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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29)

기사입력 [2006-12-13 10:06]

MBC 창단 감독에 일본 프로 출신 김영덕 지목
김영덕, MBC서 연락 없자 두산으로 마음 굳혀

MBC 이진희 사장은 프로야구에 관한 한 뒤지는 것을 싫어했다. 어떤 일에서든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감독 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좋은 감독을 스카우트해 보란 듯이 세상에 선보이고 싶어 했다. 때문에 이용일 총장이 감독 후보로 추천한 박현식을 보류한 채 더 좋은 감독을 찾는데 온 신경을 쏟았다.

물론 박현식도 좋은 감독 후보였다. 하지만 5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좀 더 젊고 참신한 감독이 없을까? 매일 실무자들을 들들 볶아댔다.

"우선 프로야구가 뭔지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이때 떠오른 사람이 천안북일고에 있는 김영덕 감독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56년에 일본 프로야구 난가이(南海) 호크스에 입단한 뒤 59년부터 5년간 1군 무대에서 투수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김병주 관리이사에게 말했더니 이진희 사장과 한번 상의해 보자고 해요. 부랴부랴 김 감독의 이력을 조사해서 사장에게 올렸죠. 괜찮다며 만나보라고 합디다."

MBC가 프로야구 팀을 창단할 무렵 동아일보에서 스카우트된 조광식(趙光植) 스포츠국장의 말이다. 조 국장은 동아일보 시절 프로야구 창립 움직임을 가장 먼저 보도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진희 사장의 OK를 받아낸 조 국장은 서둘러 김영덕을 찾았다.

82 OB 베어스 감독을 맡아 우승을 뽑은 김영덕 감독은 84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 전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롯데 자이언츠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리가 한 발 늦었어요. 김 감독에게 전화를 했더니 '무슨 일이냐?'고 해요. 여차여차해서 MBC 감독을 맡기려고 하니 자세한 것은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지요. 그랬더니 '아이구! 하루만 일찍 연락을 주시지요. 지금 막 두산에 계신 분들과 OB 감독을 맡기로 약속하고 돌아온 길입니다' 하며 아주 애석해 합디다. 김 감독은 신문 지상에 MBC 감독 설이 나돌자 연락 오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겁니다. 가족들이 서울에 살고 있으므로 프로야구 감독을 한다면 MBC에서 하고 싶었대요."

그건 사실이었다. 프로야구 창립 소식이 나돌면서 자신이 MBC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김영덕은 판세의 흐름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한국화약으로부터 입은 은혜, 특히 천안북일고 감독으로 이끌어준 김종희(金鍾喜) 회장에 대한 은혜를 저버릴 수가 없어 적극적으로 나서지를 못했을 뿐이었다.

OB 베어스 감독을 맡은 지 한참 뒤 김영덕 감독은 다음과 같은 말로 천안북일고와 김종희 회장을 못 잊어했다.

"77년 9월 말 천안북일고 감독으로 옮겨 4년을 재직하며 김 회장으로부터 물질적인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큰 은혜를 입었다. 보수도 후했다. 세금 제하고 95만원을 받았으니까 프로야구 부러울 게 없는 대우였다."

'프로야구창립계회서'를 보면 감독의 보수로 A급인 경우 계약금 2천만원에 연봉은 1천2백만원으로 나와있다. 그러니까 A급 감독인 경우 연봉만을 놓고 보면 천안북일고와 막상막하였다.

"김 회장님을 생각하면 프로에 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 보수가 문제 아니었다.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대해준 그 마음이 고마웠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놔두질 않았다. 신문에 MBC 감독 설이 나돌면서 전화통에 불이 났다. 받아 보면 "MBC 감독으로 간다는데 어떻게 된 거냐?"는 게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학교 관계자들까지 프로 감독을 맡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참 답답했습니다. 누가 물으면 '나더러 프로로 가라는 것이냐?'고 화를 냈지만 나도 자신이 없었어요. 그때는 누가 나서서 '프로에 가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막아주길 바라는 마음과 '빨리 떠나라'는 마음이 반반이었다고 할까요? 내 자신을 컨트롤할 수가 없었어요."

프로야구 창립 총회를 며칠 앞둔 때였다. 김영덕 감독이 천안북일고에서 서무를 맡고 있는 유 국장 집 돌잔치에 갔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두산에서 전화가 왔는데 최인철 회장이 아침 식사를 같이 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김영덕 감독은 '올 것이 왔구나' 했다.(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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