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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28)

기사입력 [2006-12-12 08:14]

창단 감독에 박현식, 장태영, 김양중 등 거물급 물망
두산, 창립 총회 끝나자 김영덕 감독 전격 영입 발표

프로야구를 이끌고 나갈 한국프로야구위원회(KPBC)가 81년 12월 11일 정식으로 발족함으로써 6개 구단은 더욱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감독 인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었다.

"프로야구 창립 총회를 앞두고 이용일씨와 만날 때마다 검토했던 문제가 6개 구단의 감독 인선이었다. 프로야구의 질을 높이고 권위를 살리기 위해서 무게 있는 분들을 감독으로 모셔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원칙은 몇 가지 있었다"

한국의 프로야구가 연고지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펼쳐질 것이므로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를 감독으로 뽑기로 했다. 또 하나는 재일동포 출신은 감독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그들에 대해 어떤 감정이 있어서라기보다 일본 프로야구를 의식해서였다. 일종의 자존심이었다. 하지만 코치로 기용하는 데는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이런 시각에서 이호헌과 이용일이 손 꼽았던 감독 후보들은 다음과 같았다.

MBC→박현식, 삼미→김진영, 삼성→서영무, 해태→김양중, 롯데→장태영 등이었다. 두산만 마땅한 인물이 없어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감독 후보에 오른 인물들은 야구계를 대표하는 거물급이었다.
각 구단이 이들을 영입하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일은 뜻대로 풀려나가지 않았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OB 베어스 감독으로 물망에 올랐던 일본 프로야구 한큐 브레이브스 코치 이충남. 그는 82년 11월 삼성 조감독으로 부임한 뒤 이듬 해 감독을 역임했다. 사진은 82년 한국야구위원회 초청으로 내한한 이충남이 코리언 시리즈에서 시구하는 모습

MBC 감독으로 이름이 오른 박현식은 한국을 대표하는 홈런 타자로 실업야구 제일은행 감독을 역임한 뒤 부평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삼미 감독으로 물망에 오른 김진영은 경기도 영종도 출신으로 해병대-중앙대 감독을 거쳐 인하대 사령탑을 맡고 있었다.

삼성 감독이 확실한 서영무는 대구·경북야구의 대부로 경북고와 대구상고 감독을 거쳐 중앙대 감독으로 재직 중이었다.

해태의 김양중은 호남 야구의 대표적인 인물로 기업은행에서 오래 동안 선수생활을 한 뒤 감독을 거쳐 청주지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롯데의 장태영 역시 부산 출신으로 영남을 대표하는 거물. 상업은행에서 선수와 감독을 지낸 뒤 태평로지점장을 맡고 있었다.

"감독을 이런 사람들이 맡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꼭 맡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해태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프로야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김동엽을 요구했던 터라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또 두산도 마땅한 감독 감이 없자 일본 프로야구 한큐(阪急) 브레이브스에서 작전 및 주루와 수비 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이충남(李忠男)을 스카우트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러나 두산은 프로야구 창립 총회가 끝나기 무섭게 감독을 발표해 다른 구단의 허를 찔렀다. 그것도 한국 프로야구의 자존심을 내세워 접어두기로 했던 재일동포 출신인 김영덕을 감독으로 영입한 것이다.

그 만큼 두산은 인물난을 겪고 있었다. 김영덕 영입은 고육지책 끝에 뽑아낸 모험이었다.

"처음에는 김영덕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야구에 밝은 최인철(崔寅哲) 회장(삼화왕관)이 프로야구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추천해 윗분들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두산프로야구단이 창단한 뒤 OB 베어스의 살림을 맡았던 박용민(朴容玟) 단장의 말이다. 그러나 김영덕은 처음부터 두산에 마음을 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두산이 영입을 제의하기 전에 MBC와 접촉하고 있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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