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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프로야구 탄생(22)

기사입력 [2006-12-04 10:14]

한국 야구의 새 장을 여는 프로야구 창립 총회는 예정대로 81년 12월 11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 룸에서 열렸다.

"박종환씨는 프로야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앞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창립 공신이라 할 수 있는 분이다. MBC가 서울 독식을 주장하고 있을 때 이학봉 수석으로 하여금 압력을 넣게 한 것도 그가 뒤에서 움직였기에 가능했다."

프로야구 창립 총회를 하루 앞둔 12월 10일 이호헌은 이학봉 수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총회를 하루 앞두고 초조하게 MBC의 태도를 엿보고 있던 이호헌은 지체 없이 청와대 민정 수석 비서관실로 달려갔다.

"MBC 이진희 사장이 동의서를 놓고 애를 먹인다면서요?"

이학봉 수석이 이호헌을 보자 웃으면서 던진 말이다.

"그렇습니다. 4개 구단주들이 모두 도장을 찍었는데 MBC는 선수 일부만 양보해주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내가 한번 전화해보지요. MBC가 끝끝내 버티면 이 참에 아예 빼버립시다."

이학봉 수석이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이제 와서 MBC를 뺄 수는 없었다. 시간이 많으면 다른 기업을 끌어들일 수도 있겠지만 하루 밤을 자고 나면 창립 총회를 열어야 할 마당이라 이호헌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다.

"이학봉 수석이 처음에는 예의를 갖추어 점잖게 말했다. 그런데 MBC 쪽에서 강하게 나오는 것 같았다. '역시 이학봉 수석도 이 사장을 감내하기엔 어려운 상대인가 보구나' 하고 혼자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이 벌겋게 닳아 오른 이학봉 수석이 이 사장을 닦아 세우는 것 같았다. '아이구! 이건 큰일 났구나' 하고 목을 움츠리고 있는데 이 수석이 전화기를 팽개치듯 내려놓으며 이 사장을 찾아가 보라고 했다. 잘 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85년부터 서울을 MBC와 공동 관할한다는 약속을 받고 프로야구에 참여한 두산은 82년 1월 15일 두산프로야구단 OB 베어스를 창단했다. 사진은 6개 구단 구단주들이 사인한 동의서(위)와 OB 베어스 창단식에서 박용곤 구단주가 박용민 단장에게 단기를 수여하고 있는 장면

이진희 사장을 찾아간 이호헌은 미안한 마음에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말을 먼저 꺼낸 쪽은 이 사장이었다.

"도장을 찍어야 한다 구요?"
"예, 두산이 5개 구단 공증 없이는 대전으로 못 간다고 해서…"

이호헌은 4개 구단주들이 사인한 동의서를 내밀었다. 호랑이 같던 이 사장이 아무 말 없이 내용을 읽어 본 뒤 자신의 이름 끝에 도장을 눌렀다.

이호헌은 이진희 사장이 도장을 찍은 동의서를 들고 정동 MBC 현관을 나오면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감개무량했다. 프로야구 탄생을 위해 뛰어다닌 지난 5개월이 꿈만 같았다.

"내일이면 드디어 프로야구가 탄생한다고 생각하니 콧날이 시큰했다. 하지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두산 쪽에 5개 구단이 동의한 증서를 보여주기 위해 수송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두산그룹 본사는 수송동에 있었다. 본사 회장실에는 박용곤 회장과 이용일이 동의서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호헌이 "됐습니다. 됐어요!" 큰 소리치며 회장실로 들어서자 박 회장이 벌떡 일어나 5개 구단 구단주들이 도장을 찍은 동의서를 확인했다. 틀림없었다.

마지막으로 박용곤 회장이 동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서 두산은 85년 시즌부터 MBC와 함께 서울을 연고지로 관할하게 됐다. 물론 선수들도 82년 시즌부터 84년 시즌까지 3년간 MBC와 2대1의 비율로 드래프트하기로 했다.

끝까지 두산의 서울 진입을 막았던 MBC. 울며 겨자 먹기로 연고지와 선수 배정을 양보해 두산은 85년부터 서울에 입성할 수 있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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