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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 (30)

기사입력 [2006-12-14 10:17]

이용일 총장, 두산에 재일동포 이충남을 감독으로 추천
대한야구협 최인철 부회장, 잽싸게 김영덕 감독 낚아채

최인철 회장은 두산의 요직을 두루 거친 야구 통이었다. 일본 요코하마상고에서 야구를 시작한 최 회장은 69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을 맡은 뒤 80년부터는 국제야구연맹 기술위원까지 겸하고 있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산이 프로야구 참여를 결정한 뒤부터 야구 자문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때문에 두산프로야구단의 코칭 스태프 인선도 최 회장에 의해 요리되고 있었다.

김영덕 감독 입장에서 보면 최 회장은 어렵고 까다로운 분이었다. 이런 그가 아침 식사를 같이 하자는 데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전화를 받는 순간 '아, 이 분이 나를 필요로 하는 구나!' 감을 잡았죠. 그러나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최 회장과 식사를 하면서 듣게 됐습니다. 'OB 감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해요. 그래서 '일본에 있는 야마모토(이충남)가 오는 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하고 묻자 '그건 두산의 뜻이 아닌 이용일의 뜻이라'며 '시간이 없으니 코치들을 구해 보라'는 겁니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떨결에 '잘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했죠. 최 회장이 '그럼, 됐다'고 하며 박용곤 회장을 만나러 가자는 겁니다."

김영덕 감독은 꼭 도깨비에 홀린 듯 최 회장이 하자는 대로 아무 소리 못하고 끌려 다니기만 했다.

프로야구 원년(82년) OB 베어스 사령탑에 오른 김영덕 감독은 코리언 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격파하고 우승했다. 사진은 81년 10월 12일 코리언 시리즈에서 삼성을 4승1무1패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자 OB 선수들이 김영덕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는 장면

이 무렵 MBC에서도 김영덕 감독을 찾고 있었다. 이진희 사장으로부터 OK를 받아낸 조광식 국장은 급한 대로 김 감독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없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김 감독은 그 시간에 박용곤 회장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최인철 회장을 따라 회장실로 들어갔는데 박용곤 회장은 보이지 않아요. 우두커니 몇 분인가 앉아 있는데 박 회장이 들어옵디다. 나는 엉겁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죠. 박 회장이 이런 나를 보고 괜찮다며 앉으라고 해요."

김 감독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지만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박 회장은 아무 말 없이 담배를 피워 물고 김 감독을 아래 위로 찬찬히 훑어 보기만 했다. 김 감독은 온 몸에서 진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박용곤 회장이 입을 연 것은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였다.

"우리 한번, 같이 해보겠습니까?" 라고 박 회장이 물었다.

김영덕 감독은 머리를 조아리며 "잘 부탁합니다"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막상 말을 해놓고 보니 후회스럽기도 했다.

마음은 MBC에 가 있는데 뜻하지 않게 두산의 감독을 맡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김 감독은 집에 돌아온 뒤 자신의 성급한 행동에 또 한번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었다.

MBC 조광식 국장의 전화를 받은 김 감독은 사실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동안 일아난 일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조광식 국장이 '계약은 했느냐?'고 물어요. 계약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주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자 '됐습니다. 지금 빨리 이쪽(MBC)으로 오시지요. 중역들이 김 감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해요. 그러나 내 입장에선 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계약은 안 했지만 감독을 맡기로 구두 약속을 한 이상 갈 수 없다고 했죠. 정말 미안했습니다."

운명이 뒤 바뀐 순간이었다. MBC가 하루만 일찍 서둘렀다면 김영덕 감독은 OB가 아닌 MBC의 지휘봉을 잡았을 것이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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