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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31)

기사입력 [2006-12-15 09:52]

MBC, 김동엽과 김영덕 감독 놓친 뒤 꿩 대신 닭사냥
박현식은 나이 많아 외면, 한양대 배성서 감독 "좋다"

김영덕 감독을 간발의 차이로 놓쳐버린 조광식 국장은 "큰 일 났다!"며 가슴을 쳤다. 감독을 맡길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 이진희 사장의 어떻게 나올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장의 불 같은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조 국장은 생각만해도 등골이 오싹했다.

"놓쳐버린 마당에 어쩌겠어요. 사실대로 말했죠. 금방 욕설이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 할 수 없지' 해요. 어물어물하다가 김동엽도 놓치고 김영덕까지 놓쳤으니 MBC 체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조광식 국장은 동아일보 시절 야구기자로 명성을 날리다 81년 11월 MBC 스포츠 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뒤 MBC야구단 탄생의 산파역을 맡았다. 때문에 감독 선임에서 선수 선발에 이르기까지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밖에서는 박현식씨가 감독으로 내정된 것처럼 소문이 났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김영덕 감독에 버금가는 인물로 한양대 배성서 감독을 찍어 놓고 있었지요."

배성서 감독은 조 국장이 동아일보에 있을 때부터 호형호제하며 지낸 사이였다. 때문에 배 감독 입장에서는 조 국장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거역하는 일이 없었다. 그만큼 믿고 따랐다.

"야, 배통통(배 감독의 별명)! 네가 MBC 감독을 맡아 줘야 하겠다."

하루가 다급한 조 국장은 선술집으로 배 감독을 불러내어 의중을 떠보았다.

"무슨 말이유? 지금 한 말…"

"감독 맡으라고 했어."

"형님, 지금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이유? 김영덕 감독을 끌어들인다고 했잖수?"

프로야구 원년(82년) MBC 입단이 불발된 배성서 감독(앞 차 왼쪽)은 4년 뒤인 85년 3월 7일 제7구단 빙그레 이글스 창단 감독을 맡았다. 사진은 86년 3월 8일 연고지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마친 뒤 카 퍼레이드에 나선 장면

"다 깨졌어. 연락 했는데 한발 늦었어. 두산 가기로 결정했대. 그러니 어쩌냐? 동엽인 일찌감치 해태와 손잡았고 박현식씨는 나이가 많아 어렵고…. 만만한 게 뭐라고 사장에게 널 추천했으니 그리 알고 있어."

사실이었다. 배성서 감독의 영입은 이진희 사장으로부터 구두 승낙을 받아놓고 있었다. 그러므로 배 감독이 싫든 좋든 상관없이 무조건 끌어들여야 할 판이었다.

"난 싫수. 대학에 남겠어. 프로야구는 대표팀 감독 한번 하고 나서 2, 3년 쯤 지난 뒤에나 생각해 보겠수."

"안돼! 그러지 말고 제발 나 좀 살려주라. 이 사장에게 네 얘기를 했어. OK도 받았으니 아무 말 말고 내 입장 좀 생각해 줘."

"그래도 안돼! 난 못 가."

조 국장은 애가 탔다. 당연히 "OK!" 하고 달려들 줄 알았던 배 감독이 거절하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국장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무슨 수를 쓰든 배 감독은 잡아야 했다.

조 국장은 분위기 있는 장소를 옮겨 배 감독이 지쳐 떨어질 때까지 술을 퍼 먹이며 어르고 달랬다.

"좋수다, 좋아. 그러나 형, 빈 말 하는 건 아니겠지? 거짓 말했다간…, 그땐 정말 절교야."

"야, 내가 미쳤냐? 너만 OK하면 끝나는 거라니까…."

"알았어. 이 기회에 프로야구 감독 한 번 해 보지 뭐."

배 감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 국장은 그의 손을 덥석 움켜 잡았다. 이 순간 만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잘 생각했어. 우리 한번 잘 해보자. 우리가 힘을 합치면 멋진 팀을 만들 수 있어. 첫 해 우승 한번 뽑아보자. 그래야 큰 소리 칠 수 있잖아?"

그러나 배성서 감독의 영입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배 감독이 걱정했던 것처럼 조광식 국장의 말은 빈 말이 되고 말았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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