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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로야구 탄생(32)

기사입력 [2006-12-16 11:54]

배성서 감독, MBC사장과 면담 직전 입단 물거품
일본서 영구 귀국한 백인천, 감독으로 전격 입단

조광식 국장이 MBC 창단 감독으로 배성서 감독을 추천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동아일보 기자시절 가깝게 지낸 사이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배성서 감독은 73년 영남대 야구부를 창단 감독으로 부임하여 77년까지 재임하는 동안 전국대회에서 3차례에 걸쳐 우승을 뽑은 전력을 안고 있었다. 조 국장의 마음을 끈 것은 신생 팀을 정상에 올려 놓기까지 배 감독이 실시한 강압적이고도 엄격한 훈련이었다.

이런 방법은 동국대를 거쳐 한양대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었다. 이진희 사장도 이 점을 높이 샀다.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심어주기 위해서도 스파르타 식으로 담금질을 시키는 감독이 필요하다."

이진희 사장이 배성서의 이력을 살펴본 뒤 한 말이었다. 그러니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배 감독의 MBC행은 결정 난 상태나 다름없었다.

"배 감독으로부터 어렵게 OK를 받아낸 뒤 며칠이 지나자 이 사장이 배 감독을 한번 만나봐야겠다고 해요. 사장이 부를 때를 기다리던 중이었으므로 즉시 배 감독에게 연락해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들어오라고 했죠."

점퍼만 걸치고 다니던 배 감독이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MBC 스포츠국에 나타난 것은 조 국장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막 자리에서 일어설 때였다.

프로야구 원년(82년) MBC 감독겸 선수로 국내 무대에 선 보였던 백인천 감독은 83년 4월 24일 가정문제로 해임된 뒤 6년 6개월 만에 MBC 감독으로 복귀 했다. 사진은 백인천 감독(왼쪽)이 89년 11월 7일 MBC와 감독 계약을 끝낸 뒤 이건영 구단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MBC 청룡' 유니폼을 보여 주고 있는 장면

"배 감독더러 잠시 기다리라 해놓고 회의실에 들어갔더니 김병주 관리이사가 급히 찾는다는 전갈이 왔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김 이사 방엘 갔죠. 이용일 총장이 있어요. 반가운 마음에 '웬 일이냐?'고 했더니 백인천이 일본에서 아주 귀국한다는 겁니다."

백인천이 아주 귀국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국내 프로야구에 참여하기 위해서 일본야구를 청산한다는 뜻이었다.

"조 국장, 이 참에 MBC를 맡기는 게 어때요?"

백인천은 81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긴테스(近鐵) 버팔로스에서 선수로 뛰었다. 이런 그가 돌아와 한국 프로야구에 합류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았다. 더욱이 백인천을 감독으로 영입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정말 입니까? 백인천일 감독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까?"

조광식 국장은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용일 총장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면서 배성서 감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 국장은 지금 자기 방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을 배성서 감독과 백인천을 비교해 보았다. 아니었다. 어떻게 뜯어봐도 백인천이 훨씬 커 보였다. 프로야구를 갓 시작하는 마당이어서 백인천이란 인물이 더욱 커 보였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핫핫핫…. 내가 누굽니까? 백인천이 문제는 내게 맡기세요. MBC가 좋다고 하면 당장 불러 들여야지."

이용일 총장이 그 특유의 호기로운 웃음을 흘리며 자신만만해 했다. 백인천은 이 총장의 경동고 후배였다. 국내 사정에 어두운 백인천은 선배에게 모든 문제를 일임해 놓고 있었다.

"이래서 MBC 감독은 백인천으로 굳힐 수 밖에 없었어요. 경동고 시절에는 홈런 타자로 이름을 날렸고 일본에 진출한 뒤에는 타격왕에 올랐던 그를 외면할 수가 없었지요. 그 보다 프로야구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MBC 감독으로는 금상첨화였죠."

MBC에게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배성서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기가 막일 노릇이었다. 구단주(이진희 사장) 면담을 앞둔 마당에 백인천의 출현으로 운명이 뒤바뀌었으니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었다. (홍순일/news@photo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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