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뿐인가? MBC에 밀려 대전으로 내려가는 게 굳어진 두산이 이번에는 경기 강원지역을 탐냈다. 두산이 연고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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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18)

기사입력 [2006-11-29 10:34]

"일본의 롯데 오리온스가 변두리 지역을 연고지로 한 탓에 항상 적자에 허덕여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서 흑자를 올리기 위해 서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고지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가? 신씨 집안의 연고지인 울산을 들먹이며 설득을 했지만 허사였다."

그 뿐인가? MBC에 밀려 대전으로 내려가는 게 굳어진 두산이 이번에는 경기 강원지역을 탐냈다. 두산이 연고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두산이 프로야구 참여 의사를 밝혔을 때만해도 연고지를 서울로 잡고 있었다. 그러나 MBC의 강한 힘에 밀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이호헌이나 이용일은 두산이 충청도를 맡아주길 은근히 바라고 있었다. 이런 속셈이 있어 동아건설이 프로야구 참여를 거절하자 제2 후보였던 한국화약과는 접촉도 하지 않았다.


"이 무렵 경기 강원지역은 현대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우리들이나 이상주 수석의 생각이었다. 현대와 접촉하기 전이었으므로 현대의 의향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히 90% 이상은 참여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 아니면 '경기 강원지역'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두산을 설득할 셈이었다."

이 작업은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과 가까운 이용일이 맡았다. 이용일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내가 박 회장을 만나 서울은 MBC가 맡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경기 강원지역은 현대가 맡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두산은 무주공산인 충청도를 맡아주었으면 좋다."         

라고 이용일이 운을 떼자 박 회장은 펄쩍 뛰며 손을 내저었다. "프로야굴 안 하면 안 했지 충청도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대전을 왜 내려 가느냐?" 는 거였다. 진척이 없었다. 더욱이 현대가 빠지고 삼미가 대타로 들어오자 두산의 반발은 거세기만 했다.

81년 11월 25일 구단주회의에서 제과업계의 라이벌 해태가 참여하자 프로야구 불참을 선언한 민제영 전무(오른쪽). 사진은 롯데 자이언츠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93년 어느 날 강병철 감독과 자리를 함께 했지만 표정이 심각하다. 강 감독은 이 해 말 롯데를 떠났다.

"두산의 반발은 경기 강원 지역을 현대가 맡는다고 해서 아무 소리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는데 삼미가 맡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삼미가 경기 강원지역에 연고가 있다면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연고가 있는 두산을 제쳐놓고 연고가 전혀 없는 기업을 배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두산이 맡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두산의 주장은 맞는 말이었다. 두산그룹 자체는 경기 강원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없지만 박용곤 회장은 선대들의 고향이 경기도 광주라며 연고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호헌이나 이용일은 할 말이 없었다. 박 회장을 설득하지 못한 채 "좋은 대안을 찾아보겠다"며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기 강원지역을 맡겠다고 자청한 삼미에게 충청지역을 맡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난감한 문제였다. 할 수 없이 '프로야구창립추진위원회'에 넘길 수 밖에 없었다.

11월 28일 실행위원회 결의로 태어난 프로야구창립추진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비롯해 업무 연락과 실무를 추진하고 있었다. 추진위원은 각 구단에서 선임한 실행위원 외에 이호헌을 합쳐 8명으로 구성되었지만 롯데를 뺀 7명이 활동하고 있었다. 실행위원겸 추진위원은 MBC에서 김병주 기획실장, 삼성그룹은 동방생명 김동영(金東永) 관리이사, 해태제과는 코래드 김명하(金明河) 이사, 두산그룹은 오리콤의 권태명(權泰鳴) 상무, 삼미그룹은 이혁근(李赫根) 상무 등이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11월 28일 첫 회의 이후 수시로 모여 프로야구 창립 총회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 첫 과제가 롯데와 두산의 반발을 마무리 짓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창립 총회를 10여일 남짓 앞둔 상태에서 롯데와 두산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롯데가 해태 참여로 못한다고 했다가 서울을 연고지로 주면 하겠다고 한 것은 억지였다. 이런 것 다 들어주었다간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 최악의 경우 롯데를 뺀다는 각오로 찾아갔다."


이호헌은 신준호 사장을 만나 "서울은 MBC가 있어 절대 안 된다. 부산 경남지역을 맡아라. 싫다면 태도를 분명히 하라. 롯데 아니라도 부산 경남 지역을 맡을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고 협박 조로 말을 했다. 부산 경남 지역을 맡을 기업이 많다고 한 것은 럭키금성그룹을 두고 한 말이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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