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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19)

기사입력 [2006-11-30 10:03]

이호헌이 럭키금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은 11월 중순 프로야구 참여를 권유하기 위해 이헌조 기조실장을 만났을 때 그가 한 말 때문이었다. "오너가 해외에서 돌아오면 꼭 참여할 테니 결정을 보류해 달라"고 한 말이 귓가에서 맴돌았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 이 실장을 만나 들은 말인데, 오너가 해외에서 귀국하자 프로야구 얘기를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오너는 무릎을 치며 '무조건 참여한다고 할 것이지 왜 미뤘느냐?'고 꾸지람을 했다는 것이다."

훗날 얘기여서 이 당시엔 까맣게 모른 채 이호헌은 롯데를 찾아가 협박에 가까운 말로 신 사장을 설득할 수 밖에 없었다. 효험은 즉각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일은 없던 것으로 하고 부산 경남 지역을 맡기로 한 것이다.

이 때만해도 신준호 사장은 명목상 구단주에 불과했다. 모든 것은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조정했다. 해태 참여를 이유로 반발한 것 하며 연고지로 서울을 요구한 것 등이 모두 신 회장의 뜻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추진위원회에서 강하게 나가자 슬며시 백기를 든 것이다.

"신격호 회장은 프로야구가 상품 판매나 선전에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롯데가 프로야구 참여를 포기한다고 하자 '무슨 소리냐? 서울이든 부산이든 다 좋으니 만들어 놓고 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역시 훗날 롯데의 한 관계자가 이용일에게 한 말인데 '프로야구 포기 선언했다가 무조건 참여한다'고 백기를 들 때까지가 정말 아찔했던 한 순간이었다고 털어놓더라는 것이다.

어찌됐던 롯데의 항복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상큼한 기분을 안겨 주었다. 이제는 두산만 설득하면 만사 OK였다. 하지만 두산을 어떤 방법으로 설득해 대전으로 내려 보내야 할지 좋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롯데에 써먹은 수법을 쓸 수도 없었다.

프로야구 모임에서 만난 롯데제과 신준호 사장 부부(왼쪽)와 해태 타이거즈 김동엽 감독. 신 사장은 75년 실업야구 롯데 자이언츠 창단 당시 단장을 맡아 77년까지 김동엽 감독과 동고동락 했다.

정말 두산을 구슬릴 묘안은 없는 것일까? 이호헌과 이용일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처럼 청와대 비서실 쪽에서도 이상주 교문 수석과 이학봉 민정 수석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좀처럼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엉뚱한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았다. 삼성그룹에서 실행위원으로 프로야구추진위원회에 참여한 동방생명 김동영 관리본부장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두산그룹 관계자와는 그 뒤에도 몇 차례 만났다. 경기 강원 지역은 삼미그룹이 맡는 것으로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얘기를 했지만 씨가 먹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두산그룹 박용성 기획실장이 '경기 강원 지역을 삼미에게 맡기기로 결정했다면 서울 지역을 MBC 단독으로 맡게 할 것이 아니라 양분해서 두 구단이 관리하도록 해달라'고 새로운 타협안을 내놓았다. MBC와 함께 두산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겠다는 뜻이었다. 최악의 경우 그 방법도 괜찮다 싶어 검토해 보기로 했다."

이호헌의 생각에도 MBC가 양보하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MBC 쪽에서 실무자로 참여한 김병주 관리이사는 처음부터 난색을 보였다. "이진희 사장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좌우지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뜻이나 전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김 이사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비명부터 질렀다. '이 사장 성깔을 몰라서 나더러 앞장 서라는 것이냐?'며 자기는 죽어도 못한다고 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성격이 괄괄한 이진희 사장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안 봐도 뻔했다.

이와는 상관없이 이 사장은 11월 25일 구단주회가 열리기 전부터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김병주 이사로부터 "이번 회의에서 구단주들이 사장님을 총재로 추대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롯데의 민제영 전무가 해태 참여를 문제 삼아 깽 판을 놓는 바람에 구단주 선임 문제는 추진위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심기가 편치 않았다.

이런 판에 "두산이 서울을 양분하자고 하니 들어줍시다" 했다간 어떤 날벼락을 떨어질지 예측을 불허였다. 이호헌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할 수 없이  이진희 사장을 만나기로 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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