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원년(82년) MBC 입단이 불발된 배성서 감독(앞 차 왼쪽)은 4년 뒤인 85년 3월 7일 제7구단 빙그레 이글스 창단 감독을 맡았다. 사진은 86년 3월 8일 연고지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창단식을 마친 뒤 카 퍼레이드에 나선 장면
"다 깨졌어. 연락 했는데 한발 늦었어. 두산 가기로 결정했대. 그러니 어쩌냐? 동엽인 일찌감치 해태와 손잡았고 박현식씨는 나이가 많아 어렵고…. 만만한 게 뭐라고 사장에게 널 추천했으니 그리 알고 있어."
사실이었다. 배성서 감독의 영입은 이진희 사장으로부터 구두 승낙을 받아놓고 있었다. 그러므로 배 감독이 싫든 좋든 상관없이 무조건 끌어들여야 할 판이었다.
"난 싫수. 대학에 남겠어. 프로야구는 대표팀 감독 한번 하고 나서 2, 3년 쯤 지난 뒤에나 생각해 보겠수."
"안돼! 그러지 말고 제발 나 좀 살려주라. 이 사장에게 네 얘기를 했어. OK도 받았으니 아무 말 말고 내 입장 좀 생각해 줘."
"그래도 안돼! 난 못 가."
조 국장은 애가 탔다. 당연히 "OK!" 하고 달려들 줄 알았던 배 감독이 거절하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국장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무슨 수를 쓰든 배 감독은 잡아야 했다.
조 국장은 분위기 있는 장소를 옮겨 배 감독이 지쳐 떨어질 때까지 술을 퍼 먹이며 어르고 달랬다.
"좋수다, 좋아. 그러나 형, 빈 말 하는 건 아니겠지? 거짓 말했다간…, 그땐 정말 절교야."
"야, 내가 미쳤냐? 너만 OK하면 끝나는 거라니까…."
"알았어. 이 기회에 프로야구 감독 한 번 해 보지 뭐."
배 감독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조 국장은 그의 손을 덥석 움켜 잡았다. 이 순간 만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잘 생각했어. 우리 한번 잘 해보자. 우리가 힘을 합치면 멋진 팀을 만들 수 있어. 첫 해 우승 한번 뽑아보자. 그래야 큰 소리 칠 수 있잖아?"
그러나 배성서 감독의 영입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배 감독이 걱정했던 것처럼 조광식 국장의 말은 빈 말이 되고 말았다. (홍순일/news@photo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