가질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또 이런 사실이 신문에 보도된 처지여서 움치고 뛸 수도 없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구단주회의를 하루 앞둔 11월 24일이었다. 이상주 교육문화 수석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급히 상의할 일이 있으니 청와대로 들어오라"는 전화였다.
"교문 수석 비서관실로 이상주 수석을 찾아가자 이 수석이 반색을 하며 내 손을 덥석 잡은 뒤 '선배님, 됐습니다.' 했다. 삼미의 김현철(金顯哲) 회장이 경기 강원지역을 맡기로 했다며 내일 구단주회의에 참석한다는 거였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삼미그룹을 단 한번도 후보로 떠올린 적이 없는 기업이었다. 이 수석의 설명을 듣기 전까지 이호헌은 삼미가 서울 관철동에 우뚝 솟은 삼일빌딩을 소유한 기업이라는 것 외에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훗날 알게 됐지만 삼미는 목재 가공업으로 출발하여 특수강을 생산 수출하는 한편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만만찮은 업체였다.
"이상주 수석이 전해 준 말인데, 김현철 회장이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자기소개를 한 뒤 '신문을 보니 경기 강원지역을 맡을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 프로야구 창립이 어렵다고 하는데, 아직도 이 지역을 맡을 기업이 없느냐?" 고 묻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미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했더니 '그렇다면 나에게 맡겨줄 수 있느냐?' 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돼서 구단주회의 하루 전에 6개 구단을 구성할 기업체가 확정된 것이다. 그러나 구단주회의는 원만하게 치러지지 못했다. 롯데가 동일 업종인 해태의 참여에 이의를 제기했고 두산이 연고지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불거졌다.
"삼미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5개 기업 대표로 프로야구 첫 구단주회의를 치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삼미가 극적으로 프로야구 참여를 밝혀 6개 구단을 만들 수 있는 골격을 갖추게 됐는데 회의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81년 11월 25일 프로야구 첫 구단주회의 직전 참여 의사를 밝힌 삼미의 김현철 회장(왼쪽). 사진은 삼미 슈퍼스타즈 구단주의 자격으로 82년 3월 26일 저녁에 열린 프로야구 개막 리셉션(호텔 신라)에 참석, 역시 구단주들인 MBC 이웅희 사장(가운데)과 두산 박용곤 회장(오른쪽)을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는 장면

프로야구 창립을 위한 6개 구단 구단주회의는 예정대로 11월 25일 저녁 7시 호텔 신라 '오키드 룸'에서 열렸다. 저녁 7시가 임박해지자 MBC의 이진희 사장을 비롯해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을 대리해 박용성(朴容晟) OB맥주 부사장과 해태제과의 박건배 사장이 회의장에 도착했다. 롯데그룹은 신격호 회장을 대리해 민제영(閔濟榮) 롯데제과 전무이사가 참석했고 삼성그룹은 이건희 부회장을 대신해 호텔 신라 손영희(孫永禧) 사장이 참석했다. 이호헌과 MBC의 김병주(金丙注) 관리이사가 실무자로 참석했다. 삼미그룹의 김현철 회장만 도착하면 6개 기업 대표들이 전원 참석하게 되는 것이었다.
"구단주회의가 7시 정각에 시작됐는데 삼미 김 회장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양반이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 발을 빼는 것인가?' 속으로 무척 초조했다. 이상주 수석으로부터 삼미그룹이 참여한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 내가 직접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 장소와 시간을 틀림없이 알렸는데 제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니 별 생각이 다 났다."
구단주회의 사회를 최연장자인 MBC 이진희 사장이 맡아 진행하기로 합의를 보았을 때였다. 출입구 쪽에 얼굴이 까무잡잡한 젊은 사람이 어른거렸다. 이호헌이 언뜻 보니 평범한 샐러리맨 같았다. 그래서 김현철 회장이 심부름을 보낸 사람 같아 쫓아가서 "어떻게 오셨느냐?" 고 정중하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아주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제가 삼미의 김현철입니다" 하는 거였다.
이호헌은 깜짝 놀라 "아이쿠! 김 회장님, 이리 오시지요." 하고 미리 마련한 자리로 안내했다. 그러나 이호헌은 저 사람이 정말 김 회장인지 긴가 민가 했다. 너무 젊었다. 저런 젊은이가 하나의 그룹을 움직이는 회장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호헌은 이때까지 김현철 회장을 사진으로도 본 일도 없었던 터라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김현철 회장의 이때 나이는 31세. 새파란 젊은이였으니 이호헌이 고개를 갸웃거린 것은 당연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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