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12월 11일 프로야구 창립 총회가 끝난 뒤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초대 커미셔너 서종철 총재(위)와 프로야구 탄생을 보도한 조간 신문 기사(아래). MBC를 제외한 5개 구단 명칭과 두산, 삼성, 해태, 롯데의 감독들을 보도하고 있다.
각 구단의 관할 지역도 확정됐다. 서울은 MBC(구단 명칭 미정), 부산과 경남은 롯데(롯데 자이언츠), 대구와 경북은 삼성(삼성 라이온즈), 충남 북은 두산(OB 베어스), 인천과 경기 및 강원은 삼미(삼미 슈퍼스타즈), 전남 북은 해태(해태 타이거즈)가 각각 맡기로 한 것이다.
"MBC의 양보로 프로야구 창립 총회는 일사천리로 치러졌다. 그러나 총재 선임과 총장 임명은 사전에 조정을 거쳐 총회에서는 이러이러한 분들을 총재와 총장으로 모시기로 했다는 경과 보고로 끝냈다."
프로야구의 얼굴 격인 총재(커미셔너) 선임은 11월 초부터 청와대 측의 요청으로 은밀히 진행되었다.
"10월 말께였던가? 날짜를 확실히 기억할 수 없지만 하루는 이상주 수석이 만나자고 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프로야구 조직을 보면 프로야구 전반을 통솔할 커미셔너가 있는데, 우리도 좋은 분을 커미셔너로 모셨으면 한다. 어느 분을 앉혀야 좋겠냐며 의중에 꼽아 둔 분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다. 갑작스런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커미셔너로 모실 분이 없다기보다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누구라고 꼭 집어 말하는 것보다 커미셔너로 모실만한 분들의 명단을 작성해서 가져올 테니 알아서 결정해 달라고 했다."
이호헌은 이상주 수석과 헤어진 뒤 이용일을 만나 커미셔너로 어떤 분을 모셔야 할지 의견을 주고 받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인품이나 경륜에서 흠이 없는 분이어야 했다. 또 국민이면 누구나 존경할 수 있는 사회 저명 인사로 압축했다.
이런 기준을 세워 놓고 백지 위에 한 분 한 분씩 이름을 적어나갔다. 최규하 전 대통령도 있었고 신현학, 박충훈 전 총리는 물론 이호 전 적십자사 총재와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도 커미셔너 후보에 올랐다. (홍순일/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